인터뷰는 10월 22일 무대륙에서 진행되었다. 다른 이들의 여가를 방해하지 않을 장소 같아, 메인 컷은 흡연실에서 촬영했는데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개인적으로 루빈은 특별한 뮤지션이다. 톤 오브 에이지의 첫 기타리스트 인터뷰라는 점 외에도, 동년배라는 속성이 그렇게 다가온다. 1980년생, 서른 넷. 평균수명 100세를 바라본다면 이 나이대는 20세기 중반 이전의 27세쯤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창 뭔가 쏟아낼 무렵의 음악인을 만나고 싶었다. 그의 존재가 다른 연령대 음악인과 청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도 궁금했다. 마침 그는 동문들의 노력으로 재정위기를 넘어 오는 24일 열리게 될 201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의 심사팀장이기도 하다.


인터뷰 및 정리_한명륜 포토이훈구(Panda Studio) 장소협조_무대륙


서른 넷, 소년의 근황

_한동안 바빴던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루빈(별로 길지 않으니까 그냥 ‘루빈’): 최근에 이사를 했어요. 합정역 근처로. 이틀 됐네요. 아직 정신 없어요. 한 며칠 찬찬히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짐정리가 다 끝나 있지 않을까)


_요조 씨의 2집을 공동 프로듀스하셨고 함께 활동을 많이 하셨죠. 오늘 SNS 보니 부산에 내려가신 것 같던데.

루빈: 네. 전 안 갔네요(웃음). 요조 씨와는 그전부터 작업을 오래 했어요. 앨범 말고도 공연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저랑 음악적으로 잘 맞는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제 색이 많이 표현된 것도 그런 맥락이구요. 편곡과 프로듀싱 과정을 같이 한 거죠. 그리고…, 밴드 ‘소년’ 아세요? 김바다 씨가 보컬로 계시던.


_네, 알죠. 지난 6월에 악스홀에서 김바다 씨 단독공연 무대에 서지 않았나요?

루빈: 제가 그 팀에서 보컬 겸 어쿠스틱 기타를 맡고 있어요. 워낙 김바다 씨의 보컬이 강한 스타일이잖아요. 그 보컬은 누구도 흉내낼 수가 없을 만큼 유니크해요. 그래서 그 스타일로 그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들어가서 활동하고 있죠.


1학년때 ‘맘대로 해봤던’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이젠 심사팀장의 중책

_이 뮤지션이 바로 루빈이다, 이렇게 바로 인지를 못 해서 그렇지 바드의, 그리고 요조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잘생겼다더라 하는 얘기가 나와요. 음악도 오래 전부터 했는데, 어릴 때 유명 제작사로부터의 유혹은 없었나요?

루빈: 민망한데(웃음). 그렇게 봐주신다니 감사하죠. 사실 고등학교(경기고) 때 모 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준비를 했었어요. 보컬 팝 중심의 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요즘 아이돌의 숙소 생활과도 비슷했어요. 그 당시 성시경 씨가 데뷔했던 시기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변수가 많잖아요. 그런 게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먼저 진학해서 본격적으로 음악공부해 매진했죠.


_서울예대셨죠?

루빈: 동아방송대 실용음악학과를 1년 다녔어요. 99학번으로. 그 당시엔 실용음악학과가 단 두 곳이었어요. 동덕여대는 그 당시엔 들어갈 수가 없었고(웃음). 그리고 그 다음해 시험을 봐서 서울예대 00학번으로 들어갔어요. 정말 학교 다닐 땐 음악만 팠죠.


_동아방송대나 서울예대나 요구하는 수준도 높고 경쟁도 치열했던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입시곡은요?

루빈: 두 학교 다 리 릿나워(Lee Ritenour)의 “Little Bumpin’”이었어요. 기타 한 대로 편곡해서 연주했는데, 원곡은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ie)였고, 리 릿나워 버전을 다시 편곡해서 연주했던 거죠. 원곡엔 다양한 악기들이 있는데, 솔로 했다가 리듬 쳤다가. 그 당시 그런 타입의 음악들이 실용음악과 입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어요.


_그럼 1학년 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은상)한 거네요? 12회죠?

루빈: 그렇죠. 그 때는 퍼커시브하게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식의 사운드, 특히 미국쪽 모던락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런 사람”은 역대 대회의 수상곡 등을 따로 참조하지 않고 제 마음 가는 대로 해 본 거예요.


_이번 24회 대회는 곡절이 많았어요. 재정난에 처한 적은 더러 있었지만 이번에는 동문들이 뜻을 모았다고.

루빈: 네 그 관련 회의를 이 곳 무대륙에서 했어요. 공연을 해 본 적은 없는데 그 때 회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제가 이번에 심사팀의 팀장을 맡게 됐어요. 무거운 책임이죠.


_지금도 그럴 테지만 대학 생활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는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네요.

루빈: 아무래도. 술을 먹어도 음악 이야기만 했어요. 학교에서 살았고, 노는 것도 합주하면서 놀았고, 그 때 많이 배웠어요. 당시 한상원, 김정배 교수님이 기타 전공 교수님이었죠.



바드, 손끝에서 완벽으로

_‘바드‘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쿠스틱 기타라는 점을 감안해도 공명 자체가 크고 입체적인데요. 소리를 구현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루빈: 우선, 바드의 음반은 연주 자체를 어렵게 만든 앨범이에요. 당연히 연습이 많이 필요했어요. 아무래도 제한된 악기의 종류로 가득찬 소리를 만들려면 우선 노트 자체가 하나하나 다 깊이감을 가져야 하니까. 즉 완벽한 연주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송라이팅도, 레코딩도 완벽할 수 없는 게 바드의 음악이었어요. 아르페지오 할 때 줄을 살짝 잘못 건드려도 안 되는 거고, 그래서 녹음 자체도 여러 번 했어요.


_오늘 가져오신 마틴 기타로 녹음하셨나요?

루빈: 네 D41로 녹음했어요. 여긴 마틴 컨덴서 마이크가 달려 있는데 원래는 브릿지에 피에조(piezzo: 어쿠스틱 사운드 구현 픽업)가 장착돼 있었던 거예요. 제가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자 바꾼 거죠. 바드의 1집은 제가 직접 믹싱했고, 두 번째 앨범은 다른 엔지니어가 맡아주었어요.


_마틴은 공연에 사용하시긴 다소 위험이 있죠?

루빈: 네. 마틴은 소리는 좋지만 공연 때 갖고 다니기에는 파손의 위험이 크죠. 주로 녹음 때 사용하는 용도로 쓰고, 공연 때는 국산 어쿠스틱 기타를 써요. 바드의 유럽 공연 때는 콜트를 들고 갔어요.


_사실 2, 3년 전만 해도 기획사가 해외공연을 지원해주는 풍토는 아니었는데요.

루빈: 저는 제가 직접 공연장, 해당 지역의 기획사 등에 접촉해서 일을 진행했어요. 물론 손발이 딱딱 맞는 기획사가 있다면 좋겠지만 뭐든 제가 확인을 해 봐야 안심이 되는 타입이라서. 지난 2012년에는 보컬 박혜리 씨가 결혼하셔서 못 갔지만 2011년까지는 매해 1개월씩, 오스트리아에서 공연했어요. ‘스트릿 아티스트 페스티벌(Street Artist Festival)’도 있고 아일랜드의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유럽 활동을 열심히 했죠.


_바드는 지난 해에 앨범이 나왔고…. 다음 계획은요?

루빈: 솔로 앨범 작업 중이에요. 저는 마스터까지 다 해서 레이블을 찾는 편이에요. 가이드 작업 중인데 이것 역시 거의 최종 수준으로 해서 레이블을 찾아보려고 해요.


_사실 솔로앨범 [첫 데이트를 마치고]의 수록곡 “그대는…말을 하네”, 이 곡은 살짝 다른 톤이었어요. 바드 음악을 통틀어서도 독특하거든요.

루빈: 그 앨범에 네 곡이 들어있죠. 첫 곡이 “비밀”, “하고 싶은 말”, “첫 데이트를 마치고”까지는 피크로 연주한 곡이고 “그대는…말을 하네” 이 곡은 핑거 피킹이었어요. 어택이 모나지 않고 좀 둥근 편이죠.


_핑거보다 플랫 피크가 편하신가요?

루빈: 네. 거의 모든 아르페지오도 피크가 편해요. 피크로 강하게 연주하는 게 좋아요. 기타 소리는 현과 울림통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기타의 전 부분이 만드는 조화거든요. 기타의 모든 파츠를 울려서 나오는 그런 소리를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제 기타가 안 부서지는 게 신기하다고 할 정도예요. 어릴 때 그 작은 가요책 같은 거 있었던 거 기억나세요? 코드 적혀 있고. 어쿠스틱 기타의 울림 자체가 주는 그 맛을 그 때 느꼈어요. 그런데 입시 때는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해야 하니까 일렉트릭 기타를 잡았고. 그 후에 어쿠스틱 기타에 더 강한 울림을 구사하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_장비 이야기들을 더 듣고 싶은데요.


루빈: 쉬어 가실게요.


물론 마지막은 루빈 씨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양이 방대하므로, 악기와 장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2편에 이어집니다.

6월 30일, 유니클로 악스홀에서 있었던 김바다 씨의 단독공연에 오셨던 분들은 기억나시나요? 밴드 '소년'의 미성 보컬이 바로 루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