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ESP 홈페이지, 나무 자체의 결이 예뻐서 나뭇결을 그대로 노출시켜도 좋을 텐데 이 기타가 만들어졌던 당시는 이런 키치한 디자인이 인기였습니다.)



무겁고도 대역 넓은 오버드라이브/디스토션 사운드

2000년대 이후 크래쉬 사운드와 굿 매치


8월 2일, 제 9회 <Pentaport ROck Festival>의 2일차 가장 가운데 시간에 배정된 크래쉬 무대는 역대 그들의 무대 중 단독공연을 제외하고서 치러진 페스티벌 공연 중 가장 압도적인 사운드를 들려 주었습니다. 노하우도 노하우려니와 크래쉬가 펜타포트와 관련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세밀하게 신경 쓴 부분이 클 텐데요.


단연 돋보이는 것은 조화로운 밸런스와 흩어지지 않고 쫀득하게 밀집되면서도 멀리까지 뻗어나가는 두 대의 기타 사운드였습니다. 이번 무대에 선 기타리스트는 하재용 씨와 임상묵 씨였는데요.


트윈 리드의 플레이를 보여 주는 팀이기에 어느 쪽이 리드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임상묵 씨의 등장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리듬의 엣지를 잘 활용한 묵직한 리프워크는 물론이고 물필요한 동작과 미스가 없는 솔로잉 플레이도 단연 돋보였습니다.


그가 오늘 사용한 기타는 ESP의 'SERPENT'입니다. 90년대 린치 맙(Lynch Mob)으로 활동하던 당시 조지 린치(George Lynch)의 시그니처 모델 중 하나로 제작됐던 기타죠. 전형적인 메틀 속주에 적합한 기타입니다. 일단 슈퍼스트랫을 기반으로 한 스웜프 애쉬 바디에 25.5인치 스케일의 볼트 온 넥, 점보 프렛, 플로이드 로즈 등 메틀 그룹의 테크니컬 솔로이스트를 상징하는 거의 모든 아이템들이 집약돼 있는 기타입니다.


이 기타는 소화할 수 있는 사운드 대역이 넓습니다. 하재용 씨가 레스 폴을 사용하다 보니 아무래도 크래쉬의 미드레인지를 담당한다면 임상묵 씨의 사운드는 아래 위 레이어를 커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나무가 어떤 대역을 커버한다는 것은 단언할 수만은 없는데요. 그래도 스웜프 애쉬(Swamp Ash) 자체는 같은 애쉬 중에서도 중역대가 조금 더 강조된 느낌이 있습니다.


먼저 원래 장착돼 있던 파츠의 기준으로, 픽업은 최근까지 엔도스먼트를 맺고 있던 던컨(Seymour Duncan)의 스크리밍 데몬(Screaming Demon)이 리어에, SH-100 Stack Rail(싱글 타입 험버커, 기울어진 마운트)이 프론트에 장착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두조합은 정말 극강의 출력을 자랑합니다. 이건 90년대 당시의 조지 린치나 도켄 같은 규모의 공연을 할 때 스택으로 놓여진 앰프들과 이루는 조합은 어지간한 아레나급 규모의 공연장을 너끈히 커버하고도 남죠.


하지만 이런 식의 초고출력은 잡음의 문제가 아니라 과한 음량 자체에 의한 노이즈 문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220V 전압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의도하지 않은 고출력이 나오기도 하죠.


임상묵 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픽업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Paranoid 송명하 편집장)


사진을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실 수 있는데요. 일단 리어 픽업만 봐도 던컨 로고가 아니네요. 레일 타입의 폴 피스(자석)를 가진 것은 맞지만 두 레일 사이 좌측면에 위치한 로고를 보면 아마도 디마지오(DiMarzio)의 레일형 험버커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더 정밀한 화면이 구현되지는 않지만, 리어 픽업 역시 스크리밍 데몬은 아닙니다. 스크리밍 데몬은 아래 그림과 같이 생겼는데요.



(사진 출처: http://www.seymourduncan.com)


위 쪽의 폴 피스가 6각 렌치가 들어가는 구멍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그러나 사진에 보이는 임상묵 씨의 기타 리어 픽업은 둘 다 일반적인 폴 피스를 지니고 있죠. 물론 희미하게나마 던컨의 로고는 보이는데요. 추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볼 부분이지만 던컨의 트렘버커(TREMBUCKER™: 플로이드 로즈 계열 트레몰로 브릿지에 맞게 줄이 퍼져 있는 경우 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은 픽업) 중 JB(Jeff Beck)이나 '59 쪽이 아닐까 합니다. 두 모델 모두 스크리밍 데몬보다는 출력이 약간 약한데요. 사실 90년대 조지 린치의 사운드 스타일은 굉장히 이색적인 것이어서 어쩌면 이런 선택이 좀 더 편안하게 원하는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이 날 무대에서의 앰프는 오렌지(Orange)였는데요. 사실 요즘은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어떤 앰프를 쓰든 목적한 사운드에 거의 일치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사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페셔널 연주자라 할지라도 브랜드 차이로 직접적인 사운드에 영향을 받진 않습니다. 특히 엔도스먼트 자체는 그냥 비즈니스인 경우도 많고요.


이 기타의 경우 브릿지는 플로이드 로즈의 1000시리즈입니다. 그런데 플로이드 로즈의 1000 시리즈는 한국에서 OEM으로 제작되는 모델입니다. 중소 규모 제품의 주형 및 금형은 한국 OEM이 참 많습니다. 가격 절감을 위해 채택된 모델이라지만 상당히 높은 품질로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임상묵 씨는 바디 뒤쪽 브릿지를 연결하는 용수철을 3개 사용하는데 양쪽 끝과 가운데 한 자리에 연결해서 쓰고 있습니다. 뮤지션들의 세팅이야 여러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데 고정형이 아닌 플로이드 로즈 브릿지의 경우는 .010 이상의 게이지를 쓸 때 좀 더 강한 텐션을 주기 위해 이렇게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뮤지션마다 차이가 있고, 또 프로페셔널 뮤지션들은 이 용수철도 경우에 따라 여러가지로 세팅해서 씁니다. 다만 최근에는 본격 메틀 뮤지션을 제외하고서는 펜더나 깁슨 등 좀 더 고전적인 사양의 브릿지를 가진 기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서 예전보다 플로이드 로즈 활용에 대한 관심이 줄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세팅 시의 특성 등에 대해서는 상당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습니다.


그러구러,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하루도 남지 않았네요. 내년에는 10년째를 맞습니다. 내년엔 기어 측면에서 어떤 뮤지션이 눈길을 끌까요?| 한만득 evhyj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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