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안녕, 당신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10일 앞으로 다가온 2015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은 10회차입니다. 10이라는 숫자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유난히도 가물었던 올해, 하필 딱 맞춰 내린 비로 머스페스트가 된 이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페스티벌도 있지만, 펜타야말로 비와의 싸움이 컸죠. 그 빗속에서 누구는 즐거워하고 누군가는 하이힐을 신고 따라온 여친에게 화를 내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 일들이 햇수로는 16년이 지났습니다. 첫 페스티벌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이번에 많이 참여하셨을까요? 그 사이 우리가 사랑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익숙해지기 어려운 새 것들이 우리 삶에 들어왔습니다. 이물감이 드는 것도 있지만, 과거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과 어울리는 새 것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10회째를 맞는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우리가 잊지 않은, 추억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될 수 없는 개인들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와중에, 16년 전 흙탕이 될지도 모르고 하이힐을 신고 왔던 여성분과 그 여성분에게 '~는 안 그랬는데'라며 마음에 없던 못난 소리를 했던 남성분이 재회하게 될지도 모르죠. 삼십대 중반의 청년은 어느덧 반백년 락 인생을 말할 수 있는 유일 락 전문지의 편집장이 되어 프레스 부스와 무대를 분주히 오가실 겁니다. 오갈 데 없어 다른 데 벌이를 두고서도 이 판을 떠나지 못하는 부족한 글쟁이도 모일 것입니다.


반백 년 락 인생, 젊음을 외치는 편집장님의 원샷 원킬.


기억을 기록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자


10년이라는 세월은 또한 많은 것을 정리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갖게 만듭니다. 특히 텍스트를 만지는 사람들은 말이죠. 저는 매거진의 필자가 사회의 목탁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일종의 패관(牌官)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떠도는 소리들을 모아 남기는데 이는 후일 역사기록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요긴한 자료가 될 수는 있다고 봅니다. 펜타포트 전용 공연장이 들어서 있는 공간에 대한 기록일 수도 있고, 곡예와도 같은, 글쓰기로 생계를 이어가기 등의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인간이 제례를 시작하면서부터 포기할 수 없었던 축제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축제를 앞두고 제가 처한 자리에 대한 이런 미망이나 늘어놓다니, 민망합니다. 그러나 이 민망함은 결국 이 축제의 10회, 그 다음을 향한 유효한 논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어찌 보면 꼴같잖은 의무감과도 닿아 있습니다.



라이브 클럽데이 레진코믹스V홀에서 공연 중인 리플렉스.



이번 축제가 다가오기까지 열흘. 그 사이에 저는 이번 축제를 통해 전기를 맞을 것 같다 여겨지는 밴드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음악과 기어를 살피는 프리뷰를 올리려고 합니다. 음악 자체가 큰 컨텐츠가 못 되는 시점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사운드는 많은 것을 말합니다. 심플해진 구성은 악화된 수익모델 속에서도 강한 사운드를 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고, 이것이 음악을 하는 집단의 미래 모습을 예고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젊은 밴드들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Turning Point-펜타포트2015 이후가 궁금할 그들'이라는 주제로 풀어낼 생각입니다. 시장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좋은 밴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음반이나 공연, 라이브클럽데이 같은 과거에서의 사운드가 참고가 되겠죠. 지적 환영합니다. 의미는 열려 있습니다.


눈 있고 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여겨보았을 만한 밴드들을 다시 새삼스레 언급하는 게 뒷북 같습니다. 훌륭한 라인업은 그 자체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부족한 글을 보태는 것은, 네네, 프레스 신청을 해 놓고 뭔가 성의를 보이고 싶어서입니다.


사실 음악을 분석하고 어떤 의미를 기입하는 일이 과거처럼 '뽀대' 나진 않습니다. 그래도 의미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때와 자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