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에 비유될 법한 크기의 디스토션/퍼즈/오버드라이브 페달, 일렉트로 하모닉스 빅 머프(Big Muff). 그 특유의 디테일한 다이나믹 레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크기만 절반 이하로 줄어든 나노 빅 머프 파이(Nano Big Muff Pi)가 출시됐다.

정리_한명륜  자료 www.electroharmonix.com


큰 것은 매력적이다?

퍼즈 페달의 고유명사라고 해도 좋을 빅 머프.


헨드릭스 이래 44년간 빅 머프는 퍼즈의 대명사였다. 퍼즈를 하나의 사운드 표현 영역으로 보자면 빅 머프의 존재 자체는 고유명사가 된다.


빅 머프의 표현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최근 모던 락이나 개러지 타입 밴드들의 페달보드에서 종종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스타일상의 활용도가 그렇게 좁지 않다는 뜻이다. 과장된 찌그러짐 없이도 충만한 서스틴, 아주 거칠게 들끓는 입자감부터, 부드럽고 밀도 있는 쫀득한 솔로잉 톤까지, 단 세 개의 노브만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커다란 덩어리였다. 스티비 레이 본, 폴 길버트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러 기타리스트들이, 이 큼직한 쇳덩어리의 노브 세 개를 나름의 방법으로 만져 왔다.


사실 빅 머프의 매력에서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 크기이기도 하다. 어차피 헨드릭스 이래 락 사운드는 발전했다기보다는 완전했던 시절의 기억을 기반으로 진행돼 온 변모에 다름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빅 머프의, 차라리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한 커다란 주형 외관이 주는 존재감이 크다. 레이시오스의 리더 김바다는 이 빅 머프 중에서도 더욱 쇳덩이 느낌이 강한 초창기 모델을 사용해 특유의 섹시한 퍼즈를 만들어낸다.


나노 빅 머프 파이와 오리지널의 체급차이. 패밀리 룩 '돋는' 외관이다.


솔직히 무겁긴 했지

사운드만큼 기름지고 튼실한 외관이 탐스럽긴 해도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한창 다양한 페달을 추가해 보며 자신의 톤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젊은 뮤지션이나, 베테랑이라 하더라도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 페달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경우엔 필연적으로 많은 페달을 쓸 수밖에 없다. 확실히 빅 머프는 어지간한 페달 두 개 자리를 잡아먹는다. 중량 면에서도 페달보드 전체의 체급을 확 올려버린다.


컴팩트화된 나노 빅 머프 파이는 이런 문제로부터는 자유롭다. 폰트는 물론이고 기기 표면의 절반을 구획하는 등 기존 빅 머프의 아기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만큼 고유의 디자인 아dl덴티티도 잘 살렸다.


물론 사운드 속성에 관여하는 부분 역시 그대로다. 위 쪽의 두 노브는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볼륨과 서스틴 컨트롤, 아래쪽 가운데 위치한 것이 톤 컨트롤이다.


일렉트로 하모닉스 측에서는 단지 크기만 작아졌을 뿐(it only looks smaller)라고 밝힐 만큼 사운드는 자신하고 있다. 사실 일렉트로 하모닉스의 제품들을 보면 크게 의심이 가거나 속보이는 홍보문구는 아니다.





완전히 같은 회로인가

그러나 몇 가지 궁금증은 남는다. 물론 실제 제품이 국내 입고된다면 자연스레 풀릴 부분이지만, 과연 기존 빅 머프의 회로와 완벽하게 같은가 하는 점이다. 물론 요즘은 더 작은 크기의 공간에 프리앰프 기능까지 내장하는 시대이니 단순히 기술력 자체로는 문제가 아닐 터다. 문제는 각 노브 대역별로 빅 머프의 디테일을 그대로 갖고 있을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관심이 가는 부분은 회로의 주요 부품의 제조 국가다. 예컨대 일렉트로하모닉스는 자사의 상징적 공간계 이펙터 메모리맨(Memory Man)의 보급형 컴팩트 모델 메모리 토이(Memory Toy)를 선보인 바 있다. 메모리 토이의 아날로그 딜레이 칩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물론 일렉트로 하모닉스는 이를 명시했다.

물론 나노 빅 머프가 메모리 토이처럼 보급형 모델의 개념으로 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가격 차별화 요인이 회로 제조국가에 있는지의 여부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물론 이에 대한 특이사항이 있다면 공개할 회사일 것이라는 신뢰감은 유저들 사이에서 보편적일 터다.


EHX의 컴팩트 패밀리

일렉트로 하모닉스는 고가의 덩치 큰 페달뿐만 아니라 나노급 이펙터에서도 눈여겨볼만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OD Glove(OD글로브, 오버드라이브/디스토션), 핫튜브 나노(Hot Tubes Nano), 이스트리버(East River) 등으로 특히 이들은 사운드 뿐만 아니라 디자인면에서도 확연하고도 나름의 존재 이유가 분명한 개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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