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드 스톤의 CD를 받았던 날은 블랙백의 인터뷰가 있은 날이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블랙백의분위기에 몰입해야 했던 터라 써드 스톤의 음악을 CD 플레이어에 올린 것은 아마 그 다음다음 날이었을 것이다. 랜디 로즈의 생일 즈음이었다그로부터 써드 스톤의 세 번째 음반 [Psychemoon]을 며칠 내내 들었다. 거칠고 혼미한 와중에도 또렷또렷한 기타의 노트와 과감하게 울려대는 베이스, 잠들지 않는 드럼의 외침으로부터 놓여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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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달 여의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고, 바다비에서 써드 스톤은 단독공연을 갖는다. 일종의 앨범발매 기념 쇼케이스 같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레이블 관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애정은 종종 걱정을 낳는다. 나는 이 팀의 세일즈에 대해, 최대한 절제했지만 주제 넘은 걱정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심하게 말하자면 음악에 기생하는 직업 종사자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았다. 나도 모르게 씬의 소화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물론 이들의 1 [Third Stone] 2 [I’m not a blues man]의 아쉬움에 의한 일종의 데이터 편향(bias)였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이들의 세일즈 현황을 몰랐다. 공연 말미에 기타리스트 박상도는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간 물량을 제외하고 [Psychemoon]완판됐다고 밝혔는데, 순간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대중―그 의미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존재를 전제하고―의 소화력 앞에 다시 한 번 겸허해져야 할 의무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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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ml 스카치 위스키를 돌려 마시고 적당히 맥주도 섞어 마신 멤버들은 거나해진 채로 올랐다. 첫 곡 “Door”부터 강신(降神) 분위기였다.

 

음주연주는 일종의 함정이다. 특히 블루스 색채가 강한 음악일 경우 일단 마신다는 아마추어들도 있는데, 어림없는 소리다. 노트가 복잡하지 않은 블루스야말로 명확하고 힘 있는 터치가 생명이다. 유연하기 위해서 단호해야 하는 것, 그것이 블루스 토대 솔로잉의 기반 아닐까.

 

역으로 말해서 써드 스톤의 플레이는 그러한 함정들을 다 극복할 수 있는 고수의 차원이었다. 즉 술 아니라 술의 조부가 와도 연주의 흐트러짐이 없는 단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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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에 있어서 공연의 백미는 새 앨범의 6번 트랙인 잃어버린 얼굴을 연주할 때였다. 기타의 볼륨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인 뒤 손으로 가하는 압력만으로 톤을 만들어내는 솔로잉을 펼쳤는데, 그 울림이 보컬 마이크로 들어가 작은 음량임에도 입체적인 사운드가 나왔다. 취객의 걸음걸이를 닮은 프레이즈였지만 음 하나하나마다 몸을 싣는 듯한 피킹이 나왔다.

 




한두수의 베이스는 일견 건반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었다. 일반적인 싱글 노트 플레이보다도 요소요소에서 코드를 연주해 3인조 밴드에서 노출될 수 있는 사운드 공백을 잘 채워주었다. 그는 이 날 무대 중간 타이밍에 거의 단독공연의 절반 같은 축하무대를 선보인 거츠(Gutz)의 멤버이기도 했다.

 

오히려 일반적인 의미에서 베이스의 역할을 커버했던 건 안상용의 드러밍이었다. 베이스가 과감하게 코드 톤을 연주하며 음악의 전면으로 나설 때 베이스 드럼과 탐의 야성적인 컴비네이션을 통해 줄풍류 파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역대의 공백을 메워 주었다.



Pedal Board



박상도 Guitar

페달보드가 싸이키델릭 그 자체였다. 몇몇 종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페달은 심한 페인팅을 통해 새로운 외관을 부여받은 형태였다.



사실 확연히 알아볼 수 있는 페달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이 사진의 위쪽이 연주자가 서 있는 쪽인데, 여기부터 보면 오른쪽(연주자 기준)부터 크라이베이비(Dunlop Cry Baby Wah), 보스의 슈퍼 시프터(Super Shipter) PS-5, 채널 이동 풋 스위치를 건너 뛰면 보스의 슈퍼 코러스(CH-1로 추정) 그리고 역할을 알기 어려운 페달과 그 옆에 'Spring Reverb'라 씌어진 페달이다. 스프링 리버브는 펜더 앰프 리버브의 속성을 잘 나타내는 회로로, 아날로그적 속성을 넘어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의 극한을 보여 주는 리버브다.

그 앞줄에서 흥미로운 것은 일렉트로 하모닉스(EHX)의 나노 시리즈 중 엔벨로프 필터인 닥터 큐(Doctor Q, 아래 사진). 사실 써드 스톤의 기타 톤은 광폭한 노이즈의 향연 같지만 실은 잘 계산된 의도적 진동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는 공연 중 이 페달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곡마다 미세한 분위기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 외에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페달들 중에서는 비교적 확연히 알아차릴 수 있는 보스의 OD-3 오버드라이브 페달.






한두수 Bass


앞서 말한 바, 써드 스톤의 음악에서 한두수의 플레이가 커버하는 영역은 넓다. 베이스의 전통적인 역할을 넘어 한 대의 기타로는 부족할 수 있는 화성적 공간표현까지를 커버하는 연주를 선보였다. 베이스 자체도 액티브 픽업이지만 페달보드에서도 프리앰프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엑조틱(Xotic)의 베이스 BB 프리앰프 연주자 기준(사진 아래가 연주자 방향) 페달보드 맨 오른쪽 TC일렉트로닉의 튜너 바로 아래 자리한 분홍색 왼쪽방향 화살표.

토러스(Taurus)사의 T-Di 프리앰프 BB 프리앰프의 좌측, 오른쪽 방향 분홍색 화살표. 제품명에서도 보이듯 프리앰프와 DI박스 기능을 겸하고 있다.

일렉트로하모닉스 베이스 마이크로 신스(Bass Micro Synth) 기타, 옥타브, 서브 옥타브, 스퀘어웨이브 등 4가지 슬라이더가 있는 보이스 믹스 파트와 레조넌스, 스타트 & 스탑 프리퀀시, 레이트(rate)를 조절할 수 있는 필터 조절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엄밀히 그리고 당연히 말하자면 신서사이저지만 톤 전체를 만진다는 의미에서 프리앰프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실 써드 스톤의 이번 음반이나 공연에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역할을 한두수가 멋지게 해 냈는데 그의 사운드 메이킹에 흥미를 느낀다면 이 이펙트를 연구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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