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달린다. 보스(BOSS)가 특유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2014년에도 이어갈 것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멀티 이펙터 ME80과, 최근 모디파이 및 부티크 페달과의 경쟁 속에서 '재탄생(reborn)'이라는 기치를 표방한 OD1X, DS1X가 공개됐다. 보스는 다이나믹 레인지의 확대로 멀티, 컴팩트 전 영역에서 풍요로워진 배음을 통해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려 한다. 물론 전체와 세부의 디자인 면에서도 그야말로 '재탄생'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 TONE OF AGES



ME80의 응답이동성과 모핑 '버벅' 해결


ME시리즈의 초기 모델인 ME5와 ME10을 기억하는지. 그 옛날 누노 베텐커트의 존재감과 함께 국내에 알려졌던 모델로 110볼트 하강 변압기를 써야 했고 전원부 내구성의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응사'세대, 즉 93~95학번 기타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부의 상징'이었다. 지금이야 고등학생들의 페달보드가 어지간한 기타 한 대 가격이 되는 시대지만, 어쨌건 그런, 응답 없을 시절도 있다.


ME는 사실 GT시리즈의 등장 이후 다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응사' 시절이나 바로 얼마 전까지나 ME시리즈는 멀티이펙터 특유의 고전적 문제인 느린 사운드 변환이 문제였고, 내구성이나 무게 역시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특히 보스의 역량이 GT에 집중되는 동안 ME는 시리즈의 넘버가 올라가는 만큼 진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GT의 하위기종으로 취급받는 느낌이 강했다. 더군다나 복스와 디지텍(!) 등 경쟁사의 고품질 멀티이펙터 출시, 그리고 개별 페달과 앰프 헤드 사용의 용이성 확대 등으로 인해 '형님'의 위상 자체가 예전과는 같지 않았다.




그러나 보스의 장점은 꾸준한 연속모델 출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 시간과 양의 승부에 강한 업체. 2014 남 쇼(The NAMM Show)를 약 일 주일 앞두고 전미 및 세계의 악기사들이 속속 신제품에 대한 운을 띄우는 요즘, 보스는 ME의 가장 최근 모델인 ME80을 출시했다. 패치 간 모핑 타이밍의 엇박은 ME70모델까지 문제로 지적됐지만 이번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멀티이펙터의 극복할 수 없는 단점, 즉 오버드라이브나 디스토션 톤에서의 협소한 다이내믹 레인지와 그로 인한 음색의 답답함에 대한 해결책으로 배음 구조를 직접 조절할 수 있는 멀티 디멘져널 프로세싱(MDP)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AA사이즈 건전지 6개를 통해 구동되는 AC 프리앰프를 통해 멀티 이펙터 특유의 출력부족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별로 악기의 속성을 타지 않는 멀티 이펙터지만 자체 내장된 프리앰프가 있는 기타와 패시브 타입의 기타와 어떤 궁합을 이룰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편의성에 의해 이 멀티 이펙터 페달을 쓰는 고급 연주자들은 프리앰프형 페달을 사용하거나, 때로는 아예 직접 모디파이하는 경우도 있다.


이 프리앰프 덕분인지 몰라도 오지 오스본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거스 지(Gus G)의 연주 및 홍보 영상을 보면 멀티이펙터임에도 불구하고 크런치 톤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빠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컴퓨터로 재생한 음질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변수. 결국 유저 자신의 귀가 필요한 부분이다. 








광고 영상에서도 볼 수 있는 바이지만 상당히 다양화된 기능에도 불구하고 이동성 자체가 좋아졌다. ME80이 현저히 가벼워진 데는 효율적 풋 페달 배치의 공도 크다. 볼륨 및 와를 담당하는 익스프레션 페달을 제외하고 크게 4개의 구역을 차지하고 있는 풋스위치는 아래위로 2개씩 도합 8개로 구성돼 있다. USB를 통한 패치의 다운이라든가 레코딩 프로그램의 연결 등은 요즘 흔해진 기능이라 패스. 다만 보스는 그만큼 각 라인별로 축적된 역사가 큰 브랜드다. 만약 멀티 이펙터를 구입할 의도라면 사용자가 이 ME80에 대해 물어볼 때 일단 긍정적으로 답할 여유와 이유는 충분하다.







"Hunting 'High' and 'Low'"…OD-1X, DS1-X 재탄생의 의지


사실 비교할 수 없는 유저의 스펙트럼은 그 자체로 보스의 자산이다. 많은 유저들의 사용상에서 인지하는 음색의 특장점이 생애주기적인 관점에서 보고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수준의 유저들이 느끼는 특성이 동시에 개발진에 입수되기도 한다.


이를 토대로 최근 몇 년간 보스는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왔고 그 효과는 2010년대 이후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너무나 강한 브랜드 이미지가 족쇄로 작용할 것 같았던 컴팩트 페달에서 각종 모디파이 버전들이 제시한 성과까지도 겸허히 수용하면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2014년 초 발표한 '1X'라는 코드명을 달고 나온 오버드라이브와 디스토션 페달이다.








이전에 다루었던 킬리 모디파이 버전 OD-1, DS-1 은 기존 페달이 지니고 있던 협소한 음색을 보완한 회로와 그에 연결된 토글 스위치로 마니아들의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1X' 코드명의 보스 오버드라이브와 디스토션은 위 ME80과 같이 디멘져널 프로세싱(MDP)'이 적용돼 있다. 이번 OD-1X와 DS-1X는 기존 시리즈에서 1개의 톤 노브로 음역을 조정했던 것과 달리 이를 'high'와 'low'로 나누어 다이나믹 레인지를 보다 디테일한 수준에서 만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 외관에서부터 드러나는 기존 시리즈와의 차이점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곧 톤과 연결돼 있는 사안인 셈이다.


물론 여기 함정은 있다. 어느 정도 다이나믹 레인지, 특히 다른 이펙터 및 앰프와의 조합 등 여러 변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연주자들에게는 톤의 선명도, 혹은 배음의 폭을 더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돼 줄 수 있겠지만, 주파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초중급 연주자들에게는 다소 사용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페달은 그 자체로 보스의 리브랜딩을 상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급 연주자의 경우 아쉬운 대로 혹은 보조로서 쓰던 보스의 드라이브 계열 컴팩트 페달의 위치가 좀 더 앰프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 물론 앰프를 대신할 수야 없지만, 항상 원하는 앰프만을 쓸 수는 없는 국내 공연장 및 페스티벌 환경을 생각하면 분명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패키지 디자인 역시 '재탄생'의 의의를 다지고 있다. 과거 보스의 패키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흰색 바탕에 각 페달의 고유한 컬러가 파스텔톤으로 반영된 정도. 그러나 이번에는 검은색 바탕에 페달 고유 컬러로 기기명을 표기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이 긴장감을 경쟁업체에게도 전달할 수 있을까? '형님'의 2014년 질주, 스타트가 좋다는 면에서는 우선 충분히 '긴장'을 전할 만하다.| 한명륜 evhyjm@gmail.com



<이미지 제공> Rolland 한국어 페이지, http://www.roland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