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8비트 음악, 16비트 음악으로 통하는 사운드 칩(sound chip)의 소리를 가리켜 칩튠(chiptune)이라고 일컫는다. 80~90년대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게임음악에 전면적으로 칩튠이 활용되었기에 칩튠은 보편적인 인식상 '고전 게임음악'의 대체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게임에 종속된 음악 이상의 의미로, 칩튠은 하나의 독자적 장르이기도 하고 패러다임이기도 한 동시에 지금의 게임음악, 더 나아가 전자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뿌리다.| 송윤규 surinmusic@gmail.com



'비트'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칩튠 이야기를 꺼냄에 앞서, '비트'라는 용어에서 가능한 한 파생될 수 있는-실생활에서 무수한 혼동이 야기되는-본질적 개념들을 최대한 한꺼번에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용어 하나로 뭉쳤지만 사뭇 달라 보이는 각 분야의 비트들. 여러 세계의 경계와 접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1. 음악 용어에서의 비트(beat)

 

8비트(8-beat) 음악, 16비트(16-beat) 음악, 32비트(32nd beat: 'thirty-two가 아닌 thirty-second인가'란 의문을 품었다면 16을 초과하는 비트에서는 음표(note)를 세는 방식을 따라 관용적으로 기수 아닌 서수를 사용) 음악 등으로 불려지는 일반적 비트 음악의 명칭은 으레 bit가 아닌 beat()에 관한 이야기다. (beat)은 일정한 간격으로 규칙을 띠고 반복되는 움직임의 단위이며, 세로줄의 구분에 따라 한 마디(measure) 내에 들어 있는 박의 수를 박자(meter)라고 한다. 4분음표를 기준(분모)으로 4분음표가 한 마디 내에 3개 들어있다면 박이 3번씩 반복되는 3/4박자(meter)지만, 이 상황을 8분음표를 기준(분모)으로 한다면, 박이 6번씩 반복되는 6/8박자가 된다. 즉 다시 말해 박자(meter)는 박자표(time signature)의 분자고 박(beat)은 박자표의 분모에 해당한다.

 

따라서 음악을 들을 때 그것이 몇 비트 음악인지 궁금하다면-박자표를 통해 그 분모를 이루는-한 마디 내 박의 수를 살펴보거나, 좀 더 직관적으로 드럼 세트나 단일 오버헤드(overhead) 계열의 하이햇, 라이드 심벌이 한 마디에서 어떤 형태로 등장하는지 볼 필요가 있다. 4번 일정한 간격으로 그것이 나온다면 4비트 음악이요, 4번 일정한 간격인 듯 한데 중간중간 반으로 쪼개지는 박이 섞인다면 8비트 음악, 16번 일정한 간격으로 나오는 듯 한데-주로 뒷박(upbeat, backbeat)에서 더블 스트로크로-중간에 반으로 쪼개지는 박이 포함된다면 32비트 음악이다.

 

 

2. 컴퓨터 용어에서의 비트(bit, bit rate)

 

이것은 컴퓨터에서 정보를 저장하는 2진수(0, 1)의 최소 단위로 데이터 전송 속도로 쓰인다. 2진법을 통해 1비트는 2가지 상태를 표현 가능하지만 8비트가 되면 한 번에 256가지(2^8) 정보의 처리가 가능하다. 비트가 8개 모이면 1바이트(byte)로 표현하기도 하며 16비트 컴퓨터는 16비트만큼의 정보(65,536=2^16)를 일시에 처리 가능한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된 컴퓨터를 의미한다. 메모리(RAM)를 이야기할 때도 쓰인다. 4기가 램이라면 10^9 * 4 * 8(바이트를 비트로 변환하기 위한 8배수)개의 데이터를 램에서 일시 처리할 수 있다. (LAN)에서의 디지털 신호의 정보 전송 속도(bit rate)를 가리킬 때도 역시 사용된다. 100메가 광랜은 100mbps를 뜻하는 것으로 bps(bit per second)는 초당 전송 비트 수이므로 바이트로 환산하면 초당 12.5메가 바이트(100/8)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의미다.






1977년 출시되어 3세대 가정용 게임 콘솔을 대중화한 2세대 게임기 아타리(Atari) 2600. 8비트 CPU / 16비트 램(128B) 내장, 7비트 컬러(128)/4비트 사운드 지원.



3. 그래픽 용어에서의 비트(bit depth)

 

통상 컴퓨터 모니터, TV, 프로젝터 등의 이미지를 표현할 때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RGB)의 조합으로 다양한 컬러를 연출하게 된다. RGB의 비트 농도(bit depth)에 따라 픽셀당 색상의 가지 수는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 1비트 컬러: 한 픽셀(pixel) 2가지(2^1) 색 가능. 검은색()과 흰색()만 가능한 흑백 색상을 일컬음. 매그너복스,오딧세이 등 1세대 게임기, PC허큘러스에서 사용.

  • 2비트 컬러: 한 픽셀(pixel) 4가지(2^2) 색 가능. 흰색, 검은색 중간에 2가지 회색이 추가. 4 gray 방식 휴대용 액정 게임기의 흐릿한 모노톤 그래픽, PC CGA.

  • 4비트 컬러: 한 픽셀(pixel)16가지(2^4) 색 가능. 아주 기본적인 유채색 표현. 2세대 게임기, PC EGA에서 사용.

  • 8비트 컬러: 한 픽셀(pixel) 256가지(2^8) 색 가능. 인덱스 컬러(index color). NES(패미컴), 재믹스 등 3세대 게임기, PC VGA에서 사용.

  • 16비트 컬러: 한 픽셀(pixel) 65,536가지(2^16) 색 가능. 하이 컬러(high color).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컴 등 4세대 게임기, PC XGA에서 사용.

  • 24비트 컬러: 한 픽셀(pixel)당 약 1,680만 가지(2^32) 색 가능. 트루 컬러(true color). 새턴, 플레이스테이션 등 5세대 게임기, PC SVGA에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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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비트 이상부터 일괄적으로 지칭되는 '트루 컬러'는 실제 자연에서의 색상을 인지하는 것과 시각적으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