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의암호 곁에 자리한 구 춘천 어린이회관. 4월 29일 KT&G상상마당 춘천으로 개관하고 기념공연을 가질 예정이었다.



지역 공연문화 다 죽는다 이놈들아



KT&G 상상마당은 춘천 의암호 인근에 새로운 센터를 열었다. 논산에 이어 서울 외 지역으로는 두 번째다. 도청 소재지인 춘천시는 원주시의 인구(32)에 이어 2위를 기록(28)하고 있지만, 서울의 1개 구 평균치에 약간 못 미치는 인구다. 공연문화, 특히 대중음악 공연이 열리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조건이다. KT&G 상상마당 춘천은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들어오는 문화공간. 물론 KT&G가 이미지 사업을 중시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단순한 문화공간 건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불독맨션의 리더이자 KBS 춘천의 심야음악 프로그램 <올댓뮤직>의 진행자 이한철은 지난 해 <STUDIO24>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춘천 지역 씬의 부재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올댓뮤직>은 지방 총국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전국 전파를 타고 있다. 방청객들은 전국 각지에서 찾을 정도다. 특히 서울, 수도권으로부터의 접근성은 복선전철 덕분에 어지간한 수도권 간 이동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도착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함정 아닌 함정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즉 춘천의 잠재적 문화소비자들이 서울로 접근하기가 편해졌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춘천에는 상시적으로 문화수요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인력을 가진 콘텐츠가 약하다. 물론 인형극축제나 인근 화천의 몇몇 축제가 있지만 계절적 한시적 요인이 강한 행사들.

 

물론 춘천에 KT&G 상상마당이 생겼다고 해서 문화콘텐츠를 접하기 위해 춘천을 향하는 사람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간은 여러 가지의 매력적인 기획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근거지가 된다. 좋은 기획과 공간이 결합하면 그 시공간은 중요한 장이 되고 그 주변으로 사람이 모여든다는 것을, 가평의 자라섬이 증명한 바 있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훈련소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논산의 KT&G 상상마당도 연간 10만 명이 방문한다. 춘천에 열리는 상상마당은 홍대의 3, 논산의 2배 규모로 작업공간, 교육기능을 동시에 갖는 장소다. 홍대나 논산의 상상마당보다 문래예술공장의 기능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창작자와 교육 인력들은 자연스레 씬을 형성할 씨앗이 된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 창작스튜디오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되는 공간. 축하해야 할 일.


 

그래서 KT&G상상마당 춘천 개관기념콘서트 <헬로, 춘천>은 당연히 축하할 만한 일이고, 그 연기도 한 공연이 연기됐다는 것 이상의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고양시는 통곡할 권리를 부르짖었던 모 후보의 말대로 인구 100, 광역시급 체급의 도시다. ‘뷰민라같은 행사에 시 문화재단이 종잇조각 한 장으로 공연취소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백일하에 알려져도 이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려는 단체들이 고양을 기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 28만 춘천시의 문화수요자들에게 이는 많지 않은 기회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2014년에 예정된 지역 축제 행사(지자체, 주민 추진위 포함)는 전년도인 2013년의 73%(550)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물론 행사 자체의 내실을 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 축제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를 위한 선택이다. 이러한 기조로 실효를 거둔 곳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취소 일변도 행정은 그렇게 내실을 챙기자는 맥락과 연결되는 논의로 보기 어렵다. 지자체, 기획주체 그리고 무대설치나 장비 등에 종사하는 이들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그 타격은 아무래도 인적, 물적 자원의 체급이 약한 도시일수록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다만 이번 뷰민라취소에 대해 업계 종사자나 문화소비자들의 여론이 재단 측의 비상식성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 이것이 이후 지역축제나 공연문화 진행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에서 어떤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는 예비논의로 기능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어 볼 필요가 있다. 비상식의 상식화라는 국정기조와도 잘 부합된다. 아니, 국정 기조는 반대로 가라고 있는 것이니 그것에 기대서는 낭패를 볼 지도 모르니 정정해야 할까. 배에서 선장 말 들은 학생들은 모두 고함 앞에 말 없는 주검으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드립 욕구'가 치솟기 전에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부디 시간이 지나가길 기도한다는 말 대신, 기회가 있으면 이번 황금 연휴에 KT&G 상상마당 춘천의 공간을 한 번 보고 오는 것도 좋겠다. , 덤으로 뷰민라는 앞으로 고양 말고 여기서 하면 어떨까? | 한명륜 evhyjm@gmail.com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