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키의 월드투어에 함께 한 스기조.(출처, X-Japan 페이스북)


내달 17 피지컬 발매 앞두고 디지털 패키지 출시

히데 추모곡 “Without You” 라이브 버전 수록, 전세계 11개국 서비스 가능

 

 

오는 6 17 CD발매 예정인 X Japan 메이저 데뷔 25주년 기념 베스트 음반 [X Japan World Best~] 오늘인 21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을 선공개했다고, 워너뮤직 재팬(http://wmg.jp) 측이 밝혔다

 

이번 디지털 패키지의 수록곡은 “Rusty Nail” 포함해 7. 중에는 1998 5 세상을 떠난 기타리스트 히데를 추모하는 곡인 “Without You” 라이브 버전도 수록된다. 그간 부틀렉이나 동영상을 통해 알려지긴 했지만 공식적인 실황 음원이 수록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번에 아이튠즈 스토어iTunes®Store 통해 공개되는 음원은 전세계 111개국에서 서비스된다. 그들의 한국 팬들에게도 인기가 높았으며 많은 가요작곡가들에게 이디엄을 선물하기도 X Japan 슬로우 넘버 “Forever Love” 포함돼 있다.

 

한편 내달 17 발매되는 피지컬 앨범은 현지 4,600엔인 초도한정반과 3,000엔인 통상반 종류로 나뉘어 매대에 오른다. 초회생산 한정반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의 월드투어 영상을 모은 트레일러가 수록된다. 그들이 공연을 치렀던 세계 각지의 열광적인 반응이 담겨 있다고 워너뮤직 재팬 측은 설명.

 

아직 음반이 한국에서 발매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X Japan 활동 당시, 일본 문화가 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뜨거웠던 인기를 생각하면 발매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X Japan 비공식적인 동시대를 보냈던 세대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있는 아이템.

 

17 발매되는 피지컬 앨범은 2장의 CD 1장의 DVD 구성돼 있다. “Silent Jealousy” 아이튠즈 버전으로 공개되지 않은 4곡이 포함돼 11곡이 수록된 CD1 30분이 넘는 대곡 “Art of Life” 수록된 CD2, 그리고 앞서 언급한 트레일러 “Exclusive Trailer of X Japan World Tour Live 2009, 2010 & 2011” 수록된 DVD 구성이다.

 




 

10 11일 미국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도 예정

X와 가장 인연깊었던 스기조, 멤버로 참여

 

한편 X Japan 기타 자리 히데의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루나 씨의 기타리스트 스기조는 지난 4 30 워너뮤직 재팬을 인용, 오는 10 11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에서의 공연 소식도 알린 있다. 스기조는 생전의 히데뿐만 아니라 X Japan 마이너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맺어 사이. 이미 국내 제이 마니아들에게도 스기조와 X Japan 함께 연주하는 동영상으로 이들의 인연은 알려져 있다.

 

참고로 25년이라는 주기는 루나 씨에게도 특별한데 이는 이들이 결성한 오늘까지 이른 시간이다. 이를 기념하여 루나 씨는 지난 12 발매된 그들의 복귀작 [A Will] 구매하는 팬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오는 29 국립 요요기경기장 1체육관(国立代々木競技場第一体育館)에서 열리는 <LUNA SEA 25th ANNIVERSARY LIVE-The Unfinished MOON> 스태프 전용 구역을 참관하는 루나 백스테이지 투어기회를 제공한다. 캠페인 기간은 오늘인 21일부터 29 오후 3 30분까지다.  




이미지출처. 최고은 페이스북.


최고은 그녀와 우리, 리얼의 세계로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2014 참석하는 그녀에게 뒤늦은 축하를

 

글·사진 만득


 

지난 해 7월을 마지막으로 내가 몸담았던 대중음악지 <STUDIO24> 기약 없는 휴간에 들어갔다. 결정은 7 중에 이루어졌는데 인쇄소로 데이터를 넘기는 최종마감이 25일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취재 업무는 6월에 종료된 . 7월의 주된 업무는 취재처나 협력업체에 휴간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3000 넘는 오프라인 매체가 태어나고 90% 이르는 숫자의 매체가 해에 사라진다. 대략 하루에 10 가까이 태어나고 8 정도 매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생계가 걱정이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내가 세상에 대단한 죄를 짓는다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포함해 어떤 형태로든만남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인류가 세계의 진면모로부터 격리된 것이 문자의 발명 이후라면 쓰는 작업은 그야말로 스펙터클의 형무소에서 치르는 노역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뷰는 재소자들에게 주어지는 귀휴나 면회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특히 나의 인터뷰이와 취재원들은 음악인들로, 그들의 목소리와 노래를 통해 보고 들을 것을 기록함으로써 어두운 글자엔 다소간이나마 빛이 깃들었다.

 

마지막 책의 마감을 쳤던’ 6 , 통의동에 위치한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최고은의 EP [Real] 발매 쇼케이스가 있었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편성의 곡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지만 최고은의 음악은 대세와는 전혀 별개로 존재한다는 생각에 특별히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운드와 가사에는 언어를 넘어서는 세상의 면모를 보려는 노력이 있었다. 최고은은 일부러 익숙한 공간인 한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음악에는 보편적이지 않은 공간을 찾아 연주하고 부른 것을 담아 왔다고 했다. 보일러실에서 연주를 하고 세탁 머신들을 관객삼아 노래불렀다. 바닷가에서 물과 땅이 부딪쳐 내는 소리가 기타 소리를 잠식해도 그것을 따로이 걷어내지 않았고, 추운 바람에 곱은 손이 현을 장악하지 못해 나는 소리도 애써 교정한 흔적이 없었다.

 




류가헌에서의 쇼케이스가 그의 음악적 면모 전반을 설명해줄 수는 없었겠지만, 목소리나 악기, 멜로디, 리듬 일체의 언어적인 것들을 넘어서려는 최고은 음악에 대한 소개로서는 충분했다. 음악이 세계를 말한다는 것은 U2처럼 정치적 현장을 직접 소재로 삼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고은의 음악이 서정이라는 구동방식을 따른다는 . 서정은 인간의 정서를 풀어내는 것으로 자체가 비언어적이다. 서정이 서사와 다른 점은 실제 세계에 대한 인간 식의 번역이라면 서정은 자신의 생물학적 틀을 통해 반영하는 것이다. 서정이 문제 없이 기능한다면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일원임을 아주 날것스럽게받아들일 때의 모습과 주변 세계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이는 미술과 음악 여러 분야에서 공히 적용되는 원리다. 고른 기타의 아르페지오 위로 흐르는 최고은의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에게 비로소 세계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참상까지를 완벽하게 보여 있는가를 증명한다. 아름다운 숲과 바다가 보이면 매단 사람과 가라앉는 배도 보인다. 나뭇잎을 두들기고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파도의 성량 위로 자식 잃은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들린다1년의 시간 간격이 있는데도 최고은의 음악을 지금 듣는다는 것은 이러한 일로 다가온다. 밝게 빛나는 기괴한 세계에 눈이 것만 같다.





 

여기 올리는 사진은 거의 1 <STUDIO24> 실리지 못한 기사에 쓰려고 직접 찍어 것이다. 시기를 놓쳐 올리지 못하고 귀한 노래를 들을 있도록 협조해 뮤지션과 공연공간 담당자에 대한 미안함으로 1년을 지냈다. 굳이 숙련도는 보태어 사죄할 바가 아닐 정도다.

 

그러나 늦은 사진이되 다시 나름의 유효함을 얻은 취재결과라고 자위하는 한편 용서를 구하고 싶다. 내가 느꼈던 것이 경험의 폭이 좁은 자가 빠졌던 어리석은 감상은 아니었는지 최고은은 <글래스톤베리Gladstonbury 페스티벌 2014> 공식 초청을 받았다. 물론 그것이 황감한 훈장이라는 뜻은 아니나, 언어가 다르니 영국인들은 최고은의 음악이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 느낌을 우리보다도 직접적으로 느낄 확률이 크다는 점은 부럽다. 아마 최고은이 무대는 어떤 뮤지션의 무대보다도 세계를 선명하게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세계는 거듭, ‘리얼 세계일 것이다. 






KT&G상상마당 춘천 라이브스튜디오서 앨범작업, 10월 발표계획

24일에는 에이드리언 홀 워크샵도


힘든 시간을 겪었던 3인조 하드락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가 세계적 엔지니어 에이드리언 홀Adrian Hall과 함께 부활할 예정이다. KT&G 상상마당은, 춘천의 라이브 스튜디오로의 초청이 성사된 세계적 엔지니어인 에이드리언 홀과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오는 10월을 목표로 앨범 작업에 들어간다고,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지난 429일 개관한 KT&G상상마당 춘천은 라이브 스튜디오 글로벌 엔지니어 초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에 한국을 찾은 인물은 영국의 유명 레코딩 스튜디오인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의 인하우스 엔지니어였던 에이드리언 홀. 그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앨리샤키스, 블랙아이드피스, 샤키라 등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바 있으며 다수의 인디 락밴드들과도 참여하여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인정받는 인물.




Adrian Hall.(출처http://www.acm.ac.uk/)



상상마당과 에이드리언 측은 수준급 장비와 최신 시설을 갖춘 상상마당 춘천의 새로운 녹음공간에서 함께 작업할 한국 아티스트를 찾았고 그 결과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선정되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이미 다수의 해외 페스티벌 등을 통해 영미권 음악제작자들에게 입소문을 탄 바 있다. 이들은 오는 10월 발표를 목표로 앨범 작업에 들어간다고 상상마당 측은 전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 인디 락 씬의 1세대 프로듀서로 알려진 이성문 프로듀서가 함께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KT&G상상마당의 해외 엔지니어 초청 프로젝트는 단발성이 아니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오는 24()에는 일반 참가자들을 위한 에이드리언 홀의 레코딩•믹싱테크닉 워크샵도 열릴 예정이다. 그의 엔지니어링 노하우 뿐만 아니라 음악 전반의 철학을 공유할 기회로,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공간에서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워크샵 참가 인원은 20명이며 전화 및 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070-7586-0524, ccsoundhall@sangsangmadang.com) 워크숍 참가자에게는 기어라운지(http://www.gearlounge.co.kr/shop/main/index.php) 챈들러 리미티드(Chandler Ltd.) 기타 페달 할인의 혜택도 주어진다.





프로그램 개요


[첨부]

KT&G 상상마당 춘천 <아드리안홀 x 갤럭시 익스프레스 레코딩 프로젝트> 개요

◈ 레코딩기간 : 2014 55 ~ 23

◈ 장소 : KT&G 상상마당 춘천 라이브스튜디오

◈ 주최 : KT&G 상상마당 춘천

◈ 주관 : KT&G 상상마당 춘천, 러브락 컴퍼니

◈ 협찬 : 기어라운지

◈ 참여 인력 프로필

이름

역할

프로필

에이드리언 홀

(Adrian Hall)

엔지니어

METROPOLIS STUIDIO의 하우스 엔지니어 출신.

Britney Spears, Alicia Keys, Black Eyed Peas, Shakira, Goldfrapp 등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프로듀서, 레코딩 엔지니어, 믹싱 엔지니어 역임.

갤럭시 익스프레스

기타/보컬 박종현, 베이스/보컬 이주현

드럼 김희권

뮤지션

에너지 넘치는 공연으로 정평이 나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락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는 2006년 서울에서 결성되었다. 전염성이 강한 개러지 락, 펑크,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촘촘하게 엮어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곧바로 주목을 받았다.

- 2011 8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 2009 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상

이성문

프로듀서

우리나라 1세대 인디 록밴드 출신의 프로듀서로 페퍼톤즈, ! 부라더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 국내 인디씬에서 음악적인 성과로 주목 받는 앨범 대다수를 프로듀싱

러브락 컴퍼니

www.loverock.kr

레이블

갤럭시 익스프레스, 파블로프, 텔레파시등 국내영향력 있는 밴드를 소속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디레이블로 국내 유명 페스티벌 및 상상마당 주최 레이블 파티에 다수 참가하였으며 2013년 슈퍼소닉을 비롯한 해외 진출에 성공하여 2014년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필두로 일본, 미국 및 유럽 시장의 진출을 앞두고 있다.

 

KT&G 상상마당 춘천 <에이드리언 홀의 레코딩믹싱 테크닉 워크숍> 개요

◈ 기간 : 2014 524() 14:00~17:00

◈ 장소 : KT&G 상상마당 춘천 라이브 스튜디오

◈ 참가비 : 150,000 / 선착순 20



자료제공: KT&G상상마당




11회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윤영배 등 음악인 '모두를 위한 의료' 노래하다

5월 24 저녁6시 롤링홀서…텀블벅 후원 통해 지정좌석 구매



의료에 있어 국가 보장부분을 축소하고 민간보험사 및 사기업의 역할비중을 늘리는 국가 의료정책의 변화 방향은, 소득이 규칙적이지 않거나 그 액수가 적은 이들의 미래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OECD의하면 2011년의 경우, 한국의 평균 의료비 자체는 OECD의 평균치보다 낮으나 증가율만으로 보면 전체 평균을 3배 국가 중 1위. 소득이 불안정한 예술인들, 특히 음악인들 중 상당수는 그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오는 24일 토요일 저녁 6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홍대 롤링홀에서 '모두를 위한 의료'라는 취지의 공연 <2014생명평화 공존 콘서트 "이윤보다 생명">이 열린다.  이상은, 윤영배, 강허달림, 킹스턴 루디스카 등 홍대 및 공연 중심 음악 씬에서 활동해 오던 뮤지션과 현역 한의사들의 밴드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 공연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한 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가 주최하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 연합이 주관한다.


7명의 한의사로 구성된 '하니밴드'가 오프닝을 장식한 후, 생명·평화·공존·이윤보다 생명이라는 키워드마다 뮤지션들이 등장해 공연을 진행할 예정. '생명' 테마는 오랫동안 치유의 정서를 테마로 노래해 온 이상은이 맡았으며, '평화'의 테마는 신자유주의 세계의 위험함을 음악으로 풀어낸 앨범 [위험한 세계]로 11회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석권한 뮤지션 윤영배가 풀어낸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음색으로 소장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강허달림은 '공존'을 노래하며, 스카의 흥겨운 리듬으로 슬픔을 카타르시스적으로 풀어내는 9인조 그룹 킹스턴 루디스카는 메인 테마인 '이윤보다 생명'을 음악으로 갈파할 예정.


<2014생명평화 공존 콘서트 "이윤보다 생명">은 텀블벅 후원을 통해 지정좌석을 예매할 수 있다. 텀블벅 후원 페이지는 https://tumblbug.com/healthforall


한편, 이 행사를 주관하는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건강할 권리는 모든 사람의 기본권이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이 모인 민간단체. 이들의 활동은 홈페이지(http://www.kfhr.org)에서 볼 수 있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이번 공연에 관한 내용 또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의전화는 02)3675-1987이다.


자료제공: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5. 15~29, 매주 목요일 저녁 7 30분…써커스밤, 지나가던 조씨 등 장르불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공연예술공간 살롱바다비의 자율기획공연 시리즈 <정신UP데이>의 세 번째 시즌 일정이 공개됐습니다.

 

5 15, 22, 29일 매주 목요일마다 저녁 7 30분에 진행하는 <정신UP데이>는 뮤지션이 직접 신청하고 기획하는 자율적인 기획공연입니다스스로 신청하는 공연이라고 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뮤지션들이 올라오는 건 아닙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바다비 무대에 섰던 뮤지션들은 홍대 공연중심 음악 씬에서 결코 그 존재감이 작지 않습니다.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5: 이보우, Luuuco, 이제형, 혜인, 이효섭

22: 지나가던 조씨, 쟁글스, 산호가 피네, 사우스포우, 써커스밤

29: 손진혁, 레이디버드, 그냥 찬휘씨, 난 아만다, 윤해원

 

이 중 기존에 디지털 싱글이나 EP 등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선보인 적 있는 이들은 15일 순서의 이보우, 22일 순서의 지나가던 조씨, 써커스밤, 29일 순서의 손진혁, 윤해원 정도입니다. 다른 뮤지션들은 바다비에서 진짜 바다 앞에 선 셈입니다.

 

포스터는 아무래도 을 좀 흡입한 듯합니다. 사찰 벽화에 종종 보이는 스님의 모습이 무한 반복되어 있군요. 아마 장르 불문(佛門)’이라 그런 걸까요? 여하튼 음악으로 다른 사람은 물론 자신들의 정신을 수양하는 일은 분명 성불의 공덕을 짓는 일이긴 할 겁니다.| TONEOFAGES




[XSCAPE] 스탠다드 버전




마이클 잭슨의 본질을 찾는다?

목소리를 넘어, 첨단을 살고자 했던 MJ의 영혼을 살리고자



많은 창조적인 뮤지션들이 그러하듯 마이클 잭슨은 언제나 앨범에 들어갈 곡 수 보다 더 많은 곡들을 녹음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앨범에 들어가야만 하는 트랙과 들어가야만 함에도 실을 수 없는 트랙을 두고 고민했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서도 그의 기억 속에서 꾸준히 애정을 받고 있던 곡들은 다른 앨범에 다시 태어나곤 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황망히 떠난 지 벌써 5주년이 됩니다. 불가에서 떠난 이의 물건을 버리지 않거나 오래 보관하는 것은 망자로 하여금 다시 윤회에 들게 하는 일이라 하여 좋지 않게 여깁니다. 그러나 산 자의 그리움이 커서 때로 어찌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유가족들은 2012년말부터 마이클 잭슨의 생전 작곡과 녹음 습관을 상기하고는 남긴 음원들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유족들에게 남겨진 재산은 천문학적입니다. 어차피 꺼져버린 음악 시장을 모를 리 없을 테고, 그들이 MJ의 남겨진 음악을 찾으려 했던 것이 반드시 돈 때문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족들의 작업을 도운 것은 오랫동안 소니에서 A&R(Artist & Repertoire) 담당자로 일한 존 돌릅John Doelp. 그는 유족들과 함께 MJ의 활동 기간 중 20년 안에 만들어진 24개 정도의 곡들을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곡들의 상태가 단순한 데모 녹음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앨범으로 발매되기로 결정됩니다. 그것이 오늘(13)일 00시 넘도록 귀가하지 않고 소니뮤직 직원들이 홍보에 매진 중인 마이클 잭슨의 새 앨범 [XSSCAPE]입니다. 이 결정은 에픽EPIC 레코드의 사장이자 경영자인 L.A. 리드L.A. Reid의 지휘 아래, 팀바랜드Timbaland,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 존 맥클레인John McClain과 스타게이트Stargate등의 세계적인 베테랑 프로듀서들이 합류합니다.


[XSCAPE]는 유가족과 존 돌릅에 의해 선정된 24곡 중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 비중이 큰 곡들입니다. 물론 마이클 잭슨의 창조성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보컬을 많이 살리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훌륭한 보컬리스트이고 좋은 보컬 라인을 만들어내는 작곡가였지만 그 전에 전체적인 설계를 중시했던 뮤지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찌 됐건 완성된 보컬 퍼포먼스가 들어 있다는 것은 마이클 잭슨이 그 곡을 완성된 곡으로 간주하고, 세상에 선보이고 싶어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리드는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딜럭스 버전의 표지. 그러나 과거의 영광에 머무는 것이 이 앨범을 기획한 의도가 아니라고.



사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이 앨범은 '유작'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세상을 떠난 뮤지션과 산 사람들이 그 의도를 추론해가면서 하나의 결과물을 통해 그를 되살려는 내는 작업은 분명히 영적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현지의 크리틱은 "잭슨이 남기고 간 것을 대체하거나 청사진을 새로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잭슨이 남기고 간 작업들과 현재를 연결하는 작업을 통해 MJ가 음악으로 구현하려고 했던 본질을 살리는 일"을 [XSCAPE] 앨범의 진의로 보았습니다.


MJ는 생전에 자신의 음악을 묘사하는 데 있어 '탈출escape'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있어 탈출이란 그와 그의 청중들이 전혀 새로운 시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일을 뜻했던 것 같습니다. 두려운 현실과 바람직한 현실 사이에서 인간이 인식과 경험, 감성은 어떤 과정을 겪고 어떤 국면을 맞는지에 대해 MJ는 항상 노래해 왔습니다. MJ가 죽던 해 계획 중이던 <This is It> 투어 리허설 중 언급한 '엄청난 모험'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군요.


이번 앨범에 담긴 곡은 총 8곡입니다.


1. Love Never Felt So Good 

1983년 음악 베테랑인 폴 앵카Paul Anka와 녹음한 곡. 존 맥클레인이 프로듀싱. "그가 대단하지 않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사람이었습니다"(존 맥클레인)

2. Chicago

“She Was Lovin’ Me”로도 부르는 이 곡은 마이클 잭슨이 듣자마자 반한 곡으로, 이 곡의 데모는 전 소니뮤직의 부사장이었던 코리 루니가 썼다고 합니다. 1999년 LA에 있던 잭슨에게 보내졌다는군요. 참고로 또 다른 미공개곡이었던 "Chicago1945"와는 다른 곡입니다.

3.  Loving You

"가끔 그는 어떤 노래에 아이디어를 얻고는 웨스트레이크에 가기 전에 시험을 해보고 싶어하고는 했어요" 잭슨의 오랜 녹음 엔지니어인 매트 포저의 언급입니다. 잭슨은 음악을 여러 층으로 쌓으며 실험하는 것을 즐겼다고 합니다. 요즘 작곡 프로그램을 통해서 비교적 음악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층위'라는 개념을 쓰는 것에 비해 그 당시 '레이어'는 쉽게 다룰 수 있는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했던 개념이죠.

4. A Place With No Name 

1972년에 나온 아메리카(America)의 명곡 "A Horse With No Name"을 창의적 상상으로 다시 빚어낸 곡. 사막 한가운데에서 차가 고장난 한 남자가 한 신비로운 여성을 따라 두려움과 고통이 없는 유토피아 도시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잭슨은 1998년 레코드 플랜트 Record Plant 녹음 스튜디오에서 뉴잭스윙 프로듀서인 닥터 프리즈Dr. Freeze로 더 잘 알려진 엘리엇 스트레이트Elliott Straite와 함께 작업한 바 있습니다.

5. Slave To The Rhythmn

1991년 L.A. 리드 그리도 당시 잘 나가던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함께 녹음한 이 곡은 놀리는 듯한 로보 팝Robo-pop 리듬의 곡으로 답답한 상황에 갇힌 여자에 관한 가사입니다. 마이클 잭슨의 가사는 상당히 서사적인 에너지를 가진 경우가 많죠.

6. Do You Know Where Your Children Are 

[Bad]를 녹음할 당시 처음 녹음되었고 [Dangerous]의 초기 작업 단계에 좀 더 발전된 것으로 알려진 곡입니다. 마이클 잭슨은 삶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 무관심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좋은 음악가인 것은 그 때문이겠죠. ""이 곡은 파괴된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아버지는 매일 술에 절어 집에 오고 어머니는 몸을 팔러 다니는 가정에서, 아이들은 집에서부터 도망쳐 강간과 매춘의 희생양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거리에 나돌고 있다. 당신의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자정이다. 아이들은 아직도 거리 어딘가에 있다. 그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해보라."

7.  Xscape

10년 이상이 지난 후 저킨스가 다시 스튜디오로 와서 곡을 작업하고자 했을 때 그는 "모든 잡생각을 다 버리고 마이클이 내 옆에 앉아있다고 상상하며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어요." 유독 리듬이 강조된 파트다. 팀바랜드는 이 곡의 어두운 긴장감을 부각시키면서 빠른 스네어 퍼커션과 쿵쿵 거리는 비트로 분위기를 살린다. 이 위로 잭슨의 공격적인 소절들과 코러스가 첨가된다

8. Xscape

동명의 타이틀곡. "저는 계속 제가 마이클과 교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작업을 했고 그가 제 옆에 앉아서 작업을 했다면 저에게 했을 법한 이야기들을 느끼려고 노력 했어요."로드니 저킨스의 변. 



자료제공: 소니뮤직








현대카드, 오는 8 9~10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일정 및 장소 발표

 

현대카드(대표 정태영, www.hyundaicard.com) 주최의 락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City Break의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이 행사의 주관사인 액세스ENT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페스티벌의 일정과 장소를 이 같이 알렸습니다.

 

지난 해 잠실 주경기장에 이어 올해는 상암동에 위치한 월드컵 경기장에서 뮤지션과 관객들의 요란한 만남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지난 해 행사는 서울 동남부 및 수도권 동부 쪽에서의 접근성이 좋았다면 올해는 서울 서북부와 수도권 서부 및 인천 쪽에서의 접근이 용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카드는 지난 여름 개최됐던 대형 기획사의 페스티벌 중 가장 거친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페스티벌입니다. ‘안산밸리락페스티벌’, ‘지산월드락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페스티벌’, ‘레인보우 아일랜드등 주요 락페스티벌이 브리티시 락이나 그와 친연성이 깊은 국내 밴드들로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했다면, 시티브레이크는 메틀리카, 림프 비즈킷, 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 신중현 그룹 등 총 37팀이 힘 있고 좀 더 락의 근본적인 에너지에 접근하는 밴드들이 페스티벌의 키 컬러를 이뤘습니다.

 

이런 덕분에 지난 해 페스티벌 중 유일한 남초페스티벌로 기록되기도 했죠. 수치로 따지자면 다른 페스티벌에서의 남성 관객 비율이 40% 미만인데 비해 시티브레이크는 약 55% 정도로 과반수를 넘을 정도였습니다. 7 5000명 정도였으니까, 4 1000명 정도였겠네요. 물론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휴가 시즌 막바지인데다 개인 문화생활에 여유롭지 못한 남성들이 이 정도로 지갑을 열 수 있다는 건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올해 시티브레이크는 두 번째 행사를 맞아 장르적인 면에서 좀 더 다채로운 측면을 가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섭외되거나 섭외가 진행중인 팀은 30여 팀이며 지난 해 참여했던 뮤지션들의 이름값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입소문이 벌써 돌고 있습니다. 1차 라인업 발표는 5 15일 이후로 예정돼 있습니다.

 

 


15일 정오, 현대카드 회원 대상 블라인드 티켓 오픈

 

이에 앞서, 5 15() 12시티브레이크의 블라인드 티켓을 오픈합니다. 15일 단 하루 동안 판매되는 블라인드 티켓은 2일권 선착순 3000매에 한해 판매됩니다. 가격은 164000원으로 회원 1인당 4매까지 구매가 가능합니다. ‘블라인드 티켓’은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현대카드 M포인트로도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네요(5 M포인트 이상, 10 M포인트 단위로 결제).

 

현대카드 측은 블라인드 티켓 구매고객에게 전용 게이트인 패스트 트랙 패스Fast Track Pass까지 제공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라인업 소식 및 티켓 구매 등에 대한 계획은 행사 공식 블로그(citybreak.superseries.kr)와 현대카드 페이스북(facebook.com/hyundaicard), 현대카드 트위터(@HyundaiCard) 등을 통해 꾸준히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자료제공 액세스ENT

 

 

※ 톤 오브 에이지는 발표되는 라인업 중 주목할 만한 밴드들에 대해서 스페셜 프리뷰 및 기어 관련 피처 꼭지를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바로 이 기타가 펠험블루 레스 폴 커스텀.(출처 http://www.loudwire.com)



커리어 첫 도난 기록(?), 단속 안 한 내 탓

시카고 한 골동품점서 확인, 경찰에 인도



지난 3월 중순, 밴드 블랙 레이블 소사이어티Black Label Society의 프론트맨이자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Zakk Wylde가 시카고 투어 중 기타를 도둑맞아 팬들을 술렁이게 한 바 있습니다. 도둑맞은 기타는 펠험 블루 레스 폴 커스텀이었죠.


잭 와일드는 버디 가이, 에릭 존슨 등과 함께 하는 <Experience Hendrix Tour>중이었습니다. 그의 커리어 중 처음으로 겪는 도난사고였죠. 그가 투어버스 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한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굳이 이 기타를 훔친 도둑의 감식안’도 화제가 됐습니다. 우선 펠험 블루 컬러는 깁슨의 블루 계열 색상 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미를 잘 드러낸 색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여기에 잭 와일드를 상징하는 불스 아이Bull’s Eye디자인이 매치돼 희소성까지 더했죠. 이 기타의 가격은 1만 달러, 한화로 약 1천만 원 정도의 가격이 됩니다.

 

다행히 이 기타가 시카고의 한 전당포가 약 50달러를 치르고 이 기타를 구입함으로써 기타의 소재가 확인됐습니다. 전통적으로 전당포가 활성화된 미국에는 범죄 이후 유통되는 물건에 대한 도난품 규정이 있습니다. 잭 와일드의 기타가 입수된 경위에 대해 전당포 주인 랜디 코헨 씨는 직원도 이 규정을 알고 있고, 나도 그렇지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이 전당포는 미국 케이블 방송 트루TV의 인기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하드코어 폰: 시카고Hardcore Pawn: Chicago’(철자구분 및 발음을 잘 해야)에 등장하기도 한 업소입니다.

 



"모든 게 문단속 안 한 내 탓"이라며 대인배 모드지만 도둑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글쎄.(출처, 잭 와일드 페이스북)



이 기타는 현재 경찰에 판매자 정보와 함께 인도됐고, 약간의 절차를 거쳐 잭 와일드에게 돌아갈 예정입니다. 잭 와일드 앞에 도둑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태도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우선 그는 또 한 번 문단속이 제 1원칙이라며 '대인배 모드' 입니다.

 

사실 락 스타들의 투어버스는 도둑들이 침을 흘릴 만한 잇아이템입니다. 스티브 바이는 1980년대 중반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의 투어에서 모든 장비를 도난당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그 사건이 아이바네즈에서 지금의 시그니처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되긴 했습니다만, 그 후부터 악기의 운반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한편 잭 와일드의 밴드 블랙 레이블 소사이어티는 4 18일 앨범 [Catacombs of the Black Vatican] 앨범을 내고 기타월드’, ‘기타플레이어등 각종 기타 전문 매거진의 대문을 장식 중입니다. 이 앨범은 한국에도 에볼루션 뮤직을 통해 라이선스로 발매되었으며, 이 앨범의 파라노이드 리뷰는 제가 맡을 예정입니다. 마감이 10일까진데 기타프롬헬의 운영자 ShuA차장님의 묵직한 압박이.| 한명륜 evhyjm@gmail.com






산업 발전의 자양분으로 성장한 코나미 게임음악


1987년은 1986년의 타이틀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이은 코나미의 최전성기로, 메탈기어, 마성전설2, 불새, 우사스, 그라디우스2, 사라만다, 킹콩2 등 무엇을 만들건 타 게임사와 비교를 거부하는 독창성을 지닌 걸출한 대작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시기다. 80년대 말 코나미의 활약은 게임 컨텐츠의 하드웨어인 8비트 컴퓨터 MSX2의 전성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며, 닌텐도를 중심으로 한 패미컴(NES)과 함께 MSX 90년초 IBM PC가 교육용으로 대중화되기 전까지 3세대 게임기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MSX 컴퓨터는 Machines with Software eXchangeability의 준말).

 

영화가 그러하듯, 게임이 무릇 훌륭하면 그 영감의 자양분을 먹고 사운드트랙도 함께 훌륭해지기 십상이다. 1987년부터 시작된 MSX 메탈기어 시리즈가 플레이스테이션의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로 진화하고 전세계의 마니아 층을 형성하면서, 메탈기어의 OST에서도 미래와 현재, 과거를 오가는 초월적 서스펜스를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 하는 첩보와 교신, 람보를 연상케 하는 일대다 전쟁, 주인공의 숙명의 라이벌, 게임 속 세계에 대한 거대한 음모의 비밀들과 그 표현 방식은 어드벤처, 액션, 드라마, 때로 코믹 장르까지 넘나들며 대니얼 존스(Daniel Jones) 등 오늘날 많은 차세대 음악가들로부터 메탈기어 OST를 선망하게 만든 매력적인 요소들을 풍성하게 갖추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필자가 역대 메탈기어 음악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 사운드트랙이라 여기는 '타라의 테마(Theme of Tara)' 'Escape - Beyond Big Boss'를 중심으로 칩튠 속에 감춰졌던 예술미를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깊이 감상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언급하자면, 메탈기어의 상징적 음악과 같던 작곡가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Harry Gregson-WilliamsMSG2 메인 테마는 MSG1의 작곡가 타피Tappy“Tappy Theme”을 토대로 하여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완성형 음악으로 발전시켰으나, 그 원곡이라 여겨졌던 타피의 곡은 러시아 클래식 작곡가 게오르기 스비리도프Georgy Sviridov“Winter Road”를 표절했을 공산이 매우 높다. 스비리도프의 곡의 프레이즈를 사전에 차용했다고 밝히지 않아 MSG2 메인 테마는 메탈기어 20주년, 25주년 기념 앨범에서 제외되었다).





“Theme of Tara”가 남긴 음악적 유산은……


MSX 메탈기어1의 전체 사운드트랙. 극적인 전개와 PSG 사운드 칩의 효과로 어둡고 세련된 영화적 컬러를 들려준다. 트랙의 백미는 “Theme of Tara” (0:12~3:31)“Escape - Beyond Big Boss”(7:48~8:58).

 

메탈기어1 사운드트랙의 독특한 분위기를 기억하는 이에 비해 MSX 메탈기어1, 2의 작곡가를 기억하는 이는 매우 극소수이다. 개인 작곡가가 아닌 회사 내 사운드 팀인 '코나미 구형파구락부(Konami Kukeiha(Square Wave) Club: 코나미의 인하우스 밴드인 구형파구락부와는 동명이지만 다른 팀이다)'가 분업, 협업으로 사운드트랙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메탈기어1의 엔딩 크레딧에서 Iku Mizutani, Shigehiro Takenouchi, Masahiro Ikariko 등의 작곡가 이름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들과 이와세 타피(Tappi Iwase: 초반에 언급한 타피(Tappy)는 그의 예명이다)가 모두 이 사운드 팀의 일원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메탈기어1 사운드트랙과 같이 마치 한 사람이 작곡한 듯한 음악적 일체감을 구현한다는 것은 사실 신기에 가까운 일이다. 개인의 역량이 주인의식을 갖고 독립적으로 탁월하되, 최종 의사결정을 이끌어가는 리더를 중심으로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 신뢰하는 팀워크가 형성되어 있어야 가능했을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굳이 이런 상황까지 유추하게 만들 만큼 본 사운드트랙은 칩튠이 보여줄 수 있는 일체감과 예술미의 정점 부근에 서 있다.

 

이 중 '타라의 테마'는 코나미의 대표 작곡가 중 한 명인 미즈타니 이쿠(같은 해 <불새(Hinotori)>BGM에서도 활약)의 작품으로, 완성 음악을 듣고 메탈기어 감독 코지마 히데오가 곡의 처음 도입부에서 메인 멜로디가 호출(call)하면 다른 소스가 '타라ta-rah'하고 계속 반응(response)하는 포인트에 착안하여 의성어로 붙인 제목이다. 코지마 히데오의 안목대로, C&R(Call and Response) 패턴에서도 타라의 테마는 멜로디의 호출 파트보다는 '타라' 하고 단2도로 반응하는 요소에 엑센트가 집중되어 있어 편곡상으로도 이를 중심으로 곡 초반의 메인 모티브가 형성되어 있다. 4/4박자를 기조로 하지만 '타라'를 강조하기 위해 중간에 5/4 6/4를 배치한 마디도 일부 섞여 있다. 액센트가 가미된 '타라'는 적들의 감시 일상(routine) 속에서 순간적이지만 느리게, 꾸준히 잠복 전진하는(sneaking) 주인공 솔리드 스네이크(Solid Snake)의 움직임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했다는 느낌을 들게끔 한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음악에 캐릭터의 특징을 부여한 영화음악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C&R 패턴의 단순한 전개가 지루해져 갈 무렵 음악의 진행을 발전시킨 것은 동일음(F 노트) 4비트와 8비트의 액센트가 혼재된 상태로의 전환, 그리고 3도음이 배제된 Fm Gdim7 등으로 짜여진 4마디의 텐션 이후 연이어 F5 파워코드와 F#5 파워코드를 반음계적으로 오가면서 기존의 4비트 기준 베이스가 완전히 8비트로 자리잡아 끝까지 가빠진 호흡을 끌고 가는 점이다. 그 파워코드의 반음계 진행이 있는 중반의 4마디는 곡의 루프 속에서 긴장감 어린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하는 구간인데, 이는 서정성이 최대한 배제된 채 8비트로 빨라지면서 자리잡은 베이스가 덩달아 돋보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중반의 8마디에서 디미니쉬(diminished: 3도음과 5도음을 각각 반음 내린 3화음) 하모니가 쓰이는 순간에도 3도음을 배제한 파워코드 위주의 반음계 전개는 간결한 박진감과 텐션을 동시에 유지하는 다분히 인상적인 작법이다.

 

이후 후렴구 16마디( 8마디와 뒤 8마디의 리듬 패턴도 섬세하게 차이를 두면서 매너리즘을 방지했다)는 앞에서 숨겨 왔던 유려한 서정성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부분으로, Em에서 F로 가서 다시 반음계적 긴장을 자아내다가 Em - D - C - D, i - VII - VI - VII로 온음계적(diatonic)인 진행이 최초로 전개되며 리스너로 하여금 평범하고 안정적인 것에 대한 소중함의 감동을 일깨워 주는 부분이다. 음악의 미학을 논하는 입장에서 음악이 가진 경이로운 요소 중 하나는, 진행 속에서 리스너를 자유자재로 길들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자고로 단음계(minor scale)가 계속 진행되다가 후렴구에서 장음계(major scale)로 바뀌었을 때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비로소 빛을 본 듯한 달콤한 기쁨이 있고, 반대의 경우에 비감은 더욱 깊이 전달되는 법이다. (소위 이런 '길들이기'를 활용하여 라디오 DJ는 선곡 순서를, 뮤지션은 음반의 트랙 순서와 콘서트 공연곡 순서를 더욱 극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일례로 과거 서태지 '()' 콘서트에서 하드코어 위주의 6집 수록곡이 집중적으로 연주된 뒤, 5집의 유려한 장음계 트랙 Take Five가 흘러 나왔을 때 수많은 관객이 흘렸다는 눈물은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한 고마움과 환희의 눈물일 터이다.) 반음계와 온음계의 극적 구성이 나타난 타라의 테마의 후렴구 역시 리스너를 길들임으로써 전쟁 서스펜스 음악의 비장미를 극대화하고 있으며 이는 당시의 게임음악 씬에서 혁신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Escape - Beyond Big Boss” BPM 181의 냉소와 간담 서늘한 공포!

 

위의 비디오에서 7 48 ~ 8 58초에 걸쳐 등장하는 'Escape - Beyond Big Boss'의 마지막 보스 음악 테마가 남긴 음악적 유산은 BPM 181에 달하는 초고속 템포에서 16분음표로 멜로디가 미분화된컴퓨터화된 음악(computerized music)의 미학이다. , 앞서 분석한 타라의 테마가 아날로그적 오케스트라를 지향한 칩튠이라면 이 곡은 반대로 철저히 컴퓨터화된 차가운 디지털을 지향한 칩튠이다. 정반대의 극점을 추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두 곡 다 시간을 초월한 음악성을 지닌 트랙으로 남게 되었다(두 가지 트랙은 모두 코나미 구형파구락부의 미즈타니 이쿠가 담당).

 

옥타브 유니즌(동일 피치)의 갑작스런 연타와 함께 못갖춘마디를 시작으로 전개된 불완전성의 알림은 마지막 보스라 생각했던 메탈기어를 파괴한 뒤에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음악의 고도화된 스토리텔링을 보는 듯 하다. 이후 도입부의 6마디는 16분음표 셀(2~4개의 유의미한 노트 그룹)들의 멜로디가 클리셰 진행(cliché progressions: 각 셀이나 모티브 등이 전체적인 형태는 같게 유지하되 끝음들은 조금씩 점진적으로 바꿔나가는 진행)을 이루며 리스너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공포의 충격을 던지는가 싶더니, 반음 간격의 계단식 진행(stepwise motion) 멜로디와 온음계적 하모니가 리스너를 조소하는 듯한 냉소적 공포를 자아내기도 한다('냉소'라는 정서는 반음 계단식 진행을 통해 종종 관측되곤 하는데, 본질을 살펴보면 핵심적인 노트를 직접 누르지 않고 근방의 노트를 대신 눌러 음악적으로 텐션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감질나게 하는 의도라고나 할까. 직접적으로 하모니에 맞닿지 않는 노트를 이렇듯 계단식 진행으로 연주하는 방식이 리스너로 하여금 조소, 냉소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는 점은 참으로 놀랍다).

 

그런데 못갖춘마디 1마디, 초반부 8마디 이후 다시 반복되는 8마디 구간의 후반 2마디부터는 반음 간격의 계단식 진행 멜로디가 사라지고 도미넌트세븐스(V7: 5 4화음) 하모니의 구성음을 멜로디가 아예 노골적으로 따라간다. 후렴에 해당하는 루프 마지막의 8마디 멜로디도 마찬가지로 하모니의 구성음을 따라 직관적이면서도 아주 노골적이다(이 때 디미니쉬 코드가 진행 속에 섞이며 기괴함까지 더한다). 클리셰 진행, 반음 계단식 진행 등을 써 가며 최대한 간접적으로 멜로디를 진행하던 냉소적 정서가 후렴 직전의 도미넌트세븐스부터 지나칠 만큼 철저히 하모니 구성음을 따르는 멜로디로 변질될 때, 리스너는 야누스의 두 얼굴을 마주하는 듯한 간담 서늘한 공포를 극적으로 느끼게 된다.

 

, 극적인 음악의 예술미라는 것은, 구조적으로는 일체감이 있으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음악의 진행이 리스너의 막연한 예상에 너무도 못 미치거나(냉소적), 아니면 너무 지나치게 반응하거나(노골적) 하며 일반적 기대를 뛰어넘어 변화폭이 클 때 나타나게 된다. 리스너의 예상에 적절할 만큼 음악의 진행이 부응하면 그것은 대중의 공감을 얻고자 하는 음악이 되지만, 음악의 진행이 리스너의 예상대로 되지 않아 음악이 리스너를 길들이게 되면 상상 이상의 차원을 리스너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그것이 필자가 바라보는 음악의 창의성이요, 트렌드를 초월할 수 있는 예술미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리스너의 취향을 나누는 본질은 사실상 음악의 장르보다 창의성 우선이냐 공감 우선이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의성과 공감은 그렇다면 반비례하는가? 애석한 일인지 모르나 '새로운 것의 추구''익숙한 것의 추구'는 숙명적으로 반대 성향을 지니게 마련이다).






귀족풍 사운드 컬러, PSG AY-3-8910


MSX 메탈기어1의 음악은 제네럴 인스트루먼트GI: General Instrument사에서 개발한 3채널 사운드 칩(PSG)AY-3-8910(AY8910이라고도 부름)으로 제작되었으며 4비트 볼륨 컨트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여기서 PSG는 프로그래머블 사운드 제네레이터Programmable Sound Generator의 준말이다. 음역의 폭을 결정하는 주파수 컨트롤(frequency control) 12비트로, 각 채널당 4,096(212)의 음높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닌텐토의 패미콤(NES)의 대표 사운드 칩으로 사용되었던 Ricoh 2A03과 동일한 4비트 볼륨 컨트롤, 12비트 주파수 컨트롤, 16비트 파형 컨트롤을 지녔지만 5채널의 가용 채널을 지원하는 Ricoh 2A03에 비해 2채널이 부족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2A035채널 중 2채널은 노이즈(타악기로 활용) 전용 채널과 사운드 이펙트 전용 샘플 채널로 할당이 되어 있으니, AY8910 2A03에 비해 BGM에서 타악기나 사운드 이펙트의 히트hit를 쓰기 더 제한적이었을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럼 사운드 컬러를 비교하면 어떨까? 패미콤의 Ricoh 2A03의 음색이 가볍고 소박, 담백하며 감칠맛이 나는 서민풍의 사운드라 한다면 MSX PSG AY-3-8910의 음색은 다소 어둡고 무거워서 묵직한 맛이 있고 진지하며 고역대로 갈수록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귀족풍의 사운드라 일컬을 수 있다. 지난 칩튠 칼럼에서 패미트래커(Famitracker)를 통해 두 채널 소스의 시간차를 의도적으로 두어 딜레이 효과를 연출하는 것을 다루었었는데, 같은 딜레이 효과를 주게 되면 몽환적인 효과는 AY8910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AY89102A03에 비해 부족한 2개의 가용 채널로 인해 리듬, 타악기, 사운드 이펙트 히트의 사용이 BGM에서 더 어려우므로 멜로디와 하모니를 대신 더욱 풍성하게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고, 고역대로 갈수록 몽환적으로 느껴지는 사운드 컬러의 특장점을 감안해 딜레이 효과를 2A03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멜로디와 하모니의 극적 효과를 더 강조할 수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이듬해 1988년 패미콤(NES) 버전으로 나온 메탈기어1의 사운드트랙이 상당 부분 달라질 수 밖에 없던 이유, 1990 MSX에서 메탈기어1의 후속작인 2탄이 나왔지만 다른 사운드 칩(코나미 SCC 음원 사용)을 사용해 전작과 많이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 연출된 이유에 대한 실마리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제약에 따른 환경적 영향에 따라 같은 시리즈라도 음악의 기본부터 작편곡에 영향이 미친다는 점을 칩튠에서 배운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여러 다른 무수한 제약에 놓이더라도 그 안에서 음악 자체는 늘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바로 예술가의 가장 근본을 형성하는 장인정신일 것이다.



음악가 안드레 콜라레스André Colares“Theme of Tara”, <Red Alert> 오케스트라 리메이크 버전


잘 만든 칩튠 음악, 오케스트라에서도 드러나다


'이토록 작은 카트리지, 사운드 칩, 작은 용량 속에 이토록 거대한 세계를 새겨 넣다니……' 라는 감탄은 곧 오늘날의 다른 시도로 이어진다. 필자의 바람은 과거의 위대한 이야기는 비단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와 연결된다는 것을 늘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위의 비디오는 한 음악가가 '타라의 테마(Theme of Tara)' 'Red Alert'를 연작으로 오케스트레이션하여 리메이크한 음악으로, 원작 칩튠의 멜로디와 하모니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되 원작에서 부족했던 리듬 부분을 베이스 드럼과 밀리터리 스내어, 심벌즈, 탬버린으로 보완하고 있으며, 원래 풍성했던 멜로디는 스트링 외에 우드윈드와 브라스의 유니즌을 보태어 그 두께를 더하고 있다. 마스터링시에 다소 드라이브가 많이 걸린 감이 있지만 음악적으로 미감을 느끼기 충분한 탁월한 리메이크다. 음악의 뼈대가 본래 견고하면, 그 원형을 살려 다른 편곡의 옷을 입혔을 때도 빛이 나기 쉬우며 이는 메탈기어1 음악에 시간을 초월한 견고한 이상향을 심었던 작곡의 놀라운 힘이다.| 윤규 surinmusic@gmail.com







춘천 의암호 곁에 자리한 구 춘천 어린이회관. 4월 29일 KT&G상상마당 춘천으로 개관하고 기념공연을 가질 예정이었다.



지역 공연문화 다 죽는다 이놈들아



KT&G 상상마당은 춘천 의암호 인근에 새로운 센터를 열었다. 논산에 이어 서울 외 지역으로는 두 번째다. 도청 소재지인 춘천시는 원주시의 인구(32)에 이어 2위를 기록(28)하고 있지만, 서울의 1개 구 평균치에 약간 못 미치는 인구다. 공연문화, 특히 대중음악 공연이 열리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조건이다. KT&G 상상마당 춘천은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들어오는 문화공간. 물론 KT&G가 이미지 사업을 중시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단순한 문화공간 건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불독맨션의 리더이자 KBS 춘천의 심야음악 프로그램 <올댓뮤직>의 진행자 이한철은 지난 해 <STUDIO24>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춘천 지역 씬의 부재에 관해 언급한 바 있다. <올댓뮤직>은 지방 총국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전국 전파를 타고 있다. 방청객들은 전국 각지에서 찾을 정도다. 특히 서울, 수도권으로부터의 접근성은 복선전철 덕분에 어지간한 수도권 간 이동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도착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이 함정 아닌 함정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즉 춘천의 잠재적 문화소비자들이 서울로 접근하기가 편해졌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춘천에는 상시적으로 문화수요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인력을 가진 콘텐츠가 약하다. 물론 인형극축제나 인근 화천의 몇몇 축제가 있지만 계절적 한시적 요인이 강한 행사들.

 

물론 춘천에 KT&G 상상마당이 생겼다고 해서 문화콘텐츠를 접하기 위해 춘천을 향하는 사람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간은 여러 가지의 매력적인 기획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근거지가 된다. 좋은 기획과 공간이 결합하면 그 시공간은 중요한 장이 되고 그 주변으로 사람이 모여든다는 것을, 가평의 자라섬이 증명한 바 있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훈련소의 추억으로 남아 있는 논산의 KT&G 상상마당도 연간 10만 명이 방문한다. 춘천에 열리는 상상마당은 홍대의 3, 논산의 2배 규모로 작업공간, 교육기능을 동시에 갖는 장소다. 홍대나 논산의 상상마당보다 문래예술공장의 기능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창작자와 교육 인력들은 자연스레 씬을 형성할 씨앗이 된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 창작스튜디오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되는 공간. 축하해야 할 일.


 

그래서 KT&G상상마당 춘천 개관기념콘서트 <헬로, 춘천>은 당연히 축하할 만한 일이고, 그 연기도 한 공연이 연기됐다는 것 이상의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고양시는 통곡할 권리를 부르짖었던 모 후보의 말대로 인구 100, 광역시급 체급의 도시다. ‘뷰민라같은 행사에 시 문화재단이 종잇조각 한 장으로 공연취소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백일하에 알려져도 이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려는 단체들이 고양을 기피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 28만 춘천시의 문화수요자들에게 이는 많지 않은 기회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2014년에 예정된 지역 축제 행사(지자체, 주민 추진위 포함)는 전년도인 2013년의 73%(550)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물론 행사 자체의 내실을 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 축제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를 위한 선택이다. 이러한 기조로 실효를 거둔 곳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취소 일변도 행정은 그렇게 내실을 챙기자는 맥락과 연결되는 논의로 보기 어렵다. 지자체, 기획주체 그리고 무대설치나 장비 등에 종사하는 이들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선택일 뿐이다. 그리고 그 타격은 아무래도 인적, 물적 자원의 체급이 약한 도시일수록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다만 이번 뷰민라취소에 대해 업계 종사자나 문화소비자들의 여론이 재단 측의 비상식성을 지적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 이것이 이후 지역축제나 공연문화 진행과 관련된 일련의 문제에서 어떤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는 예비논의로 기능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걸어 볼 필요가 있다. 비상식의 상식화라는 국정기조와도 잘 부합된다. 아니, 국정 기조는 반대로 가라고 있는 것이니 그것에 기대서는 낭패를 볼 지도 모르니 정정해야 할까. 배에서 선장 말 들은 학생들은 모두 고함 앞에 말 없는 주검으로 돌아오지 않았던가.

 

'드립 욕구'가 치솟기 전에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부디 시간이 지나가길 기도한다는 말 대신, 기회가 있으면 이번 황금 연휴에 KT&G 상상마당 춘천의 공간을 한 번 보고 오는 것도 좋겠다. , 덤으로 뷰민라는 앞으로 고양 말고 여기서 하면 어떨까? | 한명륜 evhyjm@gmail.com






Richie Kotzen의 시그니처 텔레캐스터 by Squier(http://loudandproudrecords.com)



라우드 & 프라우드 레이블 이벤트, 6 1일까지 홈페이지서 접수

홈페이지 이메일, 트위터 팔로우 함께 등록해야…9명에게는 사인 CD도

 

와이너리 독스Winery Dogs의 세 멤버 Mike Portnoy, Billy Sheehan 그리고 Richie Kotzen 사인한 스콰이어Squier 리치 코첸 텔레캐스터의 시그니처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물론 톤 오브 에이지가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얼른 그럴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군요.

 

시그니처니까 사인이 별 건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생산 당시 헤드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바디에 손수 사인한(autographed) 모델입니다. 이벤트 치고는 모델이 1(그것도 펜더가 아니라 스콰이어인데)라 조금 아쉽긴 합니다. 그러나 사실 뮤지션들에게 사인도 은근 노동이죠. 특히 빌리 시언은 올해로 환갑을 맞았습니다. 그 살인적 핑거링을 위해서는 컨디션 유지가 필요하실 때입니다(여보 Mr. Sheehan 씨 댁에 장뇌삼이라도).


해당 이벤트는 와이너리 독스의 소속사인 라우드 프라우드Loud & Proud 레이블의 홈페이지 이벤트입니다. 홈페이지에서 메일 주소를 등록(http://loudandproudrecords.com/the-winery-dogs-contest/#.U1B3w1V_s9G)하고 트위터 팔로우(@loudproudlabel)까지 동시에 해야 경쟁자들의 명단에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이 대단한 메이저 레이블인 것은 아니므로, 굳이 참여자들의 신상정보를 털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 않을 듯하니 개인정보가 털릴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한국이 아니죠.






기타를 받지 못해도 사인 CD라는 선물이 있으니까 도전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사실 국내에 라이선스되지 않은 음반이므로 수입반으로 구해야 하는데, 기왕 해외반이라면 사인반을 받을 기회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해당 이벤트에 지역 제한을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리치의 팬이 일본에 더 많기 때문에 아시아 팬들을 고려한 것일까요? 한국 날짜로 16일, 와이너리 독스는 일본에서의 공연 실황인 [Unleashed Japan2013]을 스트리밍으로만 발표했습니다. 사운드 클라우드 음원은 메틀 웹진 이어를 통해 공개되어 있습니다. 물론 공연의 퀄리티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네요. 리치 코첸이 비즈니스 감각이 떨어지는 뮤지션은 아닌데, 생각건대 스트리밍과 바이닐을 결합한 형태가 이런 연주 중심 뮤지션들에게 하나의 수익 모델로 전망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점쳐 봅니다.

 

여담이지만 스트리밍에서 수익을 얻을 수 없고, 대신 어떤 홍보의 플랫폼이 된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A&R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될까요?







블록버스터 액션 중에서도 슈퍼히어로 스코어superhero scores는 헐리우드 영화음악의 가장 화려한 꽃이다. 모두의 기억 속 깊은 곳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슈퍼히어로들은 격변의 세상 속에서도 마치 도덕 교과서와 같이 사람들의 무의식을 지키는 불멸의 주인공이다. 그래서일까. 적지 않은 영화음악가들이 악의 무리로부터 정의와 인류를 수호하는 영웅의 거대한 모험담을 음악으로 담고 싶어한다. 외적인 배경도 물론 있다. 소수 엘리트의 리더십이 다수의 대중을 이끌어가는 사회 문화가 발달한 미국은 독립적, 희생적 영웅 정신과 인류애를 기리는 슈퍼히어로 영화의 제작이 아주 보편화되어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과는 가장 거리가 먼 장르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여느 영화보다 가장 상업적인 성공이 보장된 장르이기도 하며, 슈퍼히어로 영화의 스탭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커리어 상으로도 자랑할 만한 상징적 필모그래피로 헐리우드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슈퍼히어로이기 이전에 너무도 인간적인 스파이디, 그가 불러 일으킨 음악적 영감과 미학

 

스파이더맨은 일반적 슈퍼히어로와는 확연히 다른 기질이 있기에 음악 스코어의 컬러에 이색적인 요소를 부여한다. 그것은 바로 부족함에서 오는 열등감이다.

 

만화 원작의 주인공 피터 파커Peter Parker는 왜소한 체구에 착하고 수줍음을 타며 영리하지만, 힘센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돈 문제에 시달리고 여자들에게 무시당하곤 하여 도리어 관객이 힘을 주고 응원해 주고 싶은 10대 청소년이다. 그는 방사능에 노출된 실험용 거미에 물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되지만 그 행운을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혼내주고 장차 TV의 인기인이 되어 돈을 벌며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의 관심을 얻으려는 지극히 개인적인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이후 벌어진 삼촌의 죽음과 그에 대한 복수, 불량배들의 소탕을 통해 자신의 힘을 분노와 열등감의 해소로 표출하기도 한다. 사회에 외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피터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삼촌의 가르침을 실감하면서 점차 악을 물리치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콘크리트 정글을 누비는 영웅적인 풍모의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해 간다. 개인적 열등감을 안고 있던 소시민이 대의를 위해 싸우는 영웅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관객들은 카타르시스와 더불어 그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마련이었고, ‘스파이디Spidey라는 애칭으로 스파이더맨 캐릭터의 개념적 명칭을 '인격화'하였다.

 

스파이더맨은 슈퍼맨처럼 외계 행성 크립톤에서 선천적으로 받은 거대한 힘도,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막강한 자금력에서 동원되는 최첨단 수트와 장비도 없다. 웹 슈터라는 거미줄 발사기의 개념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부터 새롭게 등장하긴 하지만 실험용 거미에 물려 우연히 생겨난 초인적인 힘은 처음부터 개연성이 미약한 플롯이므로 시간이 지나 그 능력이 다시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언제고 덧붙임 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때문에 무거운 장비 하나 걸치지 않은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밤공기를 가로지르며 빽빽한 마천루 사이를 거미줄 하나로 공중곡예를 하는 장면은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간담 서늘한 공포는 동시에 환상적인 희열과 낭만, 자유로움, 고독감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음악가들이 좋아할 만한 극적 감정들이 실로 복합적으로 펼쳐지는 순간이다. 본 영화에서는 만화 원작과 영화의 전 트릴로지trilogy(3부작)에서 나타난 주인공의 열등감이 덜 강조된 면이 있지만, 자신의 컴플렉스에서 해방감을 느끼기 충분한 스파이더맨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민첩한 액션 스코어임에도 열망적 카타르시스를 음악 안의 미학으로써 풀어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Track 16. "Lizard at School!"


대중을 의식한 무난한 모방보다 예술가의 명예를 걸고 창의성을 쏟아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작곡가 제임스 아너James Horner<스파이더맨1, 2>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았던 대니 엘프먼Danny Elfman이 구축한 스파이더맨의 상징적인(iconic) 메인 테마를 계승할지, 아니면 그만의 색깔로 재정립해야 할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여기서 잠시 그것을 소개하자면, C#m G E B로 이어지는 각기 다른 세 가지 세계의 기묘한 하모니 조합 위에 B장조의 구성음들을 온음계적(diatonic) 멜로디인 양 천연덕스럽게 수놓은 것이 바로 엘프먼의 메인 테마다.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그가 구축한 트라이톤(tritone)의 수평 음정(horizontal interval: 요컨대 두 하모니의 근음 간격이 트라이톤(4도나 감5)이라는 의미), 공통음 전조(common-tone modulation: 두 하모니의 공통 구성음을 매개로 서로 다른 조성을 연결)의 활용을 기반으로 한 작법이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명작 튠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대니 엘프먼의 음악 세계는 추후 <배트맨> 스코어를 다룰 때 좀 더 음미해 보고자 한다. 그의 음악이 분출하는 휘황찬란한 지배력(dazzling mastery) <스파이더맨1> 2탄의 과함에 비해 전체적으로 자연스럽지만, 메인 테마는 1, 2탄 모두 절정의 예술미를 드러냈다는 생각이다).

 

스파이더맨4의 제작을 예고했던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이 스토리 조율의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해 제작을 중단하고 마크 웹Mark Webb ('거미줄(web)' 감독이라니, 이 만남은 운명인가) 감독이 리부트reboot 버전으로 새롭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제작하게 된 배경은 제임스 아너로 하여금 오리지널 스코어 역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스파이더맨 음악을 만들어야 할 일종의 사명감을 심어 주었다. 지극히 상징적이었던 대니 엘프먼의 찬란한 메인 테마의 아성에 맞서기 위해 결과적으로 아너는 대중을 이미 황홀케 했던 기존 음악을 단 하나의 모티브도 모방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름값(Horner)에 걸맞는 예술가의 명예(honor)를 걸고 그만의 세계를 최대한으로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다. 역사상 최고 흥행 영화 <타이타닉>(2억 달러 예산으로 총 수입 18 4천만 달러 기록)으로 역대 영화음악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의 반열에 올랐지만 '마성의 천재' 대니 엘프먼에 비해 정통 액션 스코어의 독창성(originality)을 뽐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그로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그의 액션 감각을 선보일 수 있는 절대 절명의 기회였던 셈이다. 아너의 스파이더맨 메인 테마는 엘프먼의 것에 비해 프레이즈의 호흡이 길어 인상의 강렬함은 덜하지만 멜로디는 더 유려하고 잘 다듬어진 측면이 있어 뒤의 여운이 짙다.

 

특히 위의 16번 트랙을 들어 보면, 평소 도약식 진행(leaping motion: 3도 음정 이상으로 근음이 크게 널뛰는 진행)보다 계단식 진행(stepwise motion: 2도 음정 이하로 근음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진행)으로 서스펜스suspense를 즐겨 만드는 아너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다. 중간의 오스티나토ostinato(액션 스코어링의 한 방법으로 주로 홀수 박자의 음형이 반복되게끔 하는 것)라든지, 후반부에 무려 10마디 동안 계속 상승하는 계단식 진행 안에동기(2마디) 단위로 액센트를 가미한 하모니가 그의 메인 테마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도록 의도한 발상들은 즉흥적 감성보다는 구조적 이성을 중시하는 그의 음악관을 잘 설명해 준다. 이 부분은 결과적으로 앞 부분에서 꾸준히 쌓아 올린 에너지가 응집되면서 트랙의 가장 큰 클라이맥스가 되었다. 액센트로 가득한 액션의 향연이 아닌 점진적이며 체계적인 액션 스코어를 연출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해 보인다.

 

이 트랙에 있는 두 군데의 뚜렷한 클라이맥스 중 다른 한 부분은 오스티나토 이후 퍼커시브 신스(percussive synth) 솔로에 이어서 바로 풀 스트링의 8비트 스피카토spiccato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8비트의 상향 진행 스트링에 16비트의 퍼커시브 신스가 한데 어울리며 오케스트라 편곡임에도 마치 딜레이 효과를 듣는 듯한 신선함과오스티나토의 오랜 불협 이후 마침내 쏟아지는 협화음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악당 리자드Lizard에 불리하게 당하고 있던 스파이더맨은 바로 이 스피카토 섹션에서부터 피 끓는 반격을 시작한다!)



Track 17. Saving New York


난데없이 등장한 톤 클러스터의 비밀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하이라이트 전투 씬에 쓰인 17번 트랙에는 본 영화 OST를 오래도록 기억되게 하는 인상적인 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바로 중반에 모든 악기를 일제히 사라지게 하는 신호로 활용된 피아노의 톤 클러스터tone cluster(2, 2도의 인접한 노트들을 한꺼번에 눌러 덩어리로 표현하는 현대음악 작법. 쇤베르크Schoenberg, 바르톡Bartok, 메시앙Messiaen 등에 의해 수학적 원리가 적용된 집합론(set theory)으로 체계화). 총 네 차례에 걸쳐 등장하는 이 클러스터는 집합론을 결부시키기엔 양적 비중이 미미하나 단순히 좋은 사운드 디자인 아이디어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사뭇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작지 않다.

 

우선, 액센트를 크래쉬 심벌이나 큰북, 저역대의 브라스 튜티tutti(전 합주) 등의 멜로딕하지 않은 성향의(non-pitched) 악기들로 연출하곤 하는 통상적인 액션 스코어로부터 파격을 주었다. 그럼 리스너는 왜 이 부분이 '음악적'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인지하게 될까? 그것은 흔히, 세상 모든 악기 중 가장 멜로딕하다고 여겨지는(pitched) 피아노를 가장 멜로딕하지 않게 액센트로 처리한 역설의 미학이 전해지기 때문이다(지난 명상 음악 칼럼 2부에서 '음악적이다'라는 말 속에 담긴 '수사적 가공을 통한 해석'의 관념에 대해 살펴본 바 있다. 오션 드럼(ocean drum)이 파도 소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예술미를 한번 기억해 보자).

 

피아노는 악기론에 따르면 코도폰chordophone(현의 공명을 통해 소리를 발생시키는 악기)으로 개념상 분류되지만 사실 기능적인 관점에서는 건반을 두드림으로써 소리를 내는 타악기이기도 하다. 피아노 연주자는 피아노 본체 안에서 현이 튕겨지며 피치를 만들어낸다는 원리보다 건반을 '치는' 것이 직관적으로 익숙한 것이다. 결국 이 트랙에서의 피아노의 등장은 오케스트라 편곡의 액센트를 위해 숨겨 왔던 피아노의 타악기 본능을 일깨우는 동시에, 여러 피치가 모인 클러스터가 되려 어떤 피치도 제대로 들리지 않게 한 역설의 미학을 낳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주관적 해석을 좀 더 가미한다면, 제임스 아너는 자신의 주 악기가 피아노인 음악가다. 모든 오케스트라 악기가 일순간 사라지면서 이전에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던 피아노가 갑자기 전면으로 튀어나온 것은, 앞서 언급했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스파이더맨 음악을 오로지 자신의 작가 정신을 통해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하나의 상징일 터이다.

 

 

때려 부수는 스코어링을 지양한 액션 스코어의 로맨틱한 감동

 

강력한 펀치감으로 충격을 바로 선사하는 한스 짐머 사단의 블록버스터 음악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액션 스코어링도 구조적 이성으로 이렇게까지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본 영화의 스코어는 유감없이 보여 줬다. 제임스 아너와 가장 공통된 음악관을 지닌 음악가 중 한 명인 앨런 실베스트리(Alan Silvestri)가 같은 해(2012) 선보인 <어벤저스> 음악 또한 액션 스코어링의 이성적 체계화를 시도한 흔적이 상당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그런 접근의 완성형을 마침내 꺼내 보인 신선한 걸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필자가 현대의 오리지널 스코어 음반을 하나 구입할 때 이 OST <그래비티> OST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할 정도로.

 

<그래비티>는 최근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며 프로그레시브의 음악적 혁신이 이제 널리 소개되었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액션성 안에 담긴 로맨틱한 감동의 예술미가 '관념적인 혁신'이기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측면이 분명 많다고 여겨진다. 혹 그것이 앞서 이야기한 슈퍼히어로 영화 장르의 일반적 징크스일 수도,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의 기대만큼 팬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영화적 시선 때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제임스 아너가 해석한 스파이더맨이 대니 엘프먼이 해석한 스파이더맨의 거대한 독창성에 비견될 만한 독자적 심오함을 보여 주었다는 대목이다. 강력한 한 방의 메인 테마는 엘프먼이 창조한 튠에 비해 다소 부족하나 OST 전체에서 점진적으로 배어 나오는 구조미는 오히려 아너의 트랙들이 더 견고하다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오케스트라 속에서 낯설지만 맨 앞으로 뛰쳐나온 피아노의 톤 클러스터와 같은, '역대 영화음악가' 중 한 사람이라는 자신의 명예를 건 포효다. | 윤규 surinmusic@gmail.com




사진제공: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현지 6빌보드 판매량 공개3개월 내 달성 가능성


현지시간 6, 빌보드닷컴(www.billboard.com)블랙 앨범Black Album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메틀리카의 다섯 번째 정규앨범 [Metallica](1991)3개월 안에 미국 내 16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을 알렸다.

 

빌보드는 영화 <Frozen>(바로 그 <겨울왕국>)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 1위 자리를 탈환하며 5주간 비연속 1위 기록을 세웠다는 ‘HOT200Album’ 소식과 함께 주요 소식으로 [Metallica] 앨범의 판매고 소식을 다루었다. 해당 앨범은 보도가 나온 시점에서 15, 971,659장의 미국 내 세일즈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3개월 내에 이 기록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고 빌보드는 전망했다.

 

1991년 발매된 메틀리카의 이 앨범은 이미 그 당시에도 이미 대단한 세일즈를 기록한 바 있다. 앨범차트 1위는 물론이고 “Enter Sandman”은 싱글차트인 “HOT100Single”에서도 16위를 기록했다. 이전 앨범까지는 그야말로 스래쉬라는 장르를 개척하면서 얻은 메틀 파이오니어의 입지를 다졌다면 이 앨범은 강한 사운드와 대중적 감각의 접점을 찾은 세련미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앨범의 프로듀서는 팝적인 감각을 지닌 프로듀서 밥 락Bob Rock.

 

유명 메틀 블로그이자 웹진인 메틀인젝션Metal Injection은 빌보드의 해당 기사를 인용한 소식을 내고 메틀리카의 [Metallica]이전 앨범들의 누적 판매고도 게재했다. [Kill ’em All](1983)부터 [and Justice for All](1988)까지의 판매고는 다음과 같다.


 

앨범명(발매연도)

3월 첫 주 판매량

누적 판매량

and Justice for All

1,508

5,574,189

Master of Puppets

1,452

4,826,978

Ride the Lightening

1,334

4,548,490

Kill ’em All

916

2,740,386

출처 Metal Injection(www.metalinjection.net)

 

 




메틀리카 팬들은 메틀리카 팬을 낳기라도 하나?

 

메틀인젝션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첫 주로만 놓고 봤을 때 [Metallica]앨범과 다른 앨범들과의 주간 판매량 차이는 1000장 정도. ‘블랙앨범은 이 주 약 2500장의 세일즈를 기록했다.

 

메틀인젝션의 운영자는 지금도 새로운 메틀리카 팬들이 생겨나 테이프와 CD를 사고 있다는 말인가? 믿을 수 없다며 변화한 음악환경 안에서 이 앨범이 앞두고 있는 대기록 달성 의미에 대한 고민을 제시했다.

 

실제 이러한 판매고 중 1000만 장 정도는 1991년에서 1994년 사이에 기록된 것이다. 그렇다면 600만장 가까이가 최근까지 소비되었다는 뜻. 2000년 이후 급변한 음악매체 소비환경, 2008년의 금융사태로 인한 악화, 2010년대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대 등의 상황에서 메틀리카의 이러한 판매고는 상황적, 논리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진기함일 수도 있다. 냉정하게 메틀리카의 블랙앨범은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의문이다.

 

물론 미국 시장이라는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한국 매체의 입장에서 이 기록의 의미에 대해 섣부른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있다. [Metallica] 앨범은 2012년 빌보드 매거진의 세부 차트인 ‘Top Pop Catalog’ 1,  ‘Top Digital Albums’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즉 변화한 음악 전달 매체 환경에서도 꾸준히 좋은 인지도를 내고 있었다는 뜻이며, 메틀리카를 전설로 접하는 세대들에게는 이미 팝의 카테고리로 소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3월 첫째 주 판매량 2500장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있을 수 있다. 메가데스의 새 앨범 [Super Collider] 앨범의 주간 세일즈가 [Metallica] 앨범에 약 20장 모자란다는 기사(http://www.metalinjection.net/latest-news/metallicas-21-year-old-black-album-outsold-megadeths-new-album-super-collider-this-week)가 나갔던 것이 지난 해 8월이었다. [Metallica]는 그 때까지 평균적으로 1500에서 1700장의 세일즈를 기록했다. 그러니까 이번 3월 첫째 주 판매량은 블랙앨범의 통상 판매량보다도 1000 장이 더 많은 셈이다.

 

앨범이 발매된 지 23년이 지났다. 그 때 메틀리카에 열광했던 이들 중, 그 당시의 자신들 또래 자녀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메틀리카 팬들은 메틀리카 팬끼리 만나 혈통을 보전하는 것일 까? 아니면 메틀리카 팬이 되는 순간 인간의 신체구고자 플라나리아와 같은 방법으로만 번식할 수 있도록 변하는 걸까?




이미지제공: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더 빨리 달성될 수도 있다

 

웃자고 한 이야기다. 그러나 몇 가지 이러한 결과를 앞두게 된 현실적이고 추정 가능한 변수는 있다. 특히 미디어 측면에서 이들의 곡과 연결될 만한 장면도 떠오른다.

 

지난 해 9 26에 치러졌던 뉴욕 양키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양키스타디움 홈경기. 8 1사에 양키 스타디움 외야 불펜의 문이 열리고 “Enter Sandman”이 울렸다. 구원투수는 통산 652세이브의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였다. 이 날 경기는 그의 홈경기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의 등번호 42번은 그 며칠 전 영구결번돼 있었고 분위기는 그대로 드라마였다. 이 날 양키스타디움 경기 관람권은 최소 한 달 전에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인 드한Dane Dehaan 주연의 <Through the Never> 도 빼놓을 순 없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4년 제 56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노이네이트된 부분은 뮤지션의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든 소유하거나 그에 대한 지분을 갖는 가치라는 측면을 공통분모라고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메가히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젊은이들에게 뮤지션의 이미지를 소유한다는 가치를 일정 부분 전달한 것은 <Through the Never>의 공이 컸다. 7대륙 투어의 마지막을 남극으로 장식한 등의 내셔널지오그래피적이슈메이킹도 한 몫을 거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슈 메이킹과 그 파생은 지속적이며 또한 연쇄적이다. 그렇다면 음악 팬들의 대기록에 대한 기대심리 역시 높아질 수 있다. 메틀리카의 음반을 유통하고 있는 유니버설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이벤트성의 바이닐 앨범을 발매하기에는 좋은 기회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Metallica]의 1600만 장 기록은 3개월보다는 훨씬 짧은 기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


물론 메틀리카의 '블랙앨범'이 음반시장의 판도를 까맣게 칠할 수도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낭만적이고 신화적인 상상일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새로운 팬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 분명한 메틀리카 팬덤이고 보면 이것이 바이닐 산업, 그리고 음악 산업이 궁극적으로 잡아야 할 자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제시하고 있다. 숫자를 넘어 의미 있는 사건이다.| 한명륜evhyjm@gmail.com



TONE OF AGES 운영자가 몸을 잠시 맡기고 있는 회사 직원분의 생일 케익입니다.

좀 꼬인 친구라서 찍어 봤습니다. 플래시를 터뜨려 배경을 'Black'으로...







기술의 한계를 창의력으로 극복하려 했던 칩튠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DAW(Digital Audio Workstation)의 발전이 빅데이터와 조우한 2010년대, 우리의 자화상은 이제 창의력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좋은 음악이 인기 있는 음악이 아니라 인기 있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 판단하는 오늘날 대중 사회의 성과 중심적 사고가 음악계를 풍요 속 빈곤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한다면, 기술적으로 어려웠기에 음악적으로 더 각고면려(刻苦勉勵)했던 작가 정신의 고전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자. 음악가의 창의성이란, 아이러니하게도 궁지에 몰리고 절실할수록 더 빛을 발하는 법이다(, 정신이 궁지에 몰리지 않는다면).



1985~1994,  20세기 르네상스 시대오직 그 시대만의 산물 칩튠

 

시기적으로는 대략 1985년에서 1994년 사이에 해당한다. MTV의 본격적인 대중화와 더불어 새로운 전자음악의 실험과 파급의 중심에 서 있던 뉴웨이브,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설렘으로 생겨난 월드뮤직의 붐, <백투더퓨처> 시리즈부터 <라이온킹>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영화, 기술의 유한한 제약을 무한한 상상력으로 극복한 비디오 게임 등……. 냉전 시대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1989)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1991) 직전과 직후를 살아가던 시절, '모든 인류가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갈망했던 예술가들은 마치 사명감에 가까운 담대한 이상향과 장인 정신으로 놀라운 수준의 대중 예술을 쏟아냈고 그 풍요로운 자양분은 실로 그들이 격동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데 큰 문화적 밑바탕이 되었다. FM 신스의 장인, 일렉트로닉과 디스코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작곡한 서울 올림픽(1988) 주제곡 손에 손잡고(Hand in hand)”가 약 1,7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지금껏 세계로부터 올림픽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추앙 받는 것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절실한 바람 속에서 그의 창의성이 눈부시게 빛났고 음악으로부터의 궁극적인 감동과 메시지가 이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하는 자양분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 예술의 르네상스 시대가 칩튠 음악의 전성기와 실제적 운명을 함께 했다는 통찰은 우리가 칩튠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사실 이상의 깊은 뒷맛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은 그 시대의 소명처럼 초월적이었던 상상력의 미학을 칩튠을 들으며 느끼는 것은 아닐까. 시대 전반에 깔려 있던 이상향에 덧붙여, 비디오 게임과 칩튠의 발전을 산업의 성패를 걸고 필연적으로 이뤄내야 할 시대적 요구를 제공한 사건이 한 가지 더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아타리Atari 쇼크'.

 

 

아타리 쇼크가 불러 온 산업 존폐 위기, 3세대 게임의 서막

 

1977년 개발되어 전세계적으로 총 1,400만대가 팔릴 만큼 열기가 뜨거웠던 대표적 2세대 게임기 아타리 2600. 이후 미국 게임 회사 아타리는 1982년 한 해 동안 6천만 개의 게임 카트리지를 판매할 정도로 게임업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으나 자만과 탐욕에 빠져 게임성을 간과한 돈 벌기 수단으로 게임을 내놓는 행태가 차츰 극에 치달았다. 이듬해, 가정용 '팩맨'의 조악한 완성도에 연이어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단 5주 만에 시장에 내놓은 게임 'E.T.'가 최악의 완성도를 드러내면서 사람들은 실망감에 더는 게임 카트리지를 구입하지 않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1983년 아타리는 3 5,600만 달러의 적자를 떠안은 채 불과 1년 뒤인 1984년 도산하기에 이른다. 아타리 쇼크를 경험한 사람들이 '가정용 게임은 오락실 게임에 비해 형편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1984년 북미와 유럽의 가정용 게임 콘솔 시장은 흡사 죽음과도 같은 암흑기를 거쳐 갔다.

 

아타리 쇼크로 불거진 가정용 게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불신을 전화위복으로 바꾼 것은 조용히 내실을 다지고 있던 일본 게임 업체들이었다. 1983년 닌텐도Nintendo가 발매한 8비트 기반 게임 전용 컴퓨터 패미컴(NES: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은 아타리 2600을 그대로 벤치마킹하면서도 저가형, 보급형 이미지를 강조하여 가족 모두가 즐기는 '패밀리 컴퓨터'라는 제품의 이름으로 출발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창의력이 부족했던 닌텐도는 1985년 이전만 해도 세계 최초의 상업용 슈팅 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1978)를 개발한 타이토Taito, 80년대 오락실 슈팅의 전설 갤러그’(1982) 및 오늘날 슈팅의 실질적 원형인 제비우스’(1984)를 잇따라 개발한 남코Namco의 오락실 게임의 위상에 밀려 세간의 히트작을 가정용 소프트웨어로 특징 없이 모방하는 아류 게임 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아타리 쇼크를 계기로 게임 본연의 '게임성'을 목숨처럼 생각하기 시작한 닌텐도는 1985년 미야모토 시게루의 세계 최초 횡스크롤 액션 게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만나 미국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한 3세대 게임기의 새 막을 열었다.



스토리텔링의 혁명 'Overworld' 테마 음악



패미트래커(FamiTracker)로 시퀀싱을 재현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메인 테마 “Overworld”


집 근처를 지나다니다 늘 마주치곤 했던 작은 맨홀 뚜껑. 그 맨홀을 열고 들어가면 어디로 통할까라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상상에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모티브는 탄생하였다. 그리고 미국 진출을 꿈꾸던 닌텐도가 뽀빠이의 판권을 사들이지 못했기에 그는 시금치를 버섯으로 바꾸어 생각하고 미녀와 야수의 모티브에서 납치된 공주의 구출을 떠올렸다. 게임 중 숨겨진 덩굴을 타고 구름 위를 올라가 보너스 코인을 찾는 이벤트는 행여 재크와 콩나무의 영감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 발상의 모방의 차원을 넘어 하나하나의 영감들을 독립된 자신의 세계로 창조하는 힘의 원천은 '세상을 통해 바라보는 나'가 아닌 '나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사고였다. (이것을 생산자들이 진정으로 깨닫지 못한다면 모방이 모방을 낳는 무더기 쏠림 현상 속에서 획일적, 의존적이고 수직적인 예술 문화가 연출된다.) 미야모토는 다행히 그 창조적 사고법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게임의 핵심 재미가 점프에 있다는 철학을 게임 곳곳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충실하게 녹여 냈다. 작곡가 곤도 고지는 그 영감을 고스란히 전달 받아서 그것을 예술적인 음악으로 창조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테마가 바로 위의 오버월드Overworld 음악이다.

 

지상의 스테이지에서 흐르는 Overworld 음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개념적'으로는 bpm 200에 달하는 4/4박자이지만 리스너는 들으면서 템포가 빠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퍼커션의 구성으로 인해 '기능적'으로 박자(meter) 4박자(quadruple)이 아닌 2박자(duple) 형태를 띠고 있어, bpm 200 4/4박자가 아닌 bpm 100 2/2박자로 음악을 인지하게끔 해 놓았기 때문이다. 6/8박자의 블루스의 템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빨라지면 3박자(triple meter)의 두 세트로 인지되어 기능적으로는 2/4박자로 표현되는 이치와 같은 맥락이다. (하모니에서도 개념적인 관점과 기능적인 관점은 별도로 존재한다. 별개의 관점들을 중의적으로 한데 활용하는 음악들은 수사적 표현이 다채로워져 예술미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리스너는 전체적으로 bpm 100의 미드 템포로 친밀한 가운데 2박자(duple)의 경쾌한 호흡, 8분음표들의 스타카토에 당김음과 셋잇단음표가 어우러져 정중동의 설레는(mind-blowing) 인상을 받을 수가 있다.

 

구조적 개성에 덧붙여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음악적 연출은 루프 초반의 두 마디다. V9/V, V의 단 2가지 하모니인데 세컨더리 도미넌트(tonicization)로 시작하는 하모니의 파격도 물론 놀랍지만 그 위에 얹은 모티브 멜로디는 오직 1 3화음(tonic triad)의 구성 노트로만 구성되어 있다. 향후 멜로디가 1 3화음의 구성 음을 주요 셀cell(주제를 이루는 최소 단위로 음표 2~4개로 구성. 참고로 모티브는 2~3마디를 의미)로 삼을 것이라는 복선인 동시에 음악 전체의 주제를 앞에 함축해 놓은 것이다. 이 장치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십상인 1 3화음 구성 노트들의 주제 표현을 독자적으로 기억될 만한(catchy) 튠으로 승화하는 데 일조했다. 여기서 '독자적 튠이 있다'는 뜻은 분위기에 그럴 듯하게 어울리는 적당한 접근이 아닌 음악 스스로도 순간의 흐름을 스토리텔링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위의 관점에서 ‘Overworld’ 테마는 스스로의 튠을 충분히 확립하고 있으므로 초반의 두 마디만 들어도 결코 얕지 않은 멋이 우려 나오고 있다. 그 두 마디를 의도적으로 루프의 초반에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던 곤도 고지는 게임 속 효과음보다도 들러리였던 게임 사운드 칩의 'BGM'을 본격적인 '음악'의 반열로 올려 놓았다. 그리고 슈퍼마리오와 그 음악의 독자적 세계에서 영감의 자양분을 받은 일본 게임 회사들은 한껏 고무되어 저마다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백 명의 범재보다 한 명의 천재'를 원하게 된 고무적 산업 환경은 이후 코나미 '메탈기어'의 창시자 코지마 히데오, 세가 '소닉'의 창시자 나카 유지 등을 낳았다.




Ricoh 사의 RP2A03



Ricoh 2A03 미학의 재발견, 21세기의 패미트래커(FamiTracker)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사운드는 패미컴에 호환되는 소프트웨어의 내장 사운드 칩에서 탄생된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복사기 회사로 잘 알려진 리코Ricoh는 당시 닌텐도의 패미컴 콘솔 내에 Ricoh 2A03(위 사진)라는 8비트(개별 파형(waveform) 컨트롤 기준) 사운드 프로세서를 장착했는데 사운드는 동일하지만 NTSC 방식(60Hz TV: 정적인 해상도는 떨어지지만 움직임이 부드러움)을 상용하는 아시아와 북미에서는 2A03, PAL 방식(50Hz TV: 정적인 해상도는 상대적으로 좋지만 움직임이 덜 부드러움.)을 상용하는 호주권과 유럽에서는 2A07의 이름의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Ricoh 2A03(2A07)는 명실상부 패미컴(NES) 사운드의 표준 사운드 칩으로서 타 기종의 PSG AY-3-8910, 코나미 SCC 사운드 칩 등과 함께 80년대 말 3세대 게임기 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였으며, 5채널의 가용 음색, 40KB 내의 가볍고 캐주얼하며 바삭하면서도 감칠맛을 내는 사운드 질감으로 3세대에서 실로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은 모델이라 볼 수 있다.



패미트래커의 기초 튜토리얼. 툴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http://famitracker.com/downloads.php



기존의 게임 사운드 칩은 소리의 정보가 코딩의 형태로 디지털화되어 담겼지만 오늘날에는 크게 트래커tracker와 플러그인plug-in 두 가지 형태로 시퀀싱이 가능해졌다. 트래커는 사운드 칩의 개별 에뮬레이터로서 키보드 자판으로 피치를 입력(마침 키보드 버튼의 배열이 건반의 맞물린 흑백 키 배열의 형태와 같다!)하는 방식을 띤다. 플러그인은 DAW에 연동하여 마스터 건반으로 설정 소스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트래커에 비해 좀 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띤다. 다만 볼륨 컨트롤의 세부적인 설정, 오리지널 음색의 구현 측면에서 트래커는 해당 사운드 칩의 전용 에뮬레이터를 표방하여 나온 것이기에 수고롭지만 보다 전문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하겠다.

 

패미트래커FamiTrackerRicoh 2A03의 에뮬레이터로서, 시중에 있는 프리웨어 중 가장 잘 알려진 트래커 중 하나다. 위의 튜토리얼은 기초라고 표시돼 있으나, 본질을 자세히 보면 이펙터가 없던 시절의 에코(300ms 이상의 롱 딜레이) 연출법과 노이즈의 볼륨 컨트롤 활용을 통한 퍼커션 표현 등 기술적 제약을 극복해 나가는 칩튠의 창의적 면모가 엿보인다. 이 칼럼을 읽고 8비트 칩튠 제작에 밤잠을 설칠 만큼 가슴이 뛰는 독자가 있다면 부디 위 비디오를 천천히 살펴보면서 창의적 정열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20년 전에만 태어났다면 슈퍼마리오를 능가하는 음악을 만드는 칩튠 음악가로 저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했을 텐데 하는 상상을 진지하게 해 보곤 했다. 그러다 패미트래커를 써 보는 것을 시작으로 오케스트라만큼 칩튠을 연구하게 됐고 실제 영화음악에 접목해 사용한 기억이 있다(프로덕션의 감탄과 실망이 뒤섞인 오묘한 반응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순수 오케스트라로 작업해야 했지만).

 

기실 누군가에게 칩튠은 구시대의 낡은 유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숨겨진 미학의 재발견이다. 현세의 혜택이 더 이상 없는 '유물'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끼리만 공유가 가능한 법이다. 주변에 골동품과 고물을 열정을 다해 수집하는 독특한 미감의 소유자가 있다면, 그를 궁지에 몰아넣지 말자. 현재의 고물을 미래의 보물로 만들 미야모토 시게루와 같은 심미안을 지닌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잠재력을 깨우기에 선험적으로 가장 탁월한 시대와 국가적 환경이 있다지만, 세상의 탓이라 체념하기에는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실험들이 많이 남아 있다.| 윤규 surinmusic@gmail.com








사색적 분위기 살리다5 19 [Ghost Stories] 발맹예정


어제인 3일 콜드플레이는 새 싱글 “Magic”을 아이튠즈 등을 통해 전세계에 선공개했다. 오는 5 19일 발매될 여섯 번째 정규앨범 [Ghost Stories] 2번 트랙이들의 정규 앨범은 2011년의 [Mylo Xyloto]이후 3년만이다. 해당 곡은 콜드플레이의 홈페이지(www.coldplay.com)와 유튜브의 콜드플레이 채널에서 들을 수 있으며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도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이 가능하다.

 

사실 한 앨범을 내고 오래도록 투어를 진행하다가 일정 기간 휴식기를 갖고, 다시 앨범을 제작하는 사이클을 생각한다면 3년은 그리 긴 휴지기는 아니다. 그들은 지난 해 11 18, 그들의 첫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인 <헝거게임: 캣칭파이어The Hunger Games: Catching Fire>의 수록곡 “Atlas”를 통해 활동의 재개를 알렸다. 비록 이 곡은 빌보드 ‘Hot100’ 69위에 그쳤지만 콜드플레이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새 앨범에 수록될 또 하나의 곡인 "Midnight"의 뮤직비디오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돼 어느 정도 팬들 사이에 화제는 조성되고 있는 중이다.

 

콜드플레이의 송라이팅 방식은 비트를 동반한 곡에서나 잔잔한 분위기의 곡에서나 청자의 정서에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방식을 택해 왔다. 다소간 과잉된 감정이 노출되긴 쉽지만 유려한 멜로디와 크리스 마틴의 공간감 있는 목소리가 그런 잉여분의 감정을 충분히 소화해냈다. 그들의 음악이 강한 선동력을 갖는 것도 이런 메커니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전의 스타일에 비해 “Magic”은 사색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다소 명상적이기까지 했던―탓에 그들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반응을 얻었는지도 모르지만―“Atlas”는 새 싱글의 예고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새 싱글은 거기에 멈추진 않았다. 콜드플레이의 노래는 의외로 커버하기 어려운 곡으로 꼽힌다. 허스키 보이스이기 때문에 건성으로 들으면 힘을 빼고 부르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 크리스 마틴의 보컬은 곳곳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지점들이 있다. 특히 “Viva La Vida”처럼 불연속적인 프레이즈에서 새로운 음절과 피치로 시작하는 노래는 만만치 않은 집중력을 요한다. 게다가 절대 피치 자체도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Magic”에는 그런 난점들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특히 목소리로 다른 악기들과 경쟁하거나 악쓰지 않으며 가볍게 리듬을 타는 모양새는 90년대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같은 지적인 접근법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곡의 말미에 제법 큰 음량으로 등장하는 코러스 걸린 기타 사운드 역시 보컬의 비중을 해치지 않고 적절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런 가운데 시간이 흐르면서 곡의 각 요소가 갖는 공간감도 확장된다물론 [Ghost Stories]의 전체적 분위기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다른 곡들의 분위기가 어떻게 형성될지를 예측해 보는 것도 재미일 수 있겠다.

 

한편 오는 11, 콜드플레이는 텍사스 오스틴 ACL 무디 씨어터에서 열리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아이튠즈 페스티벌iTunes Festival’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의 딜럭스 버전 CD에는 미국반에 한하여 3곡의 보너스트랙을 제공할 예정다만 이 트랙들은 타겟닷컴(www.target.com)에서 독점적으로 공급된다. 참고로 iTunes에서 예약 판매중인 [Ghost Stories]의 트랙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신작 [Ghost Stories]의 커버 아트웍(이미지 출처: www.coldplay.com)


1. Always in My Head

2. Magic

3. Ink

4. True Love

5. Midnight

6. Another's Arms

7. Oceans

8. A Sky Full of Stars

9. O


| TONE OF AGES

 






상상마당 메틀 기획공연 스틸 크레이지3, 16일 스타트, 5


 

KT&G 상상마당 릴레이 메틀 공연  메탈하니에 응답하는 기획공연이 3년 만에 찾아왔다. ‘스틸 크레이지Still Crazy’. 지속가능성이 화두인 시대에 메틀도 빠질 수 없다.

 

2011메탈하니가 공연중심 음악 씬에서도 척박한 메틀 씬에 기여한 바는 대대적이진 않지만 분명 의미 있는 것이었다. 수적으로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메틀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을 현장으로 다시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이 때 핵심이 됐던 밴드 제로지Zero-G 2012년 재결성해 2012년 헬라이드Hellride 등에서 퇴화하지 않은 음악적 감각을 선보였다.

 

이번 기획 공연에도 제로지와 블랙 신드롬Black Syndrome을 비롯 여러 세부 스타일별로 자신들의 음악적 의지를 굽히지 않은 뮤지션들이 함께 한다. 따지고 보면 은 부침을 거듭하긴 했지만 없어진 적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씬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젊은 음악인들이 유입되고, 신진들은 베테랑의 위치에 올라섰다. 나름 견고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이번 스틸 크레이지는 연중 5회로 치러지며 각 공연마다 타이틀이 붙는다. 3 16일 좋은 친구들이라는 뜻의 <굿 펠라스GOOD FELLAS>라는 타이틀로 치러지는 첫 콘서트는 블랙신드롬, 제로지, 지하드, , 일본 밴드 인페르노Inferno가 참여한다.

 

첫 공연의 라인업은 상당히 오소독스하다. 블랙신드롬은 세계 대중음악사적 흐름에 있어서 초기에 해당하는 영국 헤비메틀의 조류를 자신들의 것으로 소화하고 후배 세대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던 대그룹. 제로지 역시 멤버 개개인의 출중한 테크닉, 당시로서는 압도적인 고출력 사운드로 메틀의 전형을 제시했다. 이현석 이후 세대에선 가장 돋보이는 속주 기타리스트인 박영수와 그가 몸담은 지하드, 그리고 멜로딕한 송라이팅이 돋보이는 원, 인페르노는 일본 밴드 레이첼 머더 구즈Rachael Mother Goose슈레더우에키와 함께 무대를 갖는다. 잉베이 스타일의 연주로 일본 내 매니아들의 지지가 높은 그의 연주와 박영수의 플레이를 같은 날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누가 좀 더 잉베이스런 '복장'을 하는가도 눈여겨볼거리가 아닐까 한다. 다만 우에키는 [Marching Out], [Live in Leningrad] 시절 패션을 강조하고 있다는,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

 

한편 이 기획공연은 6, 9, 12월로 이어진다. 크래쉬, 김바다, 디아블로, 나티, 바스켓노트, 로다운30, 바세린, 옐로우몬스터즈 등이 뒤를 잇게 된다. 메틀 초기부터 기타 비르투오소의시대를 지나 스래쉬, 뉴메틀 및 코어, 블루스, 헤비 펑크 등 여러 하위 스타일이 이어진다. 가히 연대기라 할 만하다.

 

티켓은 예매 25,000, 현장구매 30,000, 5회 관람할 수 있는 VIP패키지 90,000. 이 연속공연이 베테랑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한국 헤비 메틀/헤비니스의 미니 연대기적 성격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VIP 패키지는 이를 상당히 저렴하게 관람할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예매 및 공연관람과 관련된 정보는 KT&G 상상마당 홈페이지(http://sangsangmadang.com)와 인터파크 홈페이지 (http://ticket.interpark.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라노이드의 표기법을 따라 기사 본문은 메틀로 쓰는 것이 원칙이나 공연명은 고유명사이므로 메탈하니그대로 표기합니다.






SM이 레이블 발전소(Baljunso)’에 투자하기로 한 것을 놓고 음악계가 설왕설래로 설레고 있다. 단순한 지분투자일 뿐 어떤 야욕을 예단해서는 안 되며 설령 그렇더라도 뮤지션들에게 오히려 기회라는 의견과 씬과 필드의 물을 흐리는 서브레이블 런칭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아직 가치판단은 이르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제언은 너무 거창한 듯하여 부제로만 빼 보았다.

글·이미지_한명륜

 

 

반갑지만 여전히 복잡한 당신

 

이번 투자를 놓고 음악 및 연예관련 매체들의 헤드카피는 ‘SM의 인디진출(접수)’라는 식이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제목이긴 하지만 센세이셔널리즘은 언론의 먹고사니즘으로 그 정도는 애교라 보자(국회도 상시특검에서 범 자기식구들이 걸려들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했으니까). 오히려 이 이슈를 통해 리콜된 인디라는 용어와 그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반갑다.

 

이 용어는 나름 20세기 음악산업의 중요한 장면들을 압축 및 상징하는 용어다. 특히 동시대 문화개념 귤화위지橘化爲枳, 귤이 위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대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원래는 1970년대 영국의 경제 위기 이후 기획형, 공장형의 영국 대중음악 산업을 대신해 젊은 세대의 창작에너지를 가감 없이 대변할 수 있는 독립적 음악생산과 유통의 구조를 뜻했다. 즉 산업적 측면에서의 독립(independent)을 강조한 개념이라 보면 된다.

 

물론 현재는 영미권이나 유럽 등 주요 음악시장 현지에서도 인디는 이런 의미로 쓰이지 않는다. 현재의 인디는 차라리 어떤 스타일적 특성을 말하는 용어가 됐다. 이는 한국과 영미 유럽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음악 씬에서 인디가 애초부터 스타일 용어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분명 한국에서도 기존 기획사들의 제작 시스템을 거부하는 태도를 선보인 독립 음악과 그것의 증거가 되는 일련의 결과물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당시 독립 음악의 성격과 음악적 환경을 떠올리거나, 혹은 그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통해 상황을 더듬어 본다면 그것은 서울의 2호선 라인 인근 대학들을 중심으로 한 컬리지 락의 성향이 강했다. 특히 유학을 다녀온 타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밴드를 결성하는 경우도 많았다.

 

잠깐 엘리트, 컬리지 락적 성향을 언급한 것은 한국의 인디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압축적인 설명이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이들 중 몇 명이나 자신들이 어찌 됐든 마이너인 씬에 머무르기를 바랐을까? 일반화할 수는 없어도 인디 음악의 창작자, 그리고 주변에서 담론을 만들던 이들의 동기는 언젠가 그들이 경륜을 얻게 됐을 때 사회의 제도권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인디 음악이 산업구조적인 의미보다 어떤 댄디적 외피가 될 가능성은 애초부터 있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밴드 카운터 리셋@2013 잔다리 페스타: 상기 이미지는 컬럼의 특정 내용과 무관)


 

인디, 좋아하시는 데는 이유가?

 

물론 인디라는 용어의 의미가 완전히 변용된 그 개념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발전소 레이블 지분투자를 진행한 SM의 행위는 어떤 측면에서는 인디의 본래 개념에서 파생된 의미에 가치적 속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소 뜬구름스럽지만 ‘SM은 음악 자체를 중시해 왔다는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SM을 비롯한 거대 기획사의 꼬투리가 돼 온 것은 음악 제작에 있어서의 진정성문제였다. 어찌 보면 드립같은 용어지만 이를 상품 제작 및 유통에서의 윤리 정도로 치환하면 이해가 가능할 문제다. 90년대 락 음악과의 대결구도(“SM K-POP | 케이팝과 록 스피릿’: 어떤 K-POP은 왜 복잡해졌는가최민우, 웨이브, 2013. 3. 27같은 특정시기적 테마나, 표절 논란처럼 상당히 긴 시기를 아우르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하찮다면 하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논란들은 어쨌든 이들 기획사들로 하여금 반가울 것은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거대 가요기획사들은 그런 의심을 받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수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엄밀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첫번째의 덕목은 원가의 선택적 절감이다. 소속 연예인의 외모관리, 뮤직비디오 제작, 매체 홍보 등은 포기할 수 없는 비용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음악에서 원가는 절감돼야 한다. 그러나 절감됐다는 티를 내선 곤란하며 오히려 여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유기성 대신 화려한 요소들의 누적적인 결합,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얻은 혹독한 절창 퍼포먼스, 외국인 작곡가의 존재에 대한 홍보와 인위적 조성. 이건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시스템에서의 논리, 아니 순리.

 

하지만 순리대로 사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이들 기획사들의 입장에서도 남 이야기만은 아닌 듯하다. 그러고 보니 이것 또한 순리인데, 당연히, 그들의 결과물을 보는 눈과 그들이 만들어낸 것에 기울이는 귀가 많기 때문이다. 개개의 결과물마다 얄팍한 표절로 원가를 절감하고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은 이제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해서, 여기서부터는 좀 더 다른 전략이 필요해진다. 우리 좋은 일도 해라는 이미지적 전략이다. 시스템화와 비용 절감, 그리고 루트를 독점한 매체홍보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만한 사업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비교적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존중되지만 자본금이 부족한 인디라고 쓰고 마이너라고 읽는 레이블들에 투자하는 행위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물론 SM이 발전소 레이블에 투자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하기에는 위험―논리적, 글쟁이 생계적―이 따른다. 다만 정황상 이미지 전략에 임하는 기업의 전반적 경향을 따르는 모습으로 보인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는 있겠다.

 

 

창작의 신화? 보다는 환상

 

하지만 이런저런 점을 양보하더라도 SM의 이런 이미지 전략 진행은 한 가지 자충수를 두고 있다. 즉 창작자 중심의 음악집단을 후원함으로써 증명해야 할만큼 그들 내부의 크리에이티비티를 확신하지 못함을 어느 정도 내비친 셈이다.

 

사실 지금 우리가 익히 접하는 예술가의 개념은 근대 이후 예술에서 패트런(후원자)과 제작자의 관계가 산업구조의 복잡성으로 인해 멀어지면서 등장했다. 엄밀히 따지면 지금 창작자들의 패트런은 대중이다. 하지만 대중은 실체를 찾고 정체를 정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혼란함의 와중에 창작자는 주문제작자의 옷을 슬그머니 벗고 아티스트의 연미복을 입은 형태다. 물론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사람들의 물신적 욕망이 노골화되며 이런 갈아입음의 과정은 인류문화사에 대비했을 때 상당히 짧은 기간에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가, 혹은 창작자라는 타이틀의 아우라가, 그것의 용도폐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을 엔터테인먼트 거대기업들에 의해 겉으로나마 칭송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예술 자체에 대한 존중이나 감성적 가치에 대한 인식과는 다른 메커니즘이다. 또한 어떻게 이번 사안이 이미지 전략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연도 될 터인데, 한 기업과 한 레이블 간에 알려지지 않은 저간의 사정은 논외로 하고, 대중의 인식 속에서 창작 중심의 음악집단으로 여겨지는 이들은 바로 거대 음악집단의 피해자라는 다소 막연한 논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막연하고 적확한 근거를 대기 어려운 논리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매스 미디어 및 홍보 루트 독점 등의 행위가 어느 정도 거대 자본의 도움 없이 창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에게 돌아갈 기회를, 본의든 아니든 앗은 게 된다는 건 맞다. 그러나 생각보다 창작 중심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과 거대 연예기획사들이 개인적, 프로젝트적으로 인연을 맺고 윈윈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공허한 대결구도는 도대체 뭣 때문에 쓸모가 있는 건가? 상당수 대중들은 거대기획사의 결과물을 보며 흥분하면서도 곧 자신이 사회경제적 게임판에서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은 그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디뮤지션들일 수 있다. 결국 거대기획사들은 어떤 계기로 완벽한 좌절이 사회를 덮어 결국 자신들의 존재마저 받아들이지 못하는 묵시록적 세계를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우는 다소 다르지만 영화 <변호인> 1000만 관람 열기의 구조적 원인을 못 보고 기업 담당자 직원의 가장 됨’, ‘인성등을 내세운 홍보 블로그의 톤을 떠올린다면, 아주 미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이미지 전략이 먹힌다면 과연 인디뮤지션의 창작이라는 덕목은, 최근 대중음악 비평에서 제기되는 창작자의 신화가 빚은 질곡이 될 것이다. 결국 창작자의 권리에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투사하는 소시민들의 소박한 바람이 사태를 이리 끌고 오는 데 한 몫을 했다면 너무 억울할까.

 

그렇지만 이번 SM의 지분투자, 그리고 이전에 있어 왔고 이후에도 있을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서브 레이블 설립 등 한국의 경우만으로 문제를 좁히게 되면, 창작자 됨을 신화로 보는 것은 탁상 비평일 터다. 신화는 금기와 결합하여 권력을 낳을 때 비로소 신화라 부를 만한 것이 된다.

 

냉정히 봤을 때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휘말리는 표절 시비는 그야말로 시비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에서 창작자는 그런 권력을 낳을 만한 신화적 존재는 못 된다. 잘 해야 환상정도? 신화건 환상이건 간에 창작자가 합당한 가치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로서의 발성을 터득하는 게 더 근본적인 과제다.




(블랙백@2013.12. 29 상상마당 단독공연)


 

어쨌든 응원합니다, 인터뷰 질문지 검열만 하지 않는다면

 

지엽적인 문제를 조금만 더 끌고 가려 한다. 먼저 SM의 발전소 지분투자에 대해 딱히 가치 판단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음악사의 수많은 용어가 그 개념이 뒤바뀜으로 새 용법을 얻었던 것처럼 인디가 보여 주고 있는 의미의 혼란도 결국 유구한 세월 앞에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SM이 지분투자를 통해 어떤 야료를 부릴지에 대해 예단하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 제언하고 싶은 바는 있다. 이 따뜻한 봄날, 그렇게 인디가 좋다면 지켜줘야 할 예의 같은 것 말이다. 창작자 중심의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라도 하려면 먼저 인터뷰 질문지 검열, 섭외에 있어서 뮤지션의 의도가 아닌 의도적 배제 등은 행해지지 않아야 할 터다.

 

인디 음악 씬에서 뮤지션과의 인터뷰는 상당히 의미를 갖는 작업이다. 음악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은 분명 흥미롭다. 그 대화의 과정을 통해 씬은 풍요로워지고 뮤지션은 자신의 음악과 삶을 단계별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창작자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개인이 아닌, 한 씬에서 나고 자란 개인이 보여 줄 수 있는 그 씬의 단층 시료 같은 존재다. 간단하지 않은가. 인간의 삶이 그대로 역사이기에 가능한 진술이다. 이 기회를 협조라는 미명 하에 이 질문은 빼주세요’, ‘저희랑 맞지 않는 질문일 것 같네요라는 식의 행위를 통해 통제하려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

 

물론 내일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음악매체를 중심으로 글쓰기를 해나가고 있는 나 따위에게 협조를 잘 해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역시도 내가 사랑하는 뮤지션들이 공중파의 주목을 받는 게 뿌듯하다. 그러나 그런 뿌듯함과, 제한된 창구로서만 창작자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무를 수 없는 참혹이다.

 

이번 투자행위에 관련된 실무자들 역시 누군가의 가족일 터다. 불행한 이들보다 행복한 이들이 나은 게 나은 거니까, 응원하고자 한다. 추후 다른 형태의 지원방식도 개발하고 있다면 반갑겠다. 그러나 지분을 투자한 기업의 문화는 투자받은 기업에게로 은연중 흘러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지 출처: allmusic.com)




66세 일기로사인은 심장마비

 

 

뉴 플라멩코 기타의 거장 파코 데 루치아Paco de Lucia(본명 프란시스코 산체스 고메즈Francisco Sánchez Gómez)가 한국 날짜로 26, 멕시코 캔쿤에서 별세했다. 향년 66세로 다소 서둘러 떠나지 않았나 하는 서운함이 느껴질 만한 세월. 임종의 자리는 가족과 함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은 그의 고향인 스페인 알제리카의 지역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처음 알려졌으며 신속히 EPA 등 세계 유수 통신사를 통해 타전되었다.

 

국내에서도 음악 관계자들의 SNS를 타고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3 20일에는 고인과 알 디 메올라와 함께 명연을 펼쳤던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의 내한공연도 예정되어 있어 안타까움과 애도가 담긴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국내에도 ‘기타 트리오로  [Friday Night in San Fransisco](1980)앨범을 통해 존 맥러플린의 연주를 접한 이들이 많다. 또한 이들은 1997 2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 많은 국내 팬들은 이 때의 공연을 추억하며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에 기반한 속주 열풍은 1980년에 절정을 이뤘지만 아음속의 기타 프레이징은 이미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집시들의 음악인 플라멩코의 전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을 재즈와 재즈에서 갈라져 나온 20세기 전위적 연주음악의 현장으로 편입시키고, 대중음악사에서 돋보이는 음악적 스타일로 이끌어 온 인물이 파코 데 루치아다. 후학인 알 디 메올라 등이 플랫 피크를 사용했던 데 반해 파코 데 루치아의 플레이는 핑거 피킹으로 플라멩코의 전통적 터치감을 최대한 살린 연주를 선사했다.

 

재즈 연주의 중요한 가치와 가능성 중 하나는 모드(스케일을 활용하는 순서) 어프로치. 특히 20세기 중반 아방가르드한 재즈 음악의 발전기에 많은 기타리스트들은 이 모드의 활용 방식으로 자신의 개성을 구축했는데, 파코 데 루치아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스페인 전통음악의 본류를 모드적 가능성으로 끌어들였다. 그가 플라멩코 연주를 시작한 것은 다섯 살 때 어머니인 루시아 고메즈로부터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언어적 정서적 유사성을 고려할 때 아주 특이한 것만은 아니지만, 여하간 플라멩코 기타 연주와 노래에 능했던 그의 어머니는 포르투갈인이었다.





 

전통 혹은 민속음악은 대중음악사상 재즈의 본질과 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피터 페팅거는 『빌 에반스: 재즈의 초상』에서 1966년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에서 발행한 신문의 아티클을 인용한 바에 잘 나타나 있다. 내용인즉슨, 민속음악은 기본적으로 스케일의 음악이며 재즈가 반음계를 향한 강렬한 운동에너지는 민속음악의 스케일이 갖는 범 조성적pan-tonal 성격에 빚지고 있다는 것. [Passion, Grace & Fire](1983), [Siroco](1987)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운 음반에서 파코 데 루치아의 연주는 단순히 이국적 취향―영미 기준에서의―이 아니라 재즈의 본질 형성에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뛰어난 연주자이다 보니 공연은 물론이고 실황음반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존 맥러플린과 함께 작곡한 “Altar Mar”가 수록된 [LiveOne Summer Night](1984), [Dos Guitarras Flamencas En America Latina](1994) 등은 그의 실황앨범 중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앨범들. 자연히 그는 충분한 휴식에 목말라 있었다. 특히 50대 후반에 접어든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일 년의 절반 이상을 투어로 이동해야 하는 데 지쳐 그는 멕시코 유카탄에 머무르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공연은 2013 7 31의 제 49회 카르타고 국제 페스티벌Carthage International Festival에서였으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 살아 있는 그의 연주는 다시 볼 수 없다.| TONE OF 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