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 기타…학구적 튠과 히피(hippie)적 튠의 조우

 

언뜻 모범적이고 단조로운 구성처럼 비춰지나 좀 더 들여다 보면 정곡을 찌른다. 사운드트랙의 인상적인 기획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주도형(active) 음악보다는 맞춤형(passive) 음악으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오리지널 스코어(original score) 작곡가보다, 영화에 쓰인 다양한 튠의 기획을 담당한 음악 감독(music supervisor) 메이슨 쿠퍼(Mason Cooper)의 직관적 통찰에 눈길이 더 간다. 작곡가의 관점보다는 음악 감독이나 음악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더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가 되겠다.

 

O.S.T.,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애플(Apple)의 조물주 스티브 잡스(Steve Jobs)에 얽힌 이미지와 철학을 음악적으로 탁월하게 파고들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영화에 대해, 혹자는 잡스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감성이 없다는 연유를 들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의 시선은 페이소스(pathos: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극적 표현 방식)가 극중에서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만큼 관조적이며 냉철한 관찰자 시점이기 때문이다. 재미와 감동의 이분법적 분류에 따라 한바탕 웃고 우는 말초신경을 자극하고픈 관객에게 이 영화의 연출은 무심하다. 잡스의 가치관과 그로 인해 불거지는 극적 이야기들을 관찰하며 관객은 몇 발치 떨어진 곳에서 '스스로' 깨달음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 만일 잡스의 독불장군식 메시지에 공감을 못 받거나 거부감을 느꼈을 지라도 영화는 개의치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위의 혹자의 말을 뒤집어 표현하면, 관객에게 무엇을 느끼게 만들겠다는 일말의 강박이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고, 그 관조적 입장을 음악의 튠은 그대로 수긍하며 재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외치는 사회 부적응자, 반항아, 말썽꾼, 미치광이의 소수가 실제 다수의 세상을 바꾼다는 잡스의 신념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세상의 중심을 좇다가 다른 경쟁자들을 누르고 꼭대기에 오르는 기업가적 사고가 아니라,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깜짝 놀랄만한 창의적인 혁신을 들고 나타나 독보적인 존재로서 세상에 족적을 남기는 예술가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세상을 철저히 자신의 직관에 대입하여 바라보기에 다른 이들이(심지어 친구조차도) 잡스의 비전을 향유하지 못한다면 가차 없이 아웃이다. 자신이 설정해 놓은 완벽주의의 실현이 오직 제1의 우선순위기 때문이다. 그 거대한 독단적 열망을, 하지만 스스로에게 진실한 정열을 실현하기 위해 그가 품었던 이상적 가치관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엘리트주의(elitism), 다른 하나는 바로 히피(hippie).




Track 1. "Steve's Theme-Trilha Sonora" (Main Title)


교과서적인 온음계 장조(diatonic major scale)야말로 엘리트주의의 음악적 형상

 

하농과 체르니, 스칼라티 소나타, 바흐 인벤션. 이들 피아노곡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구조적으로 정형화된 완벽한 이론적 원형을 토대로 다양한 키(key signature)에서 고루 짜여진 온음계(diatonic) 작법이 체계적이면서도 직관적이어서, 피아노로 이들 작품을 연주할 때면 교과서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것은 감정이 최대한 배제된 지적 창의의 발현이기에 빈틈이 없을 만큼 학구적이다.

 

'특별한 소수가 다수를 움직인다'는 잡스의 엘리트주의는 그래서 음악적 기조로 볼 때 위와 같은 온음계 작법이 선형적(linear)으로 펼쳐진 바로크/고전파 클래식 음악의 튠에 비견될 만하다. 거기에 더해진 진취적 생산성의 기운은 마이너(minor scale)보다는 메이저(major scale)가 더 어울린다.

 

잡스의 메인 테마 음악은 위와 같은 온음계 장조의 기반 위에 덧붙여 토닉(tonic: 1도 화성)이 주는 무게감이 크다(*** 스코어(music score) 스타일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토닉의 무게감에 관련한 깊은 담론에는 흥미로움이 있다. 추후 별도로 다루도록 한다). 토닉에서 화성이 아주 멀리 나갔다가 우여곡절의 모험 끝에 돌아오는-심지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영화음악의 진행이 극적(epic)이라면, 이 트랙의 음악은 토닉에 오래 머물러 있다가 이후 확장되는 듯 싶다가 이내 제자리에 돌아옴으로써, 극적이기 보다는 안정감을 느끼게 해 상대적으로 토닉의 무게감을 끌어올린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교과서적, 학구적인 오케스트라 튠도 역시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루한 단순 루프 음악으로 전락하기 십상인데 이 트랙에서는 2절 처음 오보에(oboe) 솔로가 다른 스트링들이 피아니시모(pp)로 숨죽인 가운데 토닉 위에서 자유스럽게 연주하더니, 뒤로 갈수록 전조(modulation) 3도 화성(mediant)이 새로 가미된 변주가 등장하며 매너리즘의 위험을 타개하고 있다. 또한 컴필레이션 스코어(compilation score: 오리지널 스코어의 대비 개념으로, 기존에 만들어진 음악을 컬러와 톤이 맞는 영화 속에 삽입한 배경음악)로 쓰인 바로크 말기 브란덴부르크 협주곡(Brandenburg Concerto) No. 3 Allegro의 선형적인 온음계 진행은 잡스의 엘리트주의 철학을 꿰뚫고 있는 튠 그 자체다.




Track 6. "Scarborough Fair"



엘리트주의에서 결여된 감성은 히피(hippie)적 표현에서 채워진다

 

잡스가 믿는 베이컨식 엘리트주의가 좌뇌에서 구조화된다면 그것이 우뇌적 감성과 만나 밖으로 표출되는 방식은 다분히 히피적이다. (*** '히피'는 어마어마한 담론 중 하나이므로 히피와 사이키델릭이 음악으로 표출되는 상관성에 대한 담론은 추후 자세히 다루도록 한다.)

 

그럼 히피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무엇인가? '사람은 저마다 다를지언정 세상은 하나(A variety of people, but it's one world)'라는 것이다. 즉 서론에서 언급한 '예술가적 사고'와도 같이, 세상을 ''를 통해 이해하므로 결국 하나하나 사람들(사고하는 생명체) 모두가 소우주(microcosmos)가 되는 가치관이다. 같은 인종, 민족끼리 뭉쳐 살면서 여러 국가와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역발상이다. 존 레논의 Imagine에서 나타나는 가사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를 이해하면 된다(그렇다. 존 레논(John Lennon)도 히피였던 것이다!).

 

'하나된 세상'은 가치관이 다른 소우주끼리 서로 싸우며 피흘리며 쟁취해야 하는 것이 아닌, 저마다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창의라는 탑을 쌓으며 발전하는 것이기에 남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어서는 안되는 관조성을 띠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선택된 악기 기타와 음악 안 마디 사이사이에 열린 자유스러운 공간들, "Green Sleeves"와 함께 지금까지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불리는 영국 전통민요 "Scarborough Fair"는 이런 측면에서 완벽한 히피적 튠이 아닐 수 없다. 컴필레이션 스코어로 실린 캣 스티븐스(Cat Stevens)“Peace Train”에서 나오는 진취적인 컨트리(country) 색채 또한 히피적 컬러를 나타내기에 적합하다.

 

끝으로, 음악과는 별도로 잡스(Jobs)의 영화 포스터에 쓰인 사이키델릭한 색채 구성과 그의 진중한 눈빛이 지금까지 설명한 엘리트주의와 히피 정신을 모두 한 컷에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면 이것이야말로 백문불여일견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들은 처음 보자마자 그 포스터의 본질을 생각해 보았는가? 세상을 자신의 특별한 학구적 창의로 바꾸고 싶은 히피들을 위한 에너지 드링크와 같은 O.S.T.가 바로 이 곳에 있다. | 송윤규 surinmusic@gmail.com









<출처: EBS 홈페이지>


공기업 경영악화 막무가내 개선책유탄음악인들의 전략은

 

 

EBS의 공연중심 음악 전문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이 내년부터 축소운영된다. 5일 진행되던 공연을 2회로 줄이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 언론노조 측은 EBS 교재 유통을 담당하는 총판과의 커넥션에서 생긴 빈 틈을 엉뚱한 프로그램을 희생양 삼아 해결하려 하고 있다는 요지의 성명을 냈다. 10년이라는 시간의 상징성과 더불어 플랫폼 이상의 상징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씬의 한숨소리는 크다. SNS를 중심으로는 벌써 축소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최근 주춤했던 <헬로루키>, 2013년 반전 계기 보였는데

 

사실 EBS <스페이스, 공감>의 제작진에 대한 압박은 있어 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러 다른 요구와 이해관계가 작용한 바이겠지만, 국정감사 때마다 관련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EBS의 협의(狹義)적 교육업무 외 사업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특히 EBS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EIDF)처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그런 걸 왜 하고 있냐는 식이다. <스페이스, 공감>에 대한 압박 역시 다른 방식을 생각하기 어렵다.

 

최근 1, 2년 사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그 이전에 비해 조금 약했던 건 사실이다. 특히 <헬로루키>의 흥행부진은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이는 선발되는 뮤지션들의 음악적 퀄리티―이런 걸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실례―나 심사의 엄정성이 부진한 결과라기보다는 외부 변수가 너무 컸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CJ튠업>이라든가 <K루키즈> 등 비슷한 신인선발 프로그램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다. 물론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제작예산이 다변화하는 요구들을 수용하기에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섭외진행과 홍보를 맡은 A&A측과 기획위원들의 자원봉사에 가까운 노고를 통해 새로운 음악적 에너지를 가진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발굴됐다.




올해 <스페이스, 공감> 신인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 2013결선에서 대상을 차지한 락큰롤 라디오.


 

특히 2013년의 <헬로루키>는 어떤 전기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다. 무엇보다 음악인들의 개성을 무기로 대중들의 주의를 끌 수 있음을 확인한 기회였다. 대상을 받은 락큰롤라디오(Rock N’ Roll Radio), 아시안 체어샷(Asian Chair Shot)은 모두 씬과 해외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데 받은 팀이었다. 특히 아시안 체어샷은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로더(Jeff Schroeder)가 프로듀싱을 맡았을 정도다. 조금 앞선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 모델로 해외에 포맷 수출을 할 수 있다면 그 계기가 2013년의 <헬로루키>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설마가 현실로무엇을 두려워하든 그 이상 보여주는 현정부의 공기업 관련 문제 해결방식

 

문화 콘텐츠에 대한 무지라는 논의조차 다소 낭만적인 수사가 될까 일단 제쳐 놓고자 한다. 사실 이번 조치를 내린 EBS 경영진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스페이스, 공감> 10년 이상 존속해 왔다는 것은 그만큼 방송 자체가 브랜드로서의 저력과 가치, 곧 향후 어떤 전기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뜻임을 말이다.

 

그런데 지금 향후가 아니라 당장이 급하게 생긴 모양새다. 2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주관한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은, 말이 워크숍이었지 거의 영업사원 개인면담에 다름아니었다. “아까운 자산부터 팔아라”, “현실적인 방안을 갖고 오라, 자신 없는 CEO는 사임하든지 내가 해임하겠다는 추궁에 공공기관장들은 저마다 속을 좀 구겼을 터다.

 

200%. 이 날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주문한 것은 공공기관 및 공기업 CEO들에게 주문한 부채비율 목표치다. 그런데 EBS는 사실 이 문제에 그리 구애될 부분이 없어 보인다. EBS 홈페이지에 지난 12일 공시된 2012년도 제13당기 현재 재무상태표를 보면 자본총계(1092)에 대한 부채총계(620)의 비율은 60%가 채 안된다.

 

그런데 어찌 EBS는 분위기의 희생양이 된 걸까. 아니, 정부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부채에 이런 거국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걸까. 이는 유감스럽게도, 갑작스러운 일만은 아니다. 정부가 2013년 내내 고민해 온 현안 중 한 가지가 공기업 부채를 공공부문에 넣어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였다. 아직 전 세계적이지만 한지만 OECD 가입국은들은 점점 국가 신인도 향상을 위해 공공부문 부채에 공기업의 부채도 포함시켜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한국정부로서는 공기업 부채를 산입하지 않으면 투명성 면에서, 산입하게 되면 재정 건전성 면에서 문제가 생기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여러 가지 문제로 국제 경제활동에서 실질적인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묘안이 없는 상태다. 사실 정부 관계자들도 EBS도매금취급을 받고 있는 걸 모르진 않을 터다. 그러나 이런 처지를 챙겨 줄 여력이 없다. KBS 수신료 인상에 EBS를 물고 들어가는 꼼수를 부리는 것도 이런 복잡한 요인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 사안이 이 정도니 <스페이스, 공감>이 안중에 있었으랴.

 


<헬로루키> 결선에서 아쉬움을 삼켰지만 세계적 뮤지션과 앨범 작업을 성공리에 끝낸 아시안 체어샷. 사진은 11월 16일 황보령 스맥소프트와의 <공간-합> 공연.


 

씬의 연대, 복수 트랙 전략 강구해야씬의 구성원들, 자신에게 가장 아픈 질문 필요

 

사실 한국 대중음악, 특히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씬은 어떤 행동을 위한 조직적 연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역사가 영화계나 미술계만큼 깊지 않다. 평론가나 학자, 드물게는 의식 있는 행정가들이 단체를 만들고 연대를 도모했지만 기대한만큼의 효과를 볼 순 없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자립음악생산조합, 예술인 소셜 유니온 등의 움직임, 그리고 사회 현안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많은 뮤지션들의 SNS활동 등으로 인해 적어도 어떤 문제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는 것까지는 가능해 보인다. ‘나는 먹고 살만하니까 나는 빼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만 해도 큰 가능성으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뮤지션들은 일단 저마다 톤의 차이는 있지만 <스페이스, 공감>의 축소 운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중이다. 특히 공중파 매체나, 씬에서도 눈에 잘 띄는 무대 기회를 얻기 힘든 실험적 성향의 뮤지션들은 현업의 문제이다. 이들의 경우 2013년 작업 결과물을 내고 평단과 마니아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시작한 터라 피부에 닿는 일일 터이다. 뮤지션의 EBS의 이런 독단적 결정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스페이스, 공감>을 위해 뮤지션이 연대해 공연을 진행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보면 씬 전반에 긍정적인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 달콤한 면들로부터에디터 역시 개인적으로는 이 달콤한 목소리에 취할 것 같아서―거리를 두고 보면 뮤지션을 포함한 산업종사자와 팬 등으로 이루어진 씬의 구성원들이 맞닥뜨려야 할 자극적인 질문들이 몇 가지가 있다.

 

EBS <스페이스, 공감>, 엄밀하게 그간 행해오던 무료공연의 횟수는 줄었지만 폐지된 것은 아니다. 살아남아 있다면 어떻게든 그 다음이 생길 것이라는 다소 드라마적 감상을 가미하자면, 여기서 빠진 3일이라는 시간을 갖고서, 씬은 제작진과 어떤 식으로 교감하며 외연을 확장할 것인가? 즉 물리적으로 줄어든 기회를 어떤 공간과 방법의 선택으로 살려낼 것인가?

 

좀 더 구체적이며 확장된 물음도 던질 수 있다. 홍대를 비롯 외부의 공연시설에서의 활동을 공중파 EBS만큼 체계적인 타임라인과 플랜을 갖고 운용할 수 있는가? 그런 주체는 존재하는가?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이를 EBS에 대한 씬의 물리적 지분으로 산정하고 추후에 어떤 방식이든지의 복권을 요구할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인가?

 

또한 뮤지션들에게 아픈 질문. 만약 EBS가 이 <스페이스, 공감>이라는 방송의 플랫폼을 일부 종편채널에 매각할 경우 출연할 의사가 있는가? 이는 정치적 견해 차이를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실제 뮤지션들이라고 해서 모두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반대하지는 않으며 그래야 될 의무도 없다. 다만 엄밀히 따져야 할 것은 이 프로그램이 내용과 형식이 따로 떨어졌을 때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점. EBS<스페이스, 공감>이었기에 그 자체로 대안적인 문화의 엠블럼 역할도 수행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EBS의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광고가 붙은 프로그램이기도 하다―그러므로 <헬로루키>에 대한 광고압박은 사실상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그 깨끗함’, ‘지속가능성등이 매력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호오(好惡)가 담긴 몇몇 채널, 그리고 돈이 되는 것이라면 그 기표만을 탈탈 소비해 버리고 필요가 없으면 버릴 게 자명해 보이는 또 다른 채널에 이 프로그램이 매각됐을 때, 뮤지션들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작게는 개인의 행복추구, 멀리는 씬 자체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비슷하고도 어쩌면 다를 수도 있는 가치를 선택하는 문제다. 가벼운 대답을 해서도 안 되고, 또 어떤 대답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에필로그: 박근혜 대통령님, 공연중심 음악씬보다 더한 청년, 여성, 내수 서비스 일자리 보셨나요

 

그 외에 복잡한 질문은 더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 있어 내부 담당자와 외주제작자가 이룰 수 있는 긍정적인 합의 선례처럼 보이는 관계가 이러한 시련에도 꾸준히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이는 다른 분야의 외주제작 관행에 어떤 시사점을 제시할 것인지 등.

 

박근혜 대통령은 연말 국정연설을 통해 2014년도 성장목표를 3.9%로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제시한 성장안 3.6%보다 0.3%가 높다. 이를 위한 키워드는 내수, 서비스 산업, 청년, 여성 중심 일자리 45만 개 늘리기였다. 사실 공연중심 음악 씬이야말로 내수 서비스업이자, 청년과 여성 중심 일자리다. 45만 개가 아니라 4500개가 목표라도 괜찮으니 있는 일자리나 걷어차지 않기를 연말에 간절히 기원한다.| 한명륜 evhyjm@gmail.com

 



톤 오브 에이지의 2013년 연말 결산 시리즈의 또 하나. [송윤규의 스크린스코어]는 새 해에도 연재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연말까지 2013년의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주요 작품들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으로 다룰 예정이다.| Tone of Ages



모두에게 짜릿한 하이라이트의 순간, "Now you see me!"


대중들은 흔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받아들이고 싶어한다. 실체가 있는 것은 본능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가능성보다는 눈 앞에 다가온 결과를 통해 비로소 존재를 믿게 되는 영화 속 대중에 대한 조소, 예술로서의 마술이 세상과의 접점에서 거대한 범죄가 되었을 때 마술의 진실을 뒤쫓는 자와 범죄의 진실을 뒤쫓는 자, 그리고 두 추격자의 또 다른 접점, 마지막 그 안에 숨은 진실을 통해 또 한 번 드러나는 영화 밖 대중(관객)에 대한 조소까지. 이 영화의 작가 정신은 트럼프 카드로 비유하자면 조커(joker)를 연상케 한다.

 

그럼 타이틀 "Now you see me"는 무슨 의미이며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말인가? 마술을 구경하며 사람들은 그 자체의 신비로움이 자아내는 예술미를 탐미하기 보다, 거기 숨은 비결의 속임수를 알아내고 싶어한다. 경험의 체득으로 얻어지는 현실적 상식에서 마술의 보이지 않는 세계는 대중에게 그 자체로 용납되기 어려운 본질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바로 앞에서 "Now you see me!" 마술사가 외치며 실체를 공개하는 순간은 모두에게 짜릿한 하이라이트다. 결국 영화의 타이틀은 이 순간의 스냅샷인 동시에 실체를 통해 존재를 믿는, 그리고 실체를 보여 주어도 트릭을 알지 못하는 대중들을 마음껏 조소하는 마술사(극중 'Four Horsemen')들이 느낄 카타르시스이자, 관객을 향한 감독의 조커(joker)와 같은 시선이기도 한 셈이다.

 

이런 매력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를 음악은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이 글에서는 2013 <그래비티>와 더불어 인상적인 여운을 남겼던 영화음악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Now You See Me)>를 들여다 본다.






40인조 오케스트라를 최후방에서 지휘하는 드럼 세트(drum set)의 파격

 

밴드 음악과는 다르게(밴드 드러머에게는 서글픈 뉘앙스일지 모르겠지만) 오케스트라 영화음악에서 드럼 세트(drum set)의 존재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드럼 세트 대신에 베이스 드럼, 스내어, 탐탐(tom tom), 라이드 심벌(ride cymbal), 서스펜디드 심벌즈(suspended cymbals: 적절히 맞대고 문질러 크레센도 효과를 내는 심벌즈), 탬버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우드블럭 등 세트가 해체(breakdown)된 것도 모자라 더 다양한 퍼커션이 준비되어 한 타악기 주자(percussionist)당 보통 1~4개씩의 퍼커션을 맡아 연주한다.

 

그럼 영화음악에서 타악기가 고루 해체되어야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영화음악은 박자표(time signature)와 템포 변화가 비일비재하다. 스코어상의 박자표가 4/4, 6/8, 12/8이 대부분인 팝과 달리 중간중간 5/4, 7/8, 12/16와 같은 형태의 '오스티나토(ostinato)'로 불리는 부담스런 변주가 심심치 않게 들어간다. 온쉼표가 등장해도 연주자는 좀처럼 마음 놓을 새가 없다. 그래서 이들에겐, 침묵도 분명한 연주다(아래 파트를 보고 저 순간을 호흡하는 공(gong)/심벌 주자의 떨리는 마음을 한번 느껴 보라).


이런 장난 같은 진지함을 작곡가가 고민해야 하는 하위의 이유도 역시 있다. 하나는 비디오와의 싱크(sync)를 맞추기 위해 한 번에 박자를 급변시키는 것보다 점진적으로 빈번하게 변형을 주는 것이 음악의 구조적 일체감을 살리면서도 싱크를 잘 맞출 수 있는 방안이 되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액션과 같은 긴박감 넘치는 섹션을 표현하는 데 날이 선(intense) 박자가 불안과 흥분을 효과적으로 조성하기 때문이다.

 

타악기가 해체되어야 좋은 이유 둘째, 음향적으로 스테레오 이미지 연출이 더 용이하다. 영화음악은 일반적으로 'larger-than-life sound'(웅장한 앰비언스의 큰 스케일의 사운드).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데다 프레임 속 세계의 시각적 이미지를 고려하기에 니어 필드(near field)보다는 파 필드(far field) 모니터링이 중시되며 오케스트라 배치에서도 조금이라도 스테레오 이미지를 넓혀주기 위한 타악기의 해체적 배치가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일반 대중음악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색채가 복합적인 영화음악을 리듬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한 드럼 세트 플레이어보다 여러 명의 타악기 주자가 역할을 분담해 자기 파트를 집중적으로 연주할 때 더욱 음감이 민감하면서도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위의 관점에서 볼 때이 영화의 스코어(score)에는 강렬하게 여타 영화음악과 차별되는 포인트가 생겨난다. 40인조 오케스트라(40-piece orchestra)의 온갖 유니즌(unison: 동음(다른 옥타브 포함)의 중복)과 화성을 달고 이들을 드럼 세트가 뒤에서 대범하게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Track 1. "Now You See Me"



폭넓은 악기의 이해, 오케스트라의 원형과 밴드의 컬러를 조화시키다

 

브라이언 타일러(Brian Tyler). 그는 2012 <007 스카이폴(Skyfall)>의 음악을 스코어링했던 베테랑 작곡가 토마스 뉴먼(Thomas Newman)과 더불어 영화음악계에서 새로운 메이저 리거-불가피하게 표현하자면-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드럼을 자신의 주 악기로 다루지만 퍼커션, 피아노, 기타, 첼로 및 차랑고(charango)와 같은 전통악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주 스펙트럼을 자신의 작편곡에 활용한다. 이는 그의 큰 강점이다. 한 사람의 작곡가도 피아노와 기타를 즉흥연주하며 떠올리는 영감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드럼 세트를 타일러 본인이 직접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의 메인 테마(main theme) 스코어는 드럼 세트로 표현할 수 있는 화려함을 다분히 밖으로 꺼내 놓고 있다. 영화음악의 금기사항과도 같았던 필인(fill-in: 드럼의 변주)과 오픈 하이햇(open hi-hat)의 거침없는 연주 진행은 오케스트라가 그를 받쳐 주는 이색적인 광경을 자아낸다. 베이스도 어쿠스틱이 아닌 일렉트릭 베이스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오케스트라 작법의 원형을 보존하되 드럼과 베이스의 밴드 음악 컬러를 존재감 있게 활용하고 싶다는 의중이다. 직선적인(straight) 스릴러 음악의 원형에서 큰 스케일의 뮤지컬(musical theatre) 색채가 가미된 '쇼 음악'의 튠이 들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트랙에서 골고루 등장하는 메인 훅에 대한 화성적 연출의 핵심 아이디어도 인상적이다. 1(tonic) 화성의 5도 노트(fifth)를 반음 올려 만든 멜로디와 화성의 증5(augmented 5th) 음정으로 불안감을 자아내더니 그 증5도의 멜로디를 다음엔 화성의 루트음(root note)으로 뒤집어 활용했다. 'I I+ V/I+ iv'의 발상이 스코어 전체를 꿰뚫는 단단한 메인 프레이즈로 자리한 가운데, 드럼 세트뿐 아니라 드럼 루프(drum loop)나 첼레스타(celesta)의 영롱한 음색을 활용한 다양한 버전의 테마 음악이 변칙적으로 반복 활용되며 스코어를 리스너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체 패턴의 단순함이 이와 같은 노력으로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엔 뒷심이 다소 부족한 일면이 있으나, 메인 프레이즈에 대한 임팩트가 감상 후에도 충분히 기억될 만한 스코어다. 송윤규 surinmusic@gmail.com


Zach Myers(출처: PRS  홈페이지 http://www.prsguitars.com)



잭 마이어스 SE 커스텀 22프렛…F홀 세미 할로우 바디로 부드러움 미드레인지 구현

폴 리드 스미스(이하 'PRS')가 헤비니스 씬의 젊은 인기 밴드 '샤인다운(Shinedown)'의 기타리스트 잭 마이어스(Zach Myers)의 2014년도 새로운 시그니처 기타를 공개했다.

PRS는 23일(현지), 홈페이지의 아티스트 카테고리와 유튜브를 통해 잭 마이어스의 새로운 시그니처 기타 그리고 그의 인터뷰를 게시했다. 이번 기타는 그가 처음부터 애정을 보여 온 SE시리즈를 그의 요구에 맞게 커스텀화한 것.

기본적인 사양은 여느 PRS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호가니 바디에 플레임드 메이플 무늬목을 얹은 조합으로 일반적인 편. 굳이 기존 SE 시리즈와의 차이를 들자면 지판의 스케일(길이)24.5인치로 거의 25인치로 설정돼 있는 다른 모델에 비해 0.5인치 짧게 계산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넥 뒤쪽을 무광 도장으로 처리해 손에 땀이 나더라도 습기에 의한 미끄러짐 혹은 불필요한 점착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이번 시그니처의 제작에 있어서, 잭은 SE의 제작팀과 한 달 꼬박 함께 지내며 새 시그니처의 탄생에 자신의 요구가 잘 반영되도록 했다고, PRS는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새로운 잭의 시그니처에서의 주목할 부분은 앞에서 봤을 때 바디의 왼쪽에 만들어진 F홀. 잭은 동영상의 인터뷰를 통해 "미드레인지에서의 부드러운 공명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한다. 이전 그의 시그니처가 바디에 험버커형 픽업이 리어, 미들, 프런트에 모두 마운트되어 다소 오버드라이브에 특화돼 있다면 이번 기타는 좀 더 적은 게인에서 입자감을 충분히 더 살리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공연 시 잡음이 적고 조금 차가운 느낌의 디지텍(Digitech) 디지딜레이(DIGI Delay)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가적인 랙 이펙트나 페달의 추가 없이 좀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리버브를 얻기 위한 전략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픽업은 PRS 자체 픽업인 SE245로 싱글과 리어 포지션에만 장착됐다. 레스 폴과 같은 위치인 6번현 쪽에 3단 토글 스위치를 장착했으며 2볼륨 2톤의 구조를 갖고 있다.

열다섯 살의 나이에 처음 PRS 기타를 접한 잭은 2010년부터 PRS로부터 시그니처를 제공받기 시작했다. 1983년생인 그는 출중한 리듬감과 리프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씬의 젊은 기타 히어로로서 부각되고 있다. 그가 속한 밴드 샤인다운은 2012년 벌표한 앨범 [Amaryllis]를 앨범차트(The Billboard 200) 4위에 올려놓으며, 더블 플래티넘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편 PRS는 마티프리드먼과 잭 마이어스의 시그니처 등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며 2014년 본격적인 시장공략을 예고하고 있다. | 한명륜 evhyjm@gmail.com





다닐로 레아 & 플라비오 볼트로(사진제공: 플러스히치)



2013 결산 시리즈의 또 하나로 '올해의 공연장'이라는 주제를 택했지만, 몇 개의 공연장을 택해 순위를 매길 생각은 없다. 냉정히 '톤 오브 에이지'는 그런 평가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더욱 그 울림이 유효했던 공연장은 분명히 있다.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이 바로 그곳이다. 역사적으로 입혀진 음악의 외투를 벗겨 보면 결국 그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신을 찾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알려진 정보만으로 어느 쪽이 옳은지를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철도파업. 호소할 것이 있는 이들은 종교 시설을 찾았다. 이 장면을 보며 떠오르는 공연장은, 6월 13일 다닐로 레아와 플라비오 볼트로의 공연이 있었던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이었다.


글_한명륜 사진_플러스히치 제공/한명륜



자연스럽고 다층적 배음 발생하는 '화강암 울림통'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이하 서울대성당, Saint Mary & Nicholas Church)은 이미 클래식 공연 및 녹음 장소로 전문가들 사이에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공간이다. 건물을 위에서 보면 한 쪽이 긴 라틴 십자가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내부에서 보자면 십자가의 교차점을 중심으로 긴 쪽이 라틴 십자가의 아래쪽이자 예배공간, 짧은 쪽이 감실(龕室: 제단이 있는 움푹한 공간. 교회 공간 내에서 가장 성스러운 영역)이 있는 십자가 위쪽 공간이다.


교차점 양 옆으로도 날개 형태의 공간인 익랑(翼廊)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날개의 끝에서 신도들의 공간이 있는 십자가의 아래쪽 부분을 좌우에서 감싸며 내려가는 측랑(側廊: 측면 복도)가 있다.


설명이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교회 건축에서 울림(acoustic)이란 절대적인 요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는 어렵지 않을 터다. 마이크나 PA 장치가 없었던 시절 설교자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명이 있어야 했다. 십자가의 교차점에서 최대한 감실 쪽에 가깝게 서게 되는 성직자의 목소리는 일단 감실과 익랑 공간에서 증폭된다. 특히 돔 형태를 이루고 있는 감실은 일종의 이퀄라이저 기능도 맡고 있다. 그러니까 십자가 교차점의 위쪽은 프리앰프와 파워부를 갖춘 앰프헤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울림을 받아내는 신도 공간과 그 좌우의 측랑은 캐비닛 스피커가 된다. 


측랑에 주어진 역할은 좀 더 막중하다. 화강암의 재질이 갖는 딱딱한 특성상 발생할수 있는 다소 날카로운 반사를, 높은 지붕과 더불어 다소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신도뿐만 아니라 이 공간에 들어선 누구라도 감싸고자 하는 선한 울림이 가능하도록 계산된 설계인 것이다. 날카로운 고역대의 소리도 자유롭게 쭉 뻗는 한편 충분한 울림의 공간으로 인해 낮은 배음도 충분히 살아난다. 물론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의 대역은 한정돼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영역의 배음이 가청주파수의 음색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1922~26, 1994~1996, 70년 공백 후에 완성되다


한국 현대사가 겪은 질곡은 서울대성당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1922년 영국 건축가 아더 딕슨의 설계로 짓기 시작해 1926년 완공됐지만 그것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임시완공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첩첩산중이었다. 1994년부터 완공의 책임을 맡은 한국 건축가 김원은 애초에 철 구조물과 유리를 통해 현대 건축물로서 본 성당을 완성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 왕립 건축가협회의 도움을 받아 아더 딕슨의 원 설계도를 접한 후 이를 근거로 해 미완성된 부분을 완성하는 쪽을 택했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이 성당의 건축을 진행한 인물은 한국 성공회의 3대 주교인 트롤로프(N. M. Trollope)였다. 사실 이 성당의 건축에 관한 논의는 훨씬 전인 1대 코프(C. J. Corfte) 주교, 2대인 터너(A. B. Turner) 주교 때도 이루어졌다. 이들이 서울에 주교좌 성당을 지으려고 한 것은 일차적으로 한국에 있던 영국인들을 위한, 건축적으로 훌륭한 예배공간이 부재한 탓이었다. 물론 경기도와 충청도 일대에 흩어져 있던 포교 시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행할 구심점도 필요했겠지만, 초대 신부 코프가 영국군의 군종 사제였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1906년 일본은 통감부령 제45호 '종교의 선포에 관한 규칙'을 발표하여 한국 내 종교시설 건립과 포교 행위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던 시기였다.


물론 영국 본토에서 이 성당의 건립을 위해 모금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결국 부족한 자금적 문제를 무리해서 해결해 가면서 완공을 시도하지 않았다. 굳이 일본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키가 되는 것은 화강암 자재와 조선총독부다. 성당 건축이 임시준공 즉 사실적으로는 중단된 1926년 10월은 조선총독부 청사가 완공된 해다. 이 청사의 완공을위해 일제는 한국의 내로라 하는 화강암 산지를 파헤쳤다. 1926년 완공분까지의 석자재는 강화산 화강암이었다. 대한성공회 측에서는 자본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면에서도 이를 완공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셈.


서울역사박물관이 2009년 발표한 자료 <서울의 근대건축>에 따르면 김원이 건축을 재개한 1994년 당시에는 강화에서 화강암 자재가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재 건물은 중국 칭다오산 화강암이 같이 들어가 있다. 이 자재가 가장 강화도산과 비슷했다는 이유로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6. 13, 다닐로 레아 & 플라비오 볼트로


지난 6월 13일, 피아니스트 다닐로 레아와 트럼펫 연주자 플라비오 볼트로는 바로 이 곳 서울대성당에서 공연을 가졌다. 초저녁에도 약간 더웠지만 풍요로운 배음과 미세한 진동을 느끼길 바란다는 양해와 함께 주최측은 에어컨을 껐다. 에디터가 앉아 있던 맨 앞자리는 통풍이 잘 되는 편이었는데, 아마 청중 가운데쯤의 위치에 속하는 중간 열 정도의 자리는 더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해가 더 기울어 어두워질 무렵에는 약간 선선하기도 했으니 비교적 쾌적했을 거라 기억된다.


날씨는 맑았다. 소리의 매질로서의 공기 상태는 상당히 좋은 조건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공연장 뿐만 아니라 이 날의 시공간 자체를 올해의 공연과 공연장으로 꼽고 싶은 게 아닐까 자문해본다. 처음엔 다소 가벼운 듯 했으나 강한 터치에서는 타이트하게 살아나는 피아노의 저역대, 휴지기의 숨소리에도 피치가 느껴질만큼 울림이 디테일했다. 특히 빠른 프레이즈를 연주하는 동안에도 두 악기의 사운드가 겹치거나 뭉개지지 않고 전달되는 편이었다. 다만 맨 앞쪽에 있던 청자들에게는 소리가 직접 부딪치는 기둥이라든가 익랑의 벽 때문에 아주 조금 날카롭다는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날 서울대성당에서 펼쳐진 다닐로 레아와 플라비오 볼트로의 공연은 어느 공연에 비해서도 부럽지 않을만한 관객들의 몰입도가 돋보였다. 일단 이들이 2011년에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을 찾아 어느 정도 국내 재즈팬들에게는 익숙했을 수도 있다. 실제 이들은 유럽에서 각자의 일정을 소화하기 바쁜 이들인데, 한국의 플러스히치와 코튼클럽 재팬이 협력해 한국과 일본만을 위해 듀엣 공연을 펼쳤다. 특히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를 연주해 수록한 이들의 듀엣 앨범 [Opera]가 한국 팬들의 취향에 부합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추위가 일찍 찾아왔다. 공기가 얼어 소리가 뚫고 지나가기에 어려움이 있는 모양이다. 물론 시절이 이러니 여름이라고 말이 잘 통하랴만, 그래도 지난 6월 13일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이 공연이 그립다. 그 공연장에서 막힘없이 울려퍼지던 건반과 트럼펫 사운드, 그걸 넉넉하게 받아주던 그 날의 공기는 기약이 없을 것만 같아 두렵다. | evhyjm@gmail.com




'773Four Records' 레이블 파티로 26일 출국…2014년 1월 18일 상상마당서 단독공연



지난 9월 18일, 18곡이 든 첫 일본 정규앨범 [RIOT!]을 발매한 헤비 펑크락밴드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가 오는 26일, 일본 공연을 위해 출국합니다. 24일에 잠든 외로운 이들이 눈떴으면 하는 그 날이죠.


이번 일본 공연은 일본의 유명 펑크락 레이블인 '773Four Records'의 연말 레이블파티로 'UNITED ASSHOLES vol. 11 - YEAR END SPECIAL'이라는 다소 긴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10만장 이상의 앨범판매를 기록해 왔으며 2011년과 2012년 한국에도 다녀간 바 있는 로코프랭크(locofrank), 국내 J-ROCK 매니아들에겐 익숙한 낫츠 (FOUR GET ME A NOTS)와 옐로우 몬스터즈, 그리고 또 다른 1팀까지 총 4팀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공연에는 일본 유수 음악매거진 및 페스티벌 관계자가 참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년 일본의 주요 락페스티벌에 선 옐로우 몬스터즈를 볼 수 있을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성향으로 봐선 '서머소닉'이 어울린다는 느낌은 드네요.


한편 국내 공연 소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4/4분기부터 본격적인 공연을 갖기 시작했죠. 이들은 1월 18일(토) 저녁 7시, 그들에게는 익숙할 상상마당에서 새해 첫 단독 공연을 갖습니다. |한명륜evhyjm@gmail.com



위 좌측으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성수, 이스턴 사이드킥의 류인혁, 강대희, 닐 스미스



'이스턴 빅버튼', '해리 빅허스키' 등 다양한 팀과의 콜라보레이션…씬의 다양한 활력요소 끌어낸다


'레드불 라이브 온더로드'를 비롯해 '그린플러그드2013' 등 여러 무대에 서며 누구보다 숨가쁘게 달려온 하드락 밴드 해리 빅 버튼(Harry Big Button). 그들의 무대를 해가 가기 전에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12월 27일(금)저녁 8시, 28일(토)저녁 7시 롤링홀에서 '해리 빅버튼 우정의 무대'라는 이름으로 치러집니다. 리더 이성수는 락페스티벌 이상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단공'"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타이틀답게 최근 몇 년간 공연중심 음악씬에서 주목받은 밴드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다채로운 무대를 보일 예정입니다.


단순히 게스트로 나서 몇 곡을 부르는 게 아니라, 해리 빅 버튼과 상당기간의 연습을 통해 '팀웍'으로서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 해 12월 발매된 음반 [King's Life]는 초도물량이 완판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지만 호사다마였던지 큰 교통사고로 이성수는 3개월 이상 병원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다소 무리한 일정이 아닌가 하는 주위의 걱정에도 몸을 일으켜 이태원 우드스탁에서 올해의 첫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쇄골 골절이었기 때문에 기타를 메는 데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래도 매월 주요 무대를 거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6월 15일에는 단독공연도 소화했죠. 어쿠스틱 기타로 "Breakin' the Law"와 "Sweet Child O'Mine"을 부르던 모습은 2013년의 '바로 이 장면'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면모 덕분에 해리 빅 버튼의 리더 이성수는 공연 씬에서 나이와 장르를 불문하고 동료 음악인들의 존경을 받는 뮤지션이기도 하죠. 그의 '친구들'은 장르와 연령대를 가리지 않습니다. 판타스틱 드럭스토어의 임원혁, 로큰롤라디오의 김진규, 이스턴 사이드킥/스몰오의 오주환, 류인혁 등 락계의 젊은 후배들뿐만 아니라, 가리온, 소울다이브 등 힙합 뮤지션들도 이번 '우정의 무대'에서 음악적 우정이 어떤 모임을 보이는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크래쉬, 스푼 등 한국 헤비니스의 발달기를 이끌고 있던 1990년대 초, 씬에서 인연이 깊은 시나위의 신대철 씨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들은 과거 <핫뮤직>, <락킷>등의 락 매것진 전성기를 함께한 이들이기도 하죠.


해리 빅 버튼은 원래 트윈 기타 시스템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멤버들의 이동으로 고정된 라인업만을 보자면 현재 마그나폴에서 베이스와 건반을 맡았던 닐 스미스가 베이시스트로, 최근 2집 [Sunstroke]을 발표한 밴드 썬스트록의 강대희가 드럼 세트를 맡고 있습니다. 트윈 리드의 짝이 없는 상태인데, '우정의 무대'는 다양한 멤버의 조합과 변주를 통해 씬의 다양한 활력요소를 해리 빅 버튼의 음악적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 



신곡 공개 예정, 단독공연 후 앨범작업…강대희, 닐 스미스 활약 기대돼


사실 해리 빅 버튼의 활동력만을 봤을 때 이성수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Kings Life]이후 새로운 결과물이 어떤 형태로든 더 나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새로운 결과물에 누구보다도 목마른 이들이 해리 빅 버튼의 팬들, 그리고 멤버들 자신이겠죠. 아마 이런 갈증이 이번 무대에서 해결될 기미가 보입니다.


해리 빅 버튼은 단독공연이 끝나고 연초에는 앨범의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신작에 들어갈 곡을 '우정의 무대'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또한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강대희, 닐 스미스와의 작업도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미래를 그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세밀한 표현부터 굵은 울림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씬에서 주목받는 드러머 강대희와 해리 빅 버튼의 음악이 어떤 식으로 매치될지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연주가 중심이 되는 음악의 경우 멤버의 집산에 따라 그 질감에 있어서 미묘한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흥미를 자아내곤 하죠.


개인적으로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이들의 음악을 LP로 들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연주자들이나 마니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성수가 사용하는 이그네이터 앰프 헤드, 그리고 레스폴과 연주자의 손맛이 얽힌 그 상태를 LP의 아날로그적인 맛으로 듣는다면 그 역시 새로울 것 같습니다. 한국 밴드들도 점점 LP 제작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음악에 대한 상상은 뮤지션에게 주어진 즐거움만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이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 한명륜 evhyjm@gmail.com




(상기 이미지는 글의 특정 내용과 무관)




커버곡이라도 나의 세계에 편입시킬 수 있다면

 

 

백만 명을 울리는 시대의 송가가 되건, 태어나자마자 아무도 모를 스완 송이 되건 밴드의 오리지널 넘버만큼 그 밴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증거하는 건 드물다. 한 달에 두어 번 합주실에서 손을 맞춰 보고, 분기에 한 번 대관공연을 하는 것으로 만족의 선을 명확히 긋는 직밴이라면 몰라도 종종 어설프나마 자작곡을 선보이곤 한다. 하물며 음악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그 중요성은 차라리 사족일 터다.

 

한데 이 고유성을 얻기 위해서 밴드 혹은 연주자들은 수많은 커버곡을 연주해본다. 음악은 그 어느 예술 분야보다 단계성이 중시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악기는 처음 그 음을 구현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역치 이상의 물리력이 필요하다. 허수경 시인의 말대로 악기란 고정된 세계를 나타내는 무엇이다. 그 세계가 일시적으로 허물어질 때에야 소리가 난다. 일단 이 과정 자체가 새로운 탄생이라 할 만큼의 난관이다.

 

흰 캔버스를 처음 보는 어린아이가 직관을 바탕으로 기가 막힌 스케치를 할 수는 있다. 아이폰을보자마자 이런저런 앱을 실행할 수 있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은 우리 시대에 신화가 아니다. 또한 아직 걷는 것보다 할머니 등에 업히는 게 익숙할 나이에 석류껍질 속에 붉은 구슬이 부서져 있다석류피리쇄홍주(石榴皮裏碎紅珠)’도 막연한 신화만은 아니다. 그러나 피아노를 처음 보는 아이가 한 달만에 고도프스키의 쇼팽 에뛰드를 연주할 수 있을 확률은 떨어진다. 음악에서 어쩌다 나온 천재를 검증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천재가 발굴 혹은 발견되기 어려운 것은 음악에 있어서 실제적인 문제다.

 

해서 창작자이건 연주자이건 음악가가 되기 위해 거치는 수련의 기법은 일정 수준까지 일견 역사공부 혹은 생명체의 발생과정과도 비슷하다. 최초에 인간이 피치를 수학적으로 기록했던 그 단계부터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다음에 음악의 전체적 구조가 어떻게 건축되었고, 그 구조 어떤 식으로 복잡해졌는지 여러 곡들을 통해 익혀나간다. 이 과정은 클래식을 전공하려는 어린 재원들에게만이 아니라 어쿠스틱 기타를 처음 접―했으며 아직도 악기 하나 다룰 줄 알면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구석기적 환상에 젖어 있는 가련―한 대학 1학년생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구조를 익힌다는 것은 음악이 어떤 과정으로 발달해 왔는지를 파악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면 최초에 악기와 만날 때 접해야 했던 물리적 싸움은 이미 이 쪽의 승리로 끝나 있는 상태일까?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악기 연주를 오래 쉬면 손이 굳는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더욱 불행한 것은 악기 연주는 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생애주기적 메모리에 저장되는 게 아니라 매일의 훈련으로도 겨우 현상을 유지할 수 이는 운동능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하여 많은 훌륭한 음악가들은 이중의 싸움을 하고 있다. 견실한 구조와 보기에 좋은 내 외관, 구상에 맞는 규모 등을 설계하는 지적 싸움을 진행하는 한편 가능한 한 많은 음악적 재료를 앗아내기 위해 악기의 물리적 저항과도 지속적인 전투를 치러야 한다. 물론 이를 싸움이 아닌 대화, 혹은 섹스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화도 섹스도 힘은 든다.

 

공연 중심의 밴드 음악인 경우에는 아무래도 악기와의 전투에 비중이 실릴 수밖에 없다. 전투를 잘 치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연주자 자신에게 특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현악기나 건반악기라면 손의 악력이 전략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관악기라면 폐활량이, 드럼의 경우에는 사지의 독립적 순발력이 관건이다.

 

여기엔 개인차가 존재한다. 이는 때론 결정적일 만큼이다. 커버가 피상적으로 연주의 재현이라는 인식을 그만두어야 할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어떤 곡이든 다른 이의 손에서 연주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전혀 다른 곡이다. 들리는 노트의 숫자가 같고 키가 같으며 음색이 유사하다고 해도 그 곡은 같을 수 없다. 한 음을 치더라도 거기엔 개인이 그 악기와 부딪쳐 온 역사가 반영된다. 열 명의 연주자가 랜디 로즈(Randy Rhodes) 버전의 “Crazy Train”을 연주한다면 그 곡은 각각 다른 10종류의 “Crazy Train”인 셈이다.

 

그렇다면 커버에 요구되는 덕목은 다시 설정될 수 있다. 먼저 원작자가 악기라는 세계와 자신의 몸을 해석하고 관계짓는 방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그 곡을 커버하더라도 얼마만큼 자신의 몸을 통해 스스로의 세계에 편입시킬 수 있는지. 즉 하나하나의 음으로 자기가 악기를 대면한 역사와 그를 베이스로 음악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의 각오를 일목요연하게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가, 거기에 초점이 맞춰질 필요가 있다.

 

이미 10년 전부터 클럽 공연이나 오디션에 커버곡은 듣기 힘들어졌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밴드의 을 깎는 것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정말로 양오음커(양지에서 오리지널을 연주하기 위해 음지에서 커버를 한다)’하겠다는 태도라면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자작곡이 트렌드고 커버가 시쳇말로 짜치는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요소를 우겨넣은 듯한 자작곡만 하고 있는 거라면?| 한명륜 evhyjm@gmail.com


이미 출처: www.prsguitars.com



2014년 새 앨범 [Inferno] 공개 앞두고…마티의 팝적 상상력과 일본 팝 시장 취향 읽어낸 PRS



일본에서는 음악 외적 인기-이를테면 전단지, B급 제품 광고 등-도 상당히 누리고 있는 마티 프리드먼(Marty Friedman)의 새 시그니처 기타가 공개됐다.


PRS는 홈페이지를 통해 마티 프리드먼이 2014년 발매될 [Inferno] 앨범의 활동에 주력 기종으로 사용될 새 시그니처가 완성됐음을 알렸다. 마티 역시 자신의 SNS 페이지를 이용해 이 기타의 완성과 이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마티가 아이바네즈 엔도서 시절부터 추구했던 레스폴 형 싱글 컷어웨이(cutaway) 바디를 갖고 있다. 이는 PRS의 싱글 컷어웨이 모델 바디를 기본형으로 한 것으로 마크 트레몬티(Mark Tremonti), 잭 마이어스(Zach Myers) 등의 시그니처 모델이 이 형태를 갖고 있다. 참고로 2000년대 초 깁슨과는 바디 형태의 특허권을 두고 소송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시장을 잠식당한 깁슨이 PRS를 상대로 한 일격이었고 이 때문에 더 이상 PRS에서는 싱글 컷어웨이 일렉트릭 기타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깁슨 본사가 연방정부의 '급습'을 받는 등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여기저기 신경 쓸 처지가 못 됐다. 여기에 PRS는 나름대로 뮤지션의 커스텀 및 시그니처라라는 속성, 즉 뮤지션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하여 실질적으로는 싱글 컷어웨이 기타를 생산해오고 있다. 마티의 시그니처 역시 그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 기타를 레스 폴의 속성보다는 PRS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반영된 마티의 모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픽업은 PRS 자체 험버커 픽업으로 리어-프론트 1세트이며 3단 토글 셀렉터가 장착돼 있다. 1볼륨, 1톤의 심플한 배선 구조는 레스 폴과 방향을 달리한다. 메가데스(Megadeth) 시절, 잭슨(Jackson)과 엔도스먼트 관계에 있을 때 생산되던 켈리(Kelly) 시리즈에는 하나의 픽업에 톤 노브가 없는 모델도 있었다. 마티는 이 기타를 상당히 애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티는 그만큼 심플한 톤 메이킹을 선호하는 편이다. 실제 들어보면 솔직함을 넘어서 때로는 약간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특히 고역대가 많이 살아 있는 스타일이라 공연장에서는 다소 날카롭게 들리기도 한다. 이번 시그니처 역시 마호가니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상당한 두께의 탑을 메이플로 해 높은 배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티는 자신의 솔로 앨범은 물론, 최근 일본 팝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워낙 다양성이 발현되는 음악시장이라 전체에 적용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기타 솔로잉이 채용될 경우 한국 팝보다는 다소 고역대가 강조된 사운드가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크겠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도 연주자는 자신의 선호가 없으면 쉽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 봤을 때 철저히 미국 혈통을 가진 PRS기타의 이번 시그니처가, 마티와 일본 팝이 이루는 궁합을 정확하게 이해한, 흥미로운 결과로도 볼 수 있다.


프렛 인레이는 별 모양의 패턴이 들어갔다. 마티 프리드먼은 알려진 바 키스(Kiss)의 광팬. 별 모양 프렛 인레이는 유독 느끼한 맛이 있었던 에이스 프렐리의 얼굴 분장에서 키 역할을 하는 도안이기도 했다. 키스 역시 일본 락 팬 및 음악대중의 정서에 상당히 깊이 각인된 무엇으로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전 일본 팝 음악의 저변을 이루는 것이 팝적인 느낌을 살린 영미권 락 사운드였다면, 여기에는 키스의 지분이 상당하다. 특히 최근 등장한 다멤버 아이돌 그룹-전대물 연상 계열-의 사운드는 다시 90년대 중반 이전의 락 사운드 중심 팝 음악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아마도 일본인들에게는 이 시절이 호시절로 기억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현재 10대인 일본 아이돌음악의 팬덤 역시 넓은 범위에서 키스와 같은 70~80년대 영미권 팝 락의 자장, 즉 마티 프리드먼의 사운드적 취향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마티의 음악적 영역은 하드락/헤비메틀에 근간을 두고 있다. 2014년에 선보일 [Inferno] 앨범은 그가 90년대 중반에 발표한 일련의 솔로 앨범들처럼 좀 더 메틀적인 상상력이 구현된 결과물일 것이라 알려진 바 있다. 활동 영역은 역시 일본 쪽이 될 가능성이 더 크겠지만.





조금씩의 이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올해의 영화를 꼽으라면 바로 알폰소 쿠아론의 <그래비티>를 꼽은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의 O.S.T.가 지닌 의미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연말결산이 아닐까 싶다. 특히 한국에서 음악으로도 그렇다고 영화로도 완연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영화음악'이 어떤 식으로 정체성을 찾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글로벌한 흐름을 주시해보는 것이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다.

새로이 참여한 송윤규 필자는 헐리우드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영화음악, 음악감독, 프로듀싱 등의 작업을 하다 귀국했다. 그가 이러한 글로벌한 호흡과 경험을 살려 '톤 오브 에이지'에서 영화 사운드트랙에 대해 깊이 탐침(probe)을 삽입하는 장면을 선보인다.| TONE OF AGES


2. "Debris"

전혀 새로운 방식의, 가공할 만한 프로그레시브 스코어



영화음악은 성격에 따라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자신을 크게 드러내기보다 비디오의 장면(footages)의 분위기의 시퀀스를 적절히 살려주는 맞춤형(passive) 음악, 다른 하나는 음악이 영상에 대한 중요한 스토리텔링을 해줌으로써 장면의 의도를 진두지휘하는 주도형(active) 음악이다. 대부분의 프로듀서와 디렉터들은 자신의 필름에서 비디오가 항상 중심이 되길 바라므로 맞춤형 음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곡가가 철저히 비디오를 위해 양보하는 음악을 스코어링(scoring)할 경우 최악의 상황엔 관객들이 영화의 크레딧(credit crawl)까지 다 보고 나서도 음악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기억 못 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것은 프로듀서의 요구와 본인의 성향이 반영되어 결과적으로 텍스처(texture)를 어떻게 취하느냐에 따라 리드 악기의 멜로디가 귀에 쉬이 띄지 않는 형태의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비디오보다 음악이 부각되지 않기 위해 철저히 사운드 디자인 위주로 승부하는 음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80년대의 영화음악이 뉴웨이브(new wave)의 신스팝 장르와 결합된 이른바 네오 클래시컬 시대(Neo Classical Period)였다면, 90년대의 영화음악은 에스닉(ethnic) 요소와 결합한 월드뮤직의 전성기와 궤를 같이 했다.

 

그리고 2000년대, 짐머(Hans Zimmer)와 자블론스키(Steve Jablonsky) 등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짐머 사단'은 새로운 영화음악 작법으로서 직선적이면서도 말초적이며, 공격적인 스트링의 스피카토(spiccato) 반주와 파괴적인 펀치감의 퍼커션(percussion)을 루핑(looping)시키는 호모포닉(homophonic: 단선율 주성부와 다음에 오는 다성의 화성) 텍스처의 사운드 디자인을 전 세계에 퍼뜨렸다.

 

 2010년대에도 그러한 기류는 계속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2가지 새로운 스코어링(scoring)의 패러다임이 느껴진다. 하나는 2010<트론(Tron Legacy)>에서의 한스 짐머와 다프트 펑크(Daft Punk)와의 협업 및 2011<한나(Hanna)>에서의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의 작업이 돋보였던, 클럽 일렉트로닉이 적극적으로 가미된 미래지향적(futuristic) 스코어라 볼 수 있고(*** 이 담론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도록 한다.) 다른 놀라운 하나가 바로 이 <그래비티(Gravity)>에서 스티븐 프라이스(Steven Price)가 선보인 프로그레시브 스코어다. '놀랍다'는 표현을 특별히 꺼내 들어야 했던 것은 이 영화음악의 튠와 색채가, 인간의 잠재 의식의 아주 수면 깊은 곳에, 어쩌면 지구의 것이 아닌 '무심한 초현실주의(indifferent surrealism)'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첫 문단에서 밝힌 주도형 음악과 맞춤형 음악의 구분법을 이 OST는 초월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음반의 음악이 그래비티라는 우주 영화를 소재를 한 것이지만 비디오의 조력자 역할을 하지 않고도(즉 영화와 음악이 함께 붙어 있지 않고도) 음악 자체만으로 독립적인 우주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말이다.

 

우주, 무중력, 북유럽의 자연, 라디오. 이것들의 일반적 이미지는 서로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가? (질문을 듣고 어떤 것이 마음 속에 꿈틀댄다면 당신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의 세계는 그야말로 광활하다. 표현을 한 쪽에서 열심히 해도 받아줄 사람이 아주 드물거나 없다고 느껴질 만큼, 광활하여 시간이 잘 느껴지지 않고 심지어 바닥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라디오는 시각적 이미지가 제거되었기에 광활한 상상력을 필요로 하고, 아무래도 소통보단 표현 중심이다. 결국 이것들은 안전 장치가 해제된 '무방비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비티의 음악은 위에서 밝힌 아이템들에 얽힌 철학이 음악적으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이와 같은 OST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적인(technical) 지식보다 철학적 이해가 반드시 먼저 수반되어야만 한다.

 



16. "Gravity"


그렇다면 과연 이 OST는 어떻게 일반적인 영화음악의 작법과 다른가?


 

첫째, 시공간의 둔감화. 음악에는 보통 '리듬' '베이스'라는 중력이 존재한다. 리듬은 템포를 그리는 엔진과 같아서 그것이 일정하지 않으면 규칙성이 떨어지고 시간의 흐름에 둔감하게 된다. 또 베이스가 없으면 음악이 위로 뜨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래비티의 음악은 규칙적으로 들릴 만한 리듬과 베이스를 대부분의 트랙에서 걷어 내었으며, 스트링과 웜 패드(warm pad)가 같이 지속적으로 깔리는 가운데 그 안의 공간을 최대한 열어 놓는다. 그것은 현실적인 어떠한 강박도 없어서 리스너로 하여금 무심함을 자아낸다. 중간중간 운석과 쓰레기가 지나가는 이미지의 형상은 베이스 신스(bass synth) 계열의 소스가 패닝(panning)으로 움직이며 우락부락하게 사운드 디자인을 연출한다. 우주 바깥의 기본적 형상이 아닐 수 없다. , 여기서 심우주에 숨어 있을 것 같은 신비로움이 탐미적으로 해석된 부분이 없기에 이것은 지구 바깥의 비현실적 느낌의 공간이지만 사실은 매우 현실적이다.

 

둘째, 평화와 공포의 공존이다. 음악에 대한 절대주의 담론에서 영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는 않지만 엔진이 멈춘 소유즈 호의 좁은 공간에서 발버둥치며 절망하는 여주인공 라이언 스톤의 모습을 우주 바깥의 카메라 앵글은 좌시하고 있다. 아무런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는 광활한 우주는 무심할지언정 평화로움 그 자체다. 어쩌면 공포란 자신에게 직접 맞닥뜨려지지 않을 때는 극단적 이중성을 겸비한 우주 공간처럼 아무 일도 아닌 것인지 모른다. 우주는 본질적으로, 평화와 공포를 동시에 지닌 야누스적 존재다.

 

그래비티의 음악은 위의 본질을 잘 이해하며 흐름을 표현하고 있다. 크게 달라지지 않는 긴 호흡의 스트링과 패드의 조합 속에서, 공포가 다가올 때면 기존의 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그 위에 추가적인 스피카토 스트링과 브라스를 얹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일관성이 유지되면서 평화와 공포의 연출이 필요할 때면 모두 표현이 가능하기에 리스너는 감상하는 음악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유기적 생명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음악의 예술성을 극으로 끌어 올리는 범상치 않은 의미를 내포한다.

 

영화의 이야기와 시각적 측면들을 여기서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무심한 초현실이 곧 현실이 되는 우주를 형상화한 컨셉 앨범 중 역사에 길이 남을 혁신적인 OST로 기억될 걸작이다. | surinmusic@gmail.com





Review


지난 6월 30일, 유니클로 악스홀에서 열린 김바다의 단독공연 'N. Surf'의 마지막 순서에는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기타리스트 방경호였는데요. 그는 KBS<불후의 명곡>에서 김바다가 부른 "떠날 때는 말없이"의 편곡을 맡은 바 있습니다.


파라노이드와도 인연이 잇습니다. 새해에 만나볼 수 있을 파라노이드 신년호(?)에 실릴 제이워커(Jaywalker)의 새 음반 관련 인터뷰에서 함께 했고, 올해 3월 전주 공연에서도 인터뷰를 가진 바 있죠.


이번 앨범 [Hand's are Tied]는 밴드의세 번째 정규앨범입니다. 2011년 2집 [2nd] 이후 2년만의 신작인데 밴드의 첫 앨범이 2010년이니 작업량이 적지 않았던 셈입니다. 너무 음악 작업 자체에만 진지하게 몰입해서일까요, 지난 15일 클럽 타에서 열렸던 공연 역시 정말 '음악적'이었습니다. 별 다른 멘트 없이 공연 셋 리스트를 주욱 '읊어내려가듯' 연주하고 노래했거든요.


그런데 그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연주인들 중에서도 입담이 대단한 이들이 있지만, 제이워커의 기타리스트 방경호는 정말로 기타와 음악적 결과물로만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통상 하게 마련인 멤버 소개도 객석으로부터의 요청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를, 유머러스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앞선 밴드들인 '에이템포'와 '시베리안허스키'가 제이워커를 생각해 곡 간의 텀을 줄이고 무대를 일찍 내려갔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함께 도움출연한 밴드만큼 공연이 일찍 끝나버렸습니다. 첫 곡인 3집 앨범의 "Crash N' Burn"부터 마지막 곡 "나가"에 이르기까지 거의 40분을 겨울 넘겼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을 소개할 때 곡 제목을 들은 관객들이 박장대소하기도 했죠.


파워 팝 스타일의 송라이팅을 들려주는 그는, 앨범을 들어 보면 훌륭한 솔로이스트임을 알 수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솔로잉보다는 보컬과의 합을 중시한 리프웍을 중심으로 한 연주를 들려 주었습니다. 특히 크런치 톤을 중심으로 한 아르페지오와 비음이 강한 하이톤 보컬이 멋지게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스타일의 선택과 별개로 공연장에서 들은 사운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사실 작은 공간에서는 PA나 모니터를 거쳐 나오는 사운드보다 앰프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흔히 하는 방식이지만 더빙된 부분을 맥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사운드가 다소 따로 노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베이스 사운드가 잘 들리는 것은 좋았지만 고역대가 다소 딱딱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소리가 튕긴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특히 와미 페달을 밟을 때는 다소 '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부스트로 튜브스크리머를 써서 중음역대를 보강하는 스타일이었는데도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방경호가 이날 무대에서 연주한 기타는 쉑터(Schecter)의 커스텀 모델입니다. 실제 녹음 당시에는 레스폴을 사용하지만 무대에서는 튜닝의 안정성 때문에 플로이드 로즈 락킹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하는데-요이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파라노이드> 신년호에서-, 이 날 역시 안정적이고 깨끗한 튜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플로이드 로즈 암이 장착되어 있었지만 그는 격한 아밍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아니기 때문에 튜닝이 틀어질 위험은 적었습니다.


한데 이 쉑터 자체가 다소 까랑까랑한 사운드를 갖고 있었습니다. 지판도 메이플에 탑도 플레임드 메이플(Flamed Maple)이었습니다. 픽업은 리어와 프론트 모두 험버커였구요. 폴 피스가 굵은 쉑터 커스텀 픽업이거나 탐 앤더슨 픽업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카랑카랑하면서도 디테일이 다 구분되고 출력 또한 떨어지지 않는 픽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좀 하드한 제프 벡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사실 방경호의 기타 톤은 일관된 편입니다. 특히 유니클로 악스홀 김바다의 공연에서도 사운드는 다소 카랑카랑했습니다. 다만 악스홀과 클럽 타의 공간 여건 특성상 후자에서 고역대가 다소 관객들에게 '직격'으로 다가갔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음악 자체가 좋고 이로 인해 관객들의 몰입도가 좋다 보니 큰 흠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톤의 가장 큰 장점은 디스토션 아르페지오에서 음이 분명하게 들리고, 딜레이에서도 깔끔한 느낌이 구현된다는 점입니다. 방경호는 새 앨범에서 종종 락-퓨전 기타리스트이자 2, 3현 스윕으로 스윕의 대중화를 가져온 기타리스트 프랭크 갬블(Frank Gambale)타입의 솔로잉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보컬을 포함해 곡을 전체적으로 조형하는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날은 인근 공연장인 예스24 무브(Muv)홀에서 신대철, 한상원, 게이트플라워즈, 최이철 씨 등이 함께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다른 성실하고 의식있는 매체 기자분들이 가서 그 현장을 기록해주셨습니다. 그 현장과 제이워커의 공연은 큰 맥락 안에서 같은 날의 역사였습니다. 전 제이워커의 공연이 보고 싶었고 이 공연을 기록할 의무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Gear



방경호 씨의 페달 보드입니다. 빈틈없이 꼭 짜여 있는 느낌인데, 흔히 보던 종류의 페달도 있고 흔히 보지 못하는 종류의 것도 있습니다.


1. Blackstar HT Dual Distortion


사진에서 잘보이지 않아 캡쳐사진을 씁니다(이미지출저 http://www.eleclemon.com)


블랙스타의 디스토션 페달. 진공관 내장 모델로 두 개의 채널을 쓸 수 있는 드라이브 페달인데, 이것이 현장에서 메인 드라이브였습니다.

클린, 디스토션 조절은 빨간색의 와미 페달 바로 였에 있는 보스 익스프레션 페달로 조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부스트는 바로 그 옆의 초록색, 많이들 아시는 아이바네즈의 튜브스크리머였습니다.


2. DUNLOP MXR Carboncopy Analog Delay


3. BOSS RV-5 Digital Reverb


4. BOSS DD-20 Giga Delay

현장에서 볼륨페달 다음으로 발이 많이 가던 딜레이 페달.


5. BOSS NS-윤지2 Noise Suppressor



페달보드 중 현장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상기 페달들이었습니다.


글/구성/한명륜




하만그룹, 2010년 AKG 이어 단일그룹으로는 이례적 복수 수상

세계적 음향기기 그룹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의 오디오 브랜드 렉시콘(Lexicon)이 2014년 테크니컬 그래미(Technical Grammy Awards)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현지 날짜로 12일, 하만 인터내셔널은 자사 홈페이지 (www.harman.com)을 통해 해당 어워즈의 수상 소식을 알렸다. 하만은 지난 2010년 자사의 헤드폰 및 마이크 브랜드인 AKG로 이 상을 수상한 바 있어, 기업으로서는 유일한 복수수상자가 됐다.


이 상은 전미 레코딩 기술예술 협회(The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and Sciences)가 레코딩 기술 및 필드 분야에서 한 해 눈에 띄는 공로를 세운 개인이나 기업에 수여하는 상. 그래미 레코딩 아카데미 프로듀서 & 엔지니어 윙(The Academy's Producers & Engineers Wing)의 자문위원회와 분과위원회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참고로 이 윙에 소속된 레코딩 및 믹싱 엔지니어, 기술 담당자들은 5500명이 넘는다.


렉시콘은 2013년 한 해 자사 제품의 혁신과 디자인을 통해 음악레코딩 및 프로덕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브랜드는 1971년 출범한 이래 오디오 시스템 및 녹음 콘솔, 랙형 이펙트 프로세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여 왔다. 특히 랙형 딜레이 이펙트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이 브랜드의 독점적 서라운드 사운드 알고리즘인 로직7( Logic 7® )에 기반한 럭셔리 카오디오 및 홈 씨어터 기술로 시장의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렉시콘은 오랜 기간 동안 레코딩 전문가와 그들이 봉사해야 할 까다로운 소비자들 모두를 만족시켜 왔다"고 밝힌 하만의 CEO인 디네쉬 팔리왈(Dinesh C. Paliwal)은 "하만이 테크니컬 그래미에서 (2010년에 이어) 복수 수상을 한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만은 한국 음악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기타리스트 김세황이 본사를 방문하여 경영진 및 기술담당자들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해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명륜 evhyjm@gmail.com



<이미지: www.billyduffy.com>






Questions 165-168 refer to the following article.

The BOSS DD-3 is a digital effect pedal and is the the updated version of the ‘old school’ Analogue DM-2 which Billy first used to develop his signature sound back in the 1980s. The Boss DD3 Digital Delay Pedal compact pedal provides a digital delay effect with outstanding quality equivalent to that of a dedicated rack-mount delay unit. In addition to 3 delay time modes, a Delay Time control is furnished, giving you speedy, precise adjustment of delay time continuously within a range of 12.5ms to 800ms. The HOLD function repeats the delay indefinitely.

Billy explains how this pedal became so important to his live sound… ‘This is my go to pedal for subtle delays. When we supported Billy Idol in 1987, on the Whiplash Smile tour in America, I didn’t have any delay pedals and was blown away by Steve Stevens (Billy Idol’s guitarist) in the sound check. He was an amazing guitar player, still is, and there was this little echo after his guitar finished and I was like wow! The delay was there to make the guitar sound bigger and fatter and more impressive. Its not like a classic Echo which is a clear repeat, it’s a cheat on the ear, a bit like the kind of reverb you get in a church as opposed to being in a basement. I learnt that from Steve and very quickly grabbed hold of one of these pedals myself and just messed around with the settings until I found one, at about 800 milliseconds, that works for me. A year later in the studio, Bob Rock, who’s a great musician and engineer, explained the mechanics of this all to me. Another time, producer Ted Templeman told me that that little delay trick was what Eddie Van Halen used on the early Van Halen albums which helped explain why that one guitar sounds so amazingly big. I’ve ended up using the DD3 ‘cos it gives you that effect in an easily replaceable, robust, very reliable way. When I’m stopping on these with my motorcycle boots, when they’re on airplanes and the back of trucks I don’t want them to break. I use Boss pedals ‘cos they sound great and they’re made well. I could never take something on the road that wasn’t reliable, it would just create incredible headaches.”

BUY ONLINE IN THE U.S. NOW… Boss Dd-3 Digital Delay Pedal





165. What is the artice mainly about?


(A) Boss's new effect pedal 

(B) Billy Duffy's career in music field

(C) Birth and Development Boss's most famous delay Pedal

(D) Delaypal you 'Goja'

166. Which musician first inspired 'Billy' to start using a Boss's Digital Delay Pedal?

(A) Ted Templeman

(B) Steve Stevens

(C) Edward Van Halen

(D) Bob Rock

167. What isn't mentioned about figure and function of DD3?

(A) It has clean and definite echo.

(B) It has 3types of delay time pattern.

(C) Its sound seems like classic echo type.

(D) Sometimes you can make weired effect.

168. In 1987, why did Billy meet another 'Billy?'

(A) To help another Billy's new album recording.

(B) To research and develop his new effect.

(C) To run with concert tour.

(D) Nani shabeteruno gono aitsu.





12월 6일, Paranoid와의 인터뷰를 가진 락밴드 블랙백입니다.

장소는 루비레코드 앞. 사진은 전영애 파라노이드 포토그래퍼 옆에서 제가 찍었습니다.


파라노이드에는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가 연초 이슈로 나올 예정이며,

톤오브에이지에서는 이들의 장비 및,

'영 비르투오소'라는 주제로 릴레이 식의 기획 기사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블랙백입니다.



제 54회 그래미 시상식 당시, 커리어 첫 그래미 노미네이트를 기록한 드림씨어터.(이미지 www.grammy.com)



54회 이어 두 번째 노미네이트…블랙 새버쓰, 킬스위치 인게이지 등 쟁쟁한 경쟁자 제치고 첫 수상?


2013년 커리어 상 첫 셀프타이틀 앨범 [Dream Theater]를 발매한 드림 씨어터가 56회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됐다.


드림 씨어터, 그리고 기타리스트 존 페트루시는 공식 SNS를 통해 앨범의 수록곡 "Eenemy Inside"가 제56회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메틀 퍼포먼스'에 노미네이트되었음을 알렸다.


이들의 그래미 노미네이트는 지난 54회 당시, [Dramatic Turn of Events] 수록곡인 "On the Backs of Angels" 이후 두번째. 당시 이 앨범은 전통적으로 이들의 텃밭이던 일본과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빌보드200' 앨범차트 8위에 오르는 등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이들 최초의 셀프 타이틀이라는 상징성 뿐만 아니라 그간 드림씨어터 음악활동의 모든 장점을 발전적으로 집약시킨 면모로 평단과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며 앨범차트 최고순위 7위에 올랐다.


드림 씨어터는 2013년 하반기 전세계 각국 락/메틀 및 악기 전문지의 주요 테마를 장식했다. 특히 <Noisecreep> 선정 2013년 바이닐(LP) 최고 10장의 앨범 중 3위로 선정됐으며, <Loudwire>의 베스트 메틀 앨범 10장 중 6위로 꼽히는 등 마니아들의 견고한 지지기반을 과시했다.


지난 5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노미네이트는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두 번째 노미네이트인지라 드림 씨어터가 커리어 첫 수상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러나 쉽게 장담할 수는 없다. 그 어느 해보다 거장들의 귀환과 명반의 발매가 잇따랐고, 이는 락과 메틀 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56회 그래미 어워드의 '베스트 메틀 퍼포먼스' 노미니(nominee)작들은 앤스랙스(Anthrax)의 "T.N.T"([Anthems]), 블랙 새버쓰(Black Sabbath)의 "God is Dead"([13]), 킬스위치 인게이지(Killswitch Engage)의 "In Due Time"([Disarm the Descent]), 볼빗 ft. 킹 다이아몬드(Volbeat featuring King Diamond)의 "Room24"([Outlaw Gentleman & Shady Ladies]) 등으로 드림씨어터 못지 않게 쟁쟁한 팀과 작품들이 선정돼 있다. |한명륜 evhyjm@gmail.com




데이빗 리 로스, 지미 플로렌틴과의 채팅서 밝혀

'Bad News'로는 18개월 이상 소요될지도 모른다는 사실



데이빗 리 로스가 밴 헤일런(Van Halen)이 드디어 새로운 앨범 작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기타 월드(Guitar World)>지 홈페이지에는 팟 캐스트 토크쇼인 "댓 메틀 쇼(That Metal Show)" 진행자 지미 플로렌틴(Jimmy Florentine)과 데이빗 리 로스가 가진 최근의 채팅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실렸다.


약 28분에 달하는 이 팟캐스트 내용에 의하면, 데이빗 리 로스는 최근 그가 에디 밴 헤일런의 집에 머물렀으며 스튜디오 녹음 작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새 앨범이 2015년 경에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사실. 지미 플로렌틴과 기타 월드를 통해 전달된 데이빗 리 로스의 전언에 의하면 이 앨범은 작업에 18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설명 따위 생략해야 할 포스터.

'


망했다, 모든 게 끝나 있지 않아! 혹시 아직25일?

12월 25일 저녁 7시, 숨을 참고 클럽 오뙤르까지만 달려가자



"괜찮아, 눈을 떴을 땐 모든 게 끝나 있을 거라더니…"(양천구 신월동 33세 프리랜서라 쓰고 비정규직이라 읽는 콘텐츠 생산자 미혼 솔로 임모 씨)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솔로들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되도록 길게 자려 노력한다. 48시간을 자면 26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지나가고 모든 게 끝나 있을 것이란 기대로.


그런데 이런. 운 나쁘게도 허리 배김을 참지 못해 눈을 뜬 당신, 크리스마스의 한가운데 놓이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좀비들 틈에 벌려진 생존자처럼 패닉에 허우적대지 마시라고, 합리적인 가격 2만 5000원(현매 3만 원)에 어쿠스틱 락음악의 큰 누님과 작은 누님들의 위로를 전해받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


25일 7시, 아주 작은 용기를 내 보는 건 어떨까. 일단 오뙤르까지만 오면 된다. 물론 중간에 수많은 '쌍쌍'의 행렬이 당신의 얼어붙은 마음에 사정없이 '함마질'을 하더라도, 일단 여기에만 들어서면 더 이상 피 흘리지 않아도 될 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두 뮤지션의 음악에도 사랑 노래가 많다. 그러나 이 뮤지션들이 그리는 사랑은 24일 방잡기도 어렵도록 거리에 넘쳐나는 '해피모드'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랑의 비루하고 씁쓸한 면도 있고, 인간을 넘어 삼라만상과 자연을 향한 사랑도 있다-시와의 앨범은 콩기름 플라스틱과 재생지의 조합, 그리고 이아립의 앨범 역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접지 패키지 아니던가.


그러니 일찍 눈 뜬 당신, 도저히 오뙤르까지 올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속으로 주문을 외워라. '자연 사랑의 노래를 들으러, 비루한 사랑의 노래를 들으러, 범아일여의 세계를 들으러 나는 간다, 나는 간다, 시와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