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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편의성과 울림 모두를 잡으려는 노력

그의 플레이 시 손모양은 솔로잉 시에 엄지를 완전히 넥 뒤편으로 놓는 방식을 택한다. 여타 락 기타리스트 특유의 손모양인, 손가락이 넥의 방향에 대비히 비스듬한 모양이 아니라 오히려 클래식 기타를 연주할 때의 손모양에 가깝다. 와이드 스트레치에 유리하지만 그는 와이드 스트레치보다는 순간순간 태핑을 삽입해 레가토를 전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손 포지션은 필연적으로 깊은 컷어웨이를 요구한다. 아이바네즈의 두 시그니처 모델은 그 요구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깊은 컷어웨이는 그만큼 바디로 전달되는 넥의 울림이 손실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타지마와 ESP 시절의 시그니처는 컷어웨이를 극단적으로 깊이 파되, 바디와 넥이 조인트되는 부분은 양쪽으로 일부러 나무의 부피를 조금 남겨두는 방식을 취해 이 약점을 커버했다.


이는 키코라는 연주자의 절륜한 플레이와 맞물려 개성으로 여겨질 수 있었지만 사실 이는 어색한 접근법이었다. 물론 아이바네즈는 이전의 기타들만큼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과감하게 컷어웨이를 파냈다. 이는 바디에서 충분한 울림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KIKO10P Premium 과 KIKO100은 모두 아치 탑(Arch Top: 픽업이 있는 가운데 부분이 볼록함)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여유라고도 볼 수 있겠다. '싶은 컷어웨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도 아이바네즈는 이미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바로 80년대 후반 스티브 바이(Steve Vai)의 시그니처를 제작할 당시에도 같은 과제가 주어졌고 이를 모범적으로 해결한 바 있다.


사실 이 정도 레벨의 기타리스트에게 픽업은 절대적인 톤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 모델에서는 시모어 던컨(Seymour Duncan)이 장착돼 있었지만, 키코의 아이바네즈 시대엔 이 회사와 오랜 기술적 유대 관계를 가진 디마지오(DiMarzio)가 함께한다. 커스텀 픽업인 ‘키코 오리지널(Kiko Original)’이 이번 시그니처에 장착됐다.


거듭 이건 기타리스트가 톤을 만들기 나름의 문제다. 과거엔 디마지오가 솔로 시 입자감이 고와 중음역대를 부스트했을 때 느껴지는 거친 느낌을 정제해주었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요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Edge(좌) / Edge Zero(우)



Edge Zero 트레몰로, 아이바네즈의 브릿지 연구는 진화 중

KIKO10P Premium과 KIKO100은 여기까지는 일단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른 점은 브릿지로, 전자에는 단면을 최대한 낮게 만들어 연주의 편의성을 제고한 엣지제로 트레몰로 브릿지가 장착되어 있다는 점. 사실 플로이드 로즈에서 변형된 계열의 트레몰로 브릿지들은 부품 자체의 부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블록 자체가 상당한 높이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바디에 전달되는 서스틴도 감소하고, 무엇보다 연주시 손이 블록을 누르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피치가 엇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키코 자신은 영향받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 외에 다른 점은 지판의 곡률(R: Radius)다. 전자는 400R의 곡률―400mm 반지름 원의 호―을 가진 반면 KIKO100은 거의 볼링 레인이랄 만큼 평평한 430R이다. 그는 .010/.013/.017/.026/.036/.046의 게이지를 쓰는데 충분한 울림을 위해 액션(줄높이)를 조금 높게 설정하는 경향마저 있으니, 속주기타리스트의 시그니처이지만 결코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닌 셈이다. 다만 KIKO10P Premium은 레가토 능한 연주자라면 편하게 느낄 만한 세팅으로 보인다.


한데 이러한 세팅을 보면 불가사의해 보이는 것이 그의 피킹 스타일이다. 그는 거의 피크의 대부분이 보일 만큼 피크를 아주 살짝 ‘집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피크를 움켜쥐듯 잡을 경우 충분한 힘이 실리는 것은 맞고 또 그 나름의 음색 장점도 있지만 자칫 음을 ‘비비듯’ 연주하기 쉽다. 순간순간 레가토를 섞는 만큼 음 하나하나가 악상에 따라 균일한 볼륨을 갖도록 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는 브라질 공용어인 포르투갈어, 포트루갈어와 유사성이 많은 스페인어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출신 뮤지션들이 다소 소홀하기 쉬운 영어, 그리고 프랑스어와 핀란드어까지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공식 페이지와 SNS에서 진행하는 시그니처 모델 소개도 포르투갈어를 병기하고 있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 키코 루레이로와는 메일링을 통한 인터뷰를 진행하여 그의 기타가 사운드 세팅이라는 맥락 안에서 어떻게 놓이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