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이훈구(Studio Panda)


(이전에 이어)


‘루빈의 톤’ 만들어가는 중

_아무래도 세션 작업과 본인의 작업에서는 악기 사용이 다른 편인가요? 

루빈: 원래는 그랬어요. 아무래도 세션 작업에는 범용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초반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톤을 커버 가능한 기타라든가 악기가 필요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작업을 해 가다 보니까, 그렇게 넓은 영역을 잘 다루는 뮤지션들은 저 말고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악기들을 좀 줄였어요. 그리고 세션을 하더라도 ‘루빈의 톤’으로 해보려고 하고, 또 저만의 톤을 만들어가는 중이죠.


_어떤 악기들을 갖고 계셨나요? 어쩐지 화려한 장면이 연상되는데요.

루빈: 그렇다고 컬렉션이 있는 건 아니었구요(웃음). 아무래도 일렉트릭 기타 전공이다 보니까, 펜더의 제프 벡(Jeff Beck) 시그니처 모델. 그건 지금도 쓰고 있어요. 그리고 제임스 타일러(James Tyler)의 버닝워터(Burning Water), 범용이죠. 음악 시작하던 초기에는 락 넘버를 연주할 때 쓰는 용도로, 잭슨을 썼어요. OEM 모델이었구요.


_ 루빈의 지금 이미지와 잭슨이라. 

루빈: 언뜻 매치가 안 되는 것 같겠지만, 사실 많은 기타연주자들이 락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저도 그랬어요.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압구정동 ‘락커’, 대학로 ‘맥스’ 등의 클럽, 소극장에서 건즈 앤 로지즈(Guns & Roses) 카피 밴드도 했어요.


_제프 벡 시그니처 모델은 90년대 중반에 나온 모델과 2000년대 넘어 나온 모델이 사양 면에서약간 다른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 갖고 계시는 모델은? 

루빈: 초기 모델이에요. 제가 그걸 처음 구입한 시기가 97년이거든요. 97년 모델이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옐로우 컬러입니다. 제 첫 일렉트릭기타이기도 하고, 제가 나오는 여러 공연에서 보신 그 기타가 맞아요. 레이스 센서 픽업이 달려 있구요.


_제프 벡 시그니처가 다 ‘예쁜’ 컬러들이죠.

루빈: 맞아요. 저는 사실 모노톤을 좋아하는데, 제프 벡 모델을 보면 퍼플도 있고, 파스텔 톤에 가까운 그린도 있잖아요. 그런데 제 음악이 그렇게 예쁜 것만은 아니어서, 컬러를 한 번 벗겨볼까 고민도 했어요. 주변 여성분들은 좋아하긴 하지만(웃음).


_연주자로서 범용이라 할 수 있는 기타들과 펜더의 차이는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나요?

루빈: 음, 가요 세션에서 인기 있는 기타들이 있지요. 예컨대, 써(Suhr)라든가 탐 앤더슨(Tom Anderson) 등. 그리고 제가 사용한 타일러 역시 그런 기타들 중의 하나였죠. 가요 세션을 할 때 작곡가분들께서 권유하셨어요. 펜더가 가요에 잘 ‘묻지’ 않는다는 이유였죠. 워낙 자기 개성이 강한 악기다 보니까.


_안 ‘묻는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요. 

루빈: 타일러를 비롯한 이러한 악기들은 액티브 방식, 즉 기타에서 한 번 손을 봐서 들어가는 톤이에요. 정제되어 나가는 소리, 자연스럽게 컴프레서가 걸린 듯한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가요의 사운드라든가 작곡방식에서 크게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펜더는 아무래도 패시브 타입이니까, 일일이 톤을 다 만들어야 하고, 그걸 다시 녹음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해요.




사운드는 업데이트도 중요해…자신의 소리 다각도로 연구해야

_이사를 하셨다고 했는데, 말씀하신 걸로 추측건대 악기들도 가지런할 것 같은데요. 

루빈: 원래 그렇긴 한데, 지금은 이사 이틀째라 정신이 없어요. 집에 들어가서 하나하나 정리해야죠. 이사를 오면서 아예 작업용도로 방을 하나 할애했어요. 악기들이 차에 한가득이었죠(웃음).


_사용하시는 앰프는요?

루빈: 미국에서 구입한 메사부기(Mesa Boogie) 론스타(Lonestar)예요. 100w 콤보앰프인데, 스팅(Sting)의 내한공연 때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Dominic Miller)를 보고 반해서 구입했죠. ‘아 저거야’ 하면서. 사실 국내에서는 찾기가 어려웠어요. 인터넷 장터에서 ‘론스타 스페셜’은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상용하는 앰프는 미국에 가서야 구입할 수 있었죠. 메사부기 앰프가 락이나 메틀용도로만 유명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멋진 소리를 내 줘요. 너무 좋아요(웃음). 다만 론스타는 녹음용으로는 써보지 않았고, 레코딩 때는 메사 부기의 랙 타입 렉티파이어(Rectifier) 레코딩 프리앰프를 사용해요. 캐비닛 시뮬레이터를 쓰고, 공간계는 MPX1(Lexicon), 그리고 나머지 이펙터는 컴팩트 페달로 해결하구요.


_공연장에서는 여러 가지 앰프가 오는데, 개인장비가 아닐 경우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나요? 

루빈: 음, 딱히 그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마샬의 경우는 거의 모든 공연장에 있고 자주 보게 되니까 익숙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다만 펜더의 트윈리버브는 제가 갖고 있는 이펙터 조합이나 몇 가지 측면, 밸런스 등 세밀한 부분에서 다소 제 세팅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고생했어요.. 그 자체는 좋은 앰프죠.  5월에 열린 ‘뮤즈 인 시티(Muse in City)’ 때 트윈리버브였을 거예요. 다소 고역대의 소리가 많았는데, 다행히 PA 쪽에서 잘 잡아주셨죠.


_드디어 나왔네요, 페달보드.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구요.

루빈: 주로 클린 부스터로는 RC 부스터(Xotic)를 항상 써요. TS808(Ibanez)과 물론(Moollon) 디스토션, 그리고 부스터 계열로 디바이디드 바이 13(Divided by 13)의 리프트(Lift, 위 사진 별도표시)를 추가하죠. 특히 물론은 사운드가 정말 좋아요.


_솔로, 바드, 요조 세션 등, 경우에 따라 세팅이 다른가요? 

루빈: 음, 루빈, 즉 제 솔로 공연 때의 용도로 따로 만든 페달보드가 있어요. 우선 피시맨 아우라(Fishiman Aura)의 어쿠스틱 프리앰프를 두고 루프스테이션(Boss)을 써요. 그리고 그 다음에 뮤지콤(Musicom)에 주문해서 만든 게 있어요. A, B 채널을 나누는 건데 일반적인 A/B박스와는 조금 다른 게, 두 채널에 동시에 아웃을 줄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해요. 거기에 그라운드 아웃도 만들었고… 한 쪽 채널에는 오버드라이브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건 콤보앰프로, 다른 한 쪽은 바로 프리앰프로 갈 수 있도록 해서 그 두 톤을 믹스해 쓰는 거죠.


_이펙터의 구조에도 해박하신 것 같은데, 직접 제작해보실 의향도 있으셨나요? 

루빈: 아뇨. 기본적인 원리는 알고 제가 필요한 것에 대해 잘 설명할 수는 있지만 직접 만드는 것은 엄두가 안 나는 일이라 일단 주문하는 선에서.


_요즘은 중학생들도, 입시를 준비할 경우에는 페달보드가 좋더군요.

루빈: 제가 입시를 할 때만 해도 페달보드나 톤에 대해서는 별로 중시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뒤늦게 톤에 대해 공부하니까 힘들었어요. 톤이란 게 정말 중요한 건데, 이게 잠시 신경을 쓰지 않고 몇 년을 지나가서, 공백이 생기고 업데이트가 없으면 감각을 잡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후배들이나 레슨생에게도 톤을 잡는 데 신경쓰도록 권해요. 하나하나씩 다 만져보는 것도 공부인 거죠. 점점 악기들이 좋아지고 발전을 하니까 뮤지션이 신경쓰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죠.


_지금 쓰시는 페달들은, 말씀하신 업데이트의 압박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는 ‘명기’들이기도 한데요. 

루빈: 그렇죠. 저는 여러 가지 사용하다 보니 결국 스테디 셀러라고 할 수 있는 악기들로 거르고 걸러진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컨트리 정서 담은 미국 모던락 사운드가 좋아…12월 1일, 피아와 바드가 한 무대에?

_앨범 작업은 거의 끝났다고 하셨죠. 작업 기간 중에 듣는 음악이라면 어떤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루빈: 아무대로 제가 레퍼런스로 생각하는 음악들인데요. 미국 쪽, 특히 컨트리적 정서가 잘 표현된 모던락 음악을 열심히 들으려고 해요. 컨트리 팝.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도 많이 듣고. 사실 메사부기 앰프를 구입한 이유도 미국 컨트리 팝이나 락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앰프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_아이리쉬 스타일에는 어떻게 끌리게 됐나요. 

루빈: 제가 좋아하는 컨트리의 연원이 결국 아이리쉬 음악에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미국 블루그래스와 컨트리의 뿌리도 거기 닿아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많이 듣게 되고 좋아하게 됐지요.


_루빈 씨가 음악으로 대학에 진학할 때만 해도 실용음악과가 많이 없었고, 또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본인의 경우엔 어떠셨나요. 

루빈: 반대라기보다는 ‘어지간하면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완곡하게 표현하신 정도예요. 그런데 심한 반대는 하지 않으셨어요. 강압적이진 않으셨거든요. 저한테 맡겨두시는 편이었어요.


_몇 년 사이, 또래 뮤지션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는데요. 교류가 있으신가요. 

루빈: 아무래도 요조, 그리고 임헌일(메이트), 특히 피아의 양혜승 씨와는 친분이 두터워요. 그래서 피아 다른 멤버분들과도 친하게 지내요. 아 맞다, 오는 12월 1일에는 피아, 바드, 이승환 밴드가 같이 공연할 계획이에요.


_피아와 바드라. 조합이… 

루빈: 특이하죠. 그런데 바드 음악도 어쿠스틱이지만 빠르고 락적인 성향을 담은 곡도 있어서 잘 어울릴 것 같아요.


_'꿈의 악기'라 할 만한 악기가 있나요. 

루빈: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웃음). 물론 지인들 중에 좋은 악기를 빌려주고 연주해 보도록 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좋은 소리에 반해서 ‘갖고 싶다’ 그런 느낌이 들 때는 있는데, 그걸 목표로 하거나 하진 않아요. 저는 어느 정도 퀄리티만 있다면, 그 악기만의 특징으로 연주를 하는 것이 좋아요. 깁슨은 연주해 본 적이 없는데, 궁금하긴 해요. 특히 어쿠스틱 기타는 갖고 싶은 악기예요. 제 음악과도 잘 어울릴 것 같고.





즐거운 루빈 씨…탱고, 페달 스틸, 해금

_조용한 성격이신 것 같은데, 사교 쪽에도 취미가 있으신가요. 

루빈: 탱고를 좋아해요. 모임이 있어요. 성당 성가대 모임에 나가는 정도?


_기타 외에 민속 악기들에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루빈: 미국에서 사 온 페달 스틸이 있어요. LA 기타 센터에서 샀는데, 거기 직원들 중에도 연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더라구요.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꼭 마스터해서, 작업으로 들려드리고 싶어요. 해금은 상당히 오래 배웠어요.


_ 오늘 인터뷰 수고하셨습니다. 긴 시간 동안 감사해요. TONE OF AGES ‘Critic Player’의 첫 인터뷰이입니다. 페이지가 요렇게 생겼어요. 

루빈: (컴퓨터 화면에 뜬 화면을 보며) 재미있네요. 사실 저도 음악 하면서 페달보드 짤 때 ‘아 이건 누구의 페달보드, 저건 누구의 셋팅’ 하면서 조합했던 기억이 나요. 한국엔 그런 게 드물죠. 의미 있는 작업이 됐으면 좋겠네요.






저도 첫 인터뷰이가 루빈이어서 좋았어요.

아…인터뷰어인 제가 남자인 터라 차마 이렇게 이야기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2013년 음악계에서 결정적인 매 순간에 루빈의 플레이가 있었습니다. ‘Critical Player’는 앞으로도 이러한 방햐에 맞춰 인터뷰이를 선택하고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