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솔, [정직한 마음], 일렉트릭 뮤즈, 2013. 11. 14



  • 새삼 레이블이란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름의 고민 끝에, 그것은 복수의 음악집단에게 그 경로가 멀든 가깝든 하나의 '테마'로 기능하는 무엇이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이르렀다.
  •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는 레이블 '일렉트릭 뮤즈'의 존재가 단서가 됐다. 물론 한 레이블에 소속된 팀이라고 해서 음악의 내외연이 비슷한 형태를 보인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비약이다. 그러나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악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라든가 사운드를 빚어내는 방식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에서 일종의 합의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레이블이 또한 일렉트릭 뮤즈다.
  • 개인적으로 기타리스트 홍갑에 주목했다. 김목인의 앨범 [한 다발의 시선]에도 참여한 그는 올해 또 한 명의 크리티컬 플레이어라 볼 수도 있다.
  • 그의 어쿠스틱 기타 터치는 다면적인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혹은 그의 기타를 통해 강아솔의 음악을 개별성으로도 볼 수 있고, 역으로 레이블의 큰 테마 안에서 어떤 맥락에 놓이는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일렉트릭 뮤즈는 마스터링에서 다이나믹 레인지를 풍부하게 살려 세부적인 질감을 살리는 것을 모토로 한다. 그 세부적인 질감은 가청주파수 외의 것과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즉 소리를 인지하는 사람의 정서상태를 비추도록 이끄는 방식인 셈이다.
  • 이 앨범엔 여자를 울리는 곡, 남자를 울릴만한 곡이 하나씩 들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곡들의 목적은, 강도는 다르지만 효율적으로 달성되는 듯하다. 딸에게 '이불을 보낸다'는 엄마의 메시지나, '늘 몰래 삼켰던 그 목소리로 이야기해' 달라는 연인의 목소리는 노래 사이사이의 화이트 노이즈에 의해 더욱 완벽히 구현된다.




나희경, [Up Close To Me], 소니뮤직, 2013. 11. 07




  • 뮤지션에게 욕심이 있다는 것은 청자의 입장에서 어떤 의미로든 선물이다. 또한 그 욕심이 결과물로 빚어지는 부지런함을 보인다면 그것은 음악사적인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뮤지션은 변화할 것이다. 여기서는 진보나 후퇴라는 말조차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 나희경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 이 뮤지션이 가능한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거기에 투신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다. 굳이 그녀가 행해 온 여러 여행의 이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파악된다. 
  • 이전 작업들과 비교되는 점이라면 특유의 나직하면서도 꽉 찬 육성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특유의 허스키 톤이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첫 인트로 "Invisible"부터 뭔가 물리적인 압력이 느껴진다. 특히 9번 트랙에서는 그녀의 이전 작업에서 쉬 들을 수 없던 일렉트릭 기타의 점성 강한 오버드라이브 톤이, 이 보컬리스트가 앞으로 보여 줄 새로운 국면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과장일까.
  • 개인적인 평을 덧붙이자면 이 보컬리스트의 평소 말하는 목소리를 좋아한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 정말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그러니까 Up Close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