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영의 두 번째 앨범 [Sleepless Night]를 반복해 들으면 자꾸 외로 됨이라는 테마가 떠오른다. 비약이기보다는 차라리 재능이 부족하고 범상한 청자의 클리셰적 연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외로움의 느낌은 전작의 수록곡 “Lonely Like Everyone”에서 들려 준, 밝은 소녀의 표정과는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글_한명륜 자료제공_파스텔뮤직



[Sleepless Night]에 담긴 희영의 목소리는 불안감을 선사한다. 당연히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불안감은 곡의 완성도에 대한 기술이 아니라 곡이 전하는 정서 ―오해가 많은 세상이라 부연한―다. 차분한 템포의 곡들이 주된 분위기를 이루지만, 어쩐지 한 자리에 앉아 있는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다. ‘언제든 공연을 할 수 있도록최소화한 세팅으로 즉흥적 느낌을 살린 녹음 방식을 택했다는 뮤지션의 변을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감상의 가능한 요인으로는 첫 EP [So Sudden](2011), 정규 1 [4 Luv]의 수록곡들에서보다 다소 느슨해진 리듬파트의 구심력을 들 수 있겠다. 전작의 수록곡들인 “4Luv”라든가 “Big Knot” 등의 트랙을 들으면, 일정 이상의 무게감과 깊이를 가진 드러밍의 인력이 작용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Stars in New York City”, “Then, Fade”, “Show Me What You’ve Got” 정도를 제외하면, 리듬 파트는 어쿠스틱 기타 근음의 울림 정도에 머무른다. 굳이 화성의 내성(內聲, inner voice)에 집착하지 않는 보컬 멜로디 구성은 전작들로부터의 연장선에 있지만, 이 앨범에서는 좀 더 그 자유로움이 부각된다는 인상이다.





이러한 정서는 전작에 비해 한층 야성적인 느낌이 드는 기타 톤의 활용에 의해 배가된다. “Stranger”, “Whisky to Tea”, “What a Girl to Do?” 마치 자니 캐쉬(Johny Cash) 스타일의 거친 남성미마저 느껴진다. 자연스러운 결과 아니었을까. 사실 이번 앨범의 녹음 과정은 물리적으로 피로한 과정이었을 터다. 더운 시기 뉴욕에서 떨어진 시골 교회에서, 거친 잠자리의 질감과 순간순간 컴프레싱한 감정의 격화 같은 게 연상되는 데이터다.

 

물론 이 글이 청자가 받을 감상의 어떤 표준적인 형태를 설명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또한 뮤지션이 이 작업을 앞두고 청자들의 감상까지를 계량하듯 작업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음악적으로 오래 훈련된 직관이 곡의 디테일들을 테마 쪽으로 회귀하도록 조정했다고 볼 수는 있을 듯하다.

 

희영은 3년간 7곡짜리 EP, 12곡과 13곡짜리 앨범을 내놓았다. 물론 음악인의 작업량과 기간에 관한 비례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다. 그러나 분명 희영의 작업량에 압축적인 면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뮤지션이 겪은 사고라든가 정서에 어떤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을 것이라는 점도 짐작해 볼 수 있다. 같은 외로 됨이라도, 연애감정을 전제한 소녀의 감성과 삶 자체를 낯선 곳에 던져 자신을 되돌아보려는 이방인의 의지로 질적인 변화를 이루었다는 것이 이번 앨범의 함의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변화를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소 월권적인 태도일 듯싶다. 그보다 앞으로 희영의 디스코그래피가 다양한 역사적 정보를 담는 방향으로 나갈 것 같다는 정도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Track List

1. Intuition

2. Stars in New York City

3. Stranger

4. Whiskey to Tea

5. Show Me What You've Got

6. Happy New Year

7. Sleepless Night

8. Slow Dance Song

9. Then, Fade

10. I Want You, Only

11. What a Girl to Do

12. He was a Cloud(Bonu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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