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별 의미 없다. 말의 해라 말이 들어가는 제품명의 페달을 찾아본 것 뿐이다. 말이라는 단어에서 상징되는 육체적인 '힘'이나 '남근성'을 생각해 봤을 때 오버드라이브나 디스토션을 떠올리기 쉬운데 별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차라리 케이블 잭 같은 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그런데 의외로 흥미로운 페달들이 레이더에 걸렸다.





가자 '철마'야…월러스 오디오, '아이언호스'


"가자 철마야, 저 압록강까지" 라는 민중가요가 떠오른다. 그 유명한 '조국과 청춘'의 곡인데, 학생운동 집회뿐만 아니라 상당수 대학의 스포츠 축제 응원곡으로도 사용되었다. 인트로의 두텁고도 부드러운 기타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이었다.


잘못하면 톤 오브 에이지가 '좌좀'으로 찍힐지도 모르니 이쯤에서 그만. 여기 든 아이언호스(Iron Horse)는 미국 부티크 페달 제조업체 월러스오디오(http://walrusaudio.com)의 디스토션 페달이다. 스튜디오 엔지니어와 비주얼그래픽 아티스트들이 의기투합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페달을 제조하는 이 업체의 포트폴리오는 넓이보다 깊이를 중시한다. 그러나 그 깊이 안에서 여러 가능한 변주들을 이루어낸다.


월러스 오디오의 페달들은 컴프레서 회로를 절묘하게 이용해 퍼즈와 오버드라이브, 디스토션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성격의 페달들을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 특정 주파수대 강조 스위칭 시스템이라든가 톤 노브의 영역을 넓게 만들어 다양한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게 만들어진 페달들이 많다.


그리고 거기에 감각적인 그래픽 디자인이 덧씌워져 있다는 것도 매력적. 사실 페달이 무대 밑에서 잘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연주자에게 페달의 디자인이 제시하는 자극은 작지 않다. 심플하지만 컬러로 이펙터의 정체성을 정하는 보스의 디자인 정책에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유튜브 라이브 시대다. 모니터가 연주자의 페달보드를 가리는 공연장에서만 락밴드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물론 현장만큼의 음압을 느낄 수야 없겠지만 다양한 카메라워크를 통해 페달보드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1년 출시된 월러스 오디오의 아이언 호스의 '말' 그림은 그래서 시대적으로도 유효한 매력을 갖고 있다. 물론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 페달을 꾹 밟았을 때 말의 눈에 불이 '빡' 들어오는 걸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


장난삼아 찾았지만 사운드 샘플 자체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특히 톤 노브 아래쪽에 있는 토글 스위치를 통해 디스토션의 스타일을 정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퍼즈부터 오버드라이브, 그리고 페달의 정체성인 '디스토션'까지 폭넓은 스타일의 질감을 구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앞서 말했든 이 회사는 컴프레서 회로에 대한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는데, 다양한 톤의 변주를 이루어낼 수 있는 기술의 원천이라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업체 한 곳이 이 페달을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가자 철마야"에도 상당히 어울릴 사운드가 아닐까.











키치한 그래픽을 닮은 사운드프로톤, '데드 호스' 오버드라이브



프로톤(ProTone)의 오버드라이브 페달 데드 호스(Dead Horse)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다르지만 위의 와일드 호스에 비하면 그리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하는 사운드는 아니다. 오히려 위에서 살펴본 와일드 호스가 오버드라이브에 가깝고 이 데드 호스가 디스토션 같은 느낌이다. 고역대가 강조된 디스토션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퍼즈 효과까지 같이 나는 디스토션이랄까. 빅 머프(Big Muff, EHX)의 톤과 서스틴 노브를 끝까지 올렸을 때의 톤과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튜브스크리머의 회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생기는 인상일 터다. 물론 빅 머프보다는 약간 '저렴한' 느낌이다.


그래도 톤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클리핑 토글 스위치를 통해 귀에 거슬리는 지나친 고역대를 조절할 수도 있다. 부스터로 쓰기는 어려운 페달이지만, 오히려 이를 메인 드라이브로 쓰고, 옥상옥 같지만 튜브 스크리머를 통해 부드러운 질감을 더할 수도 있다. 락트론(Rocktron)의 램피지(Rampage)를 사용해 본 이들이라면 톤 활용에 있어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리라 보인다.


또한 이 페달 역시 연주 감상에 있어 미디어적 수단이 다각화된 시대에 적합한 페달이다. 이 페달은 모두 세 종류의 그래픽을 갖고 있다. 기계가 된 말, 헬로윈(Helloween)의 앨범 커버 아트가 생각나는 해골 카우보이, 그리고 미국 B급 호러물과 이토 준지의 감각이 뒤섞인 듯한 디자인. 모두 흥미롭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어느 것도 썩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 페달은 좋은 사양의 랙형 프리앰프, 그리고 액티브 픽업이 장착된 기타와 만나면 저, 중, 고 모두가 강력하게 살아 있는 메틀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 페달을 사용하고 싶을 만큼 구매욕을 자극할지는 의문이지만.| 한명륜 evhyj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