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적 멜로디 감각과 여유의 매력, 공연에서 만난다

다음 달 15일 저녁 디딤홀서…베이시스트 합류한 다운헬, 타미 김 게스트로



'로맨틱'하다는 말은 예술사에서 '그리스적'인 것과 비교해서 쓰이는 용어였습니다. 즉 고대 그리스 문화와 예술을 자연의 황금비율이 반영된 완성 그 자체로 볼 때 로마적인 것은 그런 예술적 규칙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알렉스, 그 알렉스가 아니고 노경환 '알렉스'가 '로맨틱 기타리스트'로서의 길을 표방한 앨범을 발표한 것이 지난 해 말의 일입니다. 사실 절륜한 기타리스트들이 음반을 냈지만 몇몇 소수의 사도들에게만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죠. 좋은 곡들이었지만 세일즈가 부진했던 경우입니다. 그러나 알렉스의 앨범 [Elevation]은 현재 선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강의를 나가는 교육자라곤 하지만 요즘 '애들'이 어떤 '분들'인데 선생님이라고 CD를 무조건 구입하겠습니까.


[Elevation] 앨범에서 들리는 최대 장점은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좋은 멜로디입니다. 뮤지션에게 다른 뮤지션의 케이스를 언급하는 것이 실례일지는 모르지만 8비트의 속도감이 돋보이는 "질주"도 하드락적이기보다는 더 스퀘어(The Square)의 빠른 넘버들을 연상케 하는 여유로운 테마 선율이 돋보입니다. 주제선율이 다소 자주 반복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가 기타로 '노래'를 만든다는 데 집중했음을 알 수 있는 곡이죠. 정통 하드락보다도 락 요소가 가미된 퓨전재즈의 느낌도 있다는 게 개인 소견이기도 합니다.


사실 요즘 락 연주자들의 솔로 음반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즈 쪽보다도 연주음반을 찾기가 어렵죠. 음반사나 연주자들이나 그렇게 해서 만든 음반이 어떤 부담이 될 지 뻔히 아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단독 공연에서도 연주자별 솔로 스팟이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음악의 취향과 연령적 성숙도를 너무 간단히 잇는 경향이 있습니다. 솔로잉 중심의 연주는 '소싯적'에나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라는 태도죠. 물론 연주를 '곡'이라는 전체의 측면에서 이해하지 않고 오로지 손가락 전투를 벌일 타이밍만을 기다리는 듯한 연주는 수준이 높아질수록 지양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결국 좋은 멜로디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주하는 것은 분명 악기가 가진 여러 가능성을 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달 15일 알렉스가 홍대 디딤홀에서 그 연주를 선보입니다. 그에게 한국 기타리스트에게는 처음으로 시그니처 모델을 제공한 아이바네즈도 후원합니다. 추후에 따로 한 번 다룰 부분이지만 그의 이번 시그니처는 여러 면에서 하이엔드급임에도 실제 가격은 200만 원대 안쪽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퀄리티 상으로 3~400만 원대 기타에 뒤질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기타의 뒷면을 보면 연주 중 줄이 끊어져도 피치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복합 스프링 장치가 장착돼 있습니다.


"질주"의 비디오에서 오토바이를 뺏기고 지극한 분노를 보여 주었던 마크, 아이바네즈 시그니처표 전자파를 맞고 쓰러지던 미구엘(이준혁)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게스트로 다운헬이 나오니까요. 아, 그리고 드디어 베이스와 함께하는 다운헬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해 모처에서 만난 보컬 마크에게 베이스 멤버의 합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모두 베이스만 물어본다"고 하던 기억이 나네요. 다운헬은 음악성도 음악성이지만 항시 무대에서 베이시스트가 보여 주는 무게와 균형감각도 꼽지 않을 수 없는 밴드입니다.


당구로 알렉스를 곤경에 빠뜨리곤 한다는 기타리스트 타미김도 무대를 장식할 예정입니다. 두 절친의 입담도 기대됩니다. 혹시 게스트로 "우리 딸 만순이"의 주인공인 아기들도 만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