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하고 솔직하게, 7현기타는 대중화된다…저음현의 배반적 가치 살려낸 던컨 'Distortion'



7현 기타는 특별한 퍼포먼스나 뉴메틀의 상징을 넘어선 존재가 돼 가고 있다. 가상 악기가 발전이라든가 스마트 기반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여러 이펙팅 장비나 시스템은 결국 제한되고 간소한 구성으로 얼마나 더 다채로운 사운드를 낼 수 있는가 하는 패러다임의 도래를 의미한다. 7현 기타는 낮은 B음을 첨가함으로써 구현될 수 있는 조성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배음 구조의 확장으로 다양한 톤을 만들 수 있는 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런 개념이 낯선 것은 아니다. 스티브 바이나 조 새트리아니의 경우 팝적인 조성으로서 인기 있는 E메이저(C#마이너) 계열의 곡에서 이미 이런 전범을 보여 주었다뉴메틀 시대의 밴드들은 이 7현기타로 적은 게인의 양과 강조된 미드레인지를 위해 빅 게이지 스트링의 드롭 튜닝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8현 기타도 마찬가지 논리다오트마 리베르트Otmar Libert와 메슈가Messhuga는 외형은 달라도 결국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인물이다. 그가 7현 기타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내보인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그전까지 누노는 튜닝 이전에 손으로 쓸 수 있는 화성적 바리에이션을 중시했다. 물론 어느 기타리스트든 이를 가볍게 보는 이는 없다. 다만 실험의 시기를 조금 일찍 택하느냐, 최대한 미루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드라마갓Dramagod시절 이후 그는 종종 낮게 튜닝된 저음현이 가지는 자체적 디스토션과 옥타브, 옥타퍼즈 계열의 스톰프박스가 이루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매칭을 선호했다. 특해 포르노 포 파이로스Porno for Pyros,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 출신의 페리 페럴Perry Farrell과 함께 한 새틀라이트 파티Satellite Party [Ultra Playloaded]등이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클린 톤에 가까울 정도이지만 한편으로는 줄의 떨림 자체가 옥타브 계열의 효과와 결합하면서 디스토션이나 오버드라이브의 개념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거대한 톤을 만들어낸다. 마치 볼륨을 한껏 키운 지미 페이지의 사운드와 같은 인상이다.


사실 저음현을 추가한 기타에서 좋은 사운드를 뽑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숙제다. 굵은 줄이 바디와 반응할 때 자연스럽게 강조되는 미드레인지를 픽업이 '명료하고도 솔직하게'라는 다소 상충되는 듯한 사운드 감각을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의 과제가 주어진다. 볼륨이나 톤 노브의 컨트롤에 따른 다이나믹 레인지에 있어서의 디테일 해결도 은근 까다로운 문제다. 물론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들이 연주하는 부분이기에 제기되는 문제다.


누노 베텐커트의 시그니처인 워시번의 N시리즈는 바디 자체의 떨림이 좋은 목재로 유명하다. 특히 퍼다우크(Padauk)의 무겁과 꽉 찬 바디가 만들어내는 집음 이전의 오버드라이브된 톤은 80년대 이후 메틀 기타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톤이다. 특히 그 특유의 어택과 다이내믹이 실린 피킹 아르페지오가 잘 살아난 "Hip Today"([Waiting for the Punchline], 1995)의 솔로가 그렇다. 바꿔 말하면 누노가 원하는 오버드라이브의 감각이라는 것은 까다로운 디테일의 극인 셈이다. 싱글 코일의 담백함과 험버커의 폐활량을 모두 요구하는 톤이라고 하면 타당하겠다.





 

누노 베텐커트 시그니처 기타의 7현 버전인 N7의 픽업에서, 누노의 까다로운 요구가 반영된 부분은 리어 포지션에 자리한 시모어 던컨Seymour Duncan의 디스토션Distortion이다. 원래 누노는 리어 포지션에 폴 피스pole piece가 레일형으로 되어 있는 빌 로렌스Bill LawrenceL-블레이드L-Blade 픽업을 사용해 왔다. 고역대를 디테일하게 표현해주는 픽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전체 다이내믹 레인지의 균형을 통해 선명한 음색을 찾아내고 고르게 이를 증폭하여 앰프로 보내주는 명품 픽업이었다. 그러나 빌 로렌스는 잘 알려졌듯 지난 해 11 2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샵은 거의 커스텀으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누노와 작업을 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다. 누노의 N7 시그니처는 2011년에 공개되고 실질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인 점을 감안하면 그러하다.

 


트레몰로 유닛의 폭을 고려한 TB(Trembucker)7현 버전의 Distortion 픽업(이미지출처: Seymour Duncan)



누노가 빌 로렌스를 고집해 왔던 것은, 상당수 픽업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던 것과 달리, 미국에서 오래 된 방식의 코일 감는 기계로 픽업을 제작해 왔던 덕분이었다. 까다로운 누노의 입맛을 맞추는 데 고생깨나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누노는 던컨의 디스토션 픽업 7현 트레몰로 사이즈를 선택했다.

 

사실 아마추어 아니라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라도 누노가 들어내는 정도의 디테일한 감각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드립같지만 신화라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 주목할 것은 NAMM 쇼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기타 제조업체에서 7, 8현 기타를 더 이상 레어 아이템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러 테크놀러지의 발전과 맞물려 7현 기타는 이미 대중적인 아이템에 들어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이펙터나 신서사이저는 전문가들이나 가능하던 다이내믹 레인지의 미세 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결국 누노가 요구한 솔직하고도 명료한 저음현의 감각 역시 별난요소가 아니라 앞으로 많은 대중들이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한명륜 evhyjm@gmail.com



이미지 출처: http://www.seymourduncan.com/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