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나비 꿈을 꾼 뒤 비로소 세상의 주객을 구분하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넘어선 바 있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서 예술 지상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스트릭랜드는 남태평양의 외딴 섬에서 나병으로 온몸이 썩고 시력마저 잃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 세상에 다시 없을 벽화를 걸작으로 그려내고 최후를 맞는다. 자연의 감춰진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아름답고 공포스럽기 짝이 없는 비밀을 찾아낸 인간만이 해낼 수 있던 작품, 그리고 그 진리를 위해 바친 숭고한 정열. '물아일체'는 실로 예술가들의 꿈이요, 자연은 곧 인류의 고향이다.



사운드 테라피의 근원, 자연의 소리

 

자연의 원시적 아름다움과 공포(편의상 구분하였지만 자연의 공포는 분명 아름다움을 내포한다)는 인류가 오늘날의 거대한 문명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상상력의 원천, 즉 영감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를 모티브로 하여 인류는 언어뿐만 아니라 수많은 악기와 음악을 발전시켜 왔다. 사람이 자연의 소리에 가장 원초적인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자연으로부터 인간의 60조가 넘는 모든 세포가 태동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창의적 직관이 발달한 음악가는 그래서 대자연의 기운을 닮은 음악을 동경하고 만든다. 본연의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삶의 영감을 깨닫기 위한 사운드 테라피sound therapy가 또 다른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자연이며, 자연의 소리는 사운드 테라피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자연의 소리를 닮고 싶은 악기들, 그 꿈을 경영 철학으로 만든 사람들





드러머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드럼을 시작하면서 장만했던 패드와 거기에 쓰인 메이커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리모Remo.' 사운드 테라피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이 회사는 사실 그냥 드럼 제조업체가 아니다. 'Health Rhythms'라는 하위 연구 부서를 두어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 및 삶의 희망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각종 체계적인 워크샵과 레크리에이션, 외부 테라피스트들 간 뮤직 테라피 컨퍼런스 등을 통해 미국 지역사회의 대표적 사운드 테라피 기업으로 활동 중에 있다. 워크샵을 위해 직접 개발하고 제공하는 악기가 모두 자사에서 개발한 퍼커션이니 제품 홍보와 동시에 음악계의 발전, 더 나아가 인류애, 공익까지 고려하는 경영 철학이 아닐 수 없다.


헬스 리듬Health Rhythms의 매니저인 앨리사 재니Alyssa Janney의 이야기에 따르면, 처음에 그는 이벤트 회사 버거퀸을 다니며 커리어를 쌓았지만, 대학에서 뮤직 테라피를 계속 전공하면서 소리와 인간 심리와의 역학 관계에 이후의 자신의 미래를 걸었다. '창의적 환경 속에 자신을 담그는 것(Immerse yourself in a creative environment)'이 세상을 빛나게 하는 밑거름이라는 일념 하에 그는 리모의 경영 철학과 뮤직 테라피스트로서의 소명 의식에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리모는 초기에는 드럼 패드로 명성을 쌓았지만 에그 쉐이커egg shaker(탁구공만한 크기의 구에 고운 모래를 넣은 휴대용 쉐이커. 재니는 에그 쉐이커라는 규격화된 악기와 명칭을 리모가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를 영화 음악의 오케스트라 악기 편성(instrumentation) 중 하나로 대중화한 공적이 있다. 특히 '22인치의 규격화된' 오션 드럼은 그가 최초로 만들기도 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는 다양한 과일 모양의 쉐이커fruit shakers, 오션 드럼, 트라이앵글 등을 지급하고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닮은 소리를 듣는 훈련의 기회를 마련한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인 악기들이 실제로는 사운드 테라피의 세계로 쉽게 다가가게 하는 토대인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간지러운 장난으로부터 창의의 새싹은 움트기 마련이다(창의에 속성이 있다면 간질간질한 깃털과 같은 류일 터다).


오션 드럼은, 위의 비디오 클립에서 보듯, 구슬 모양의 알갱이를 넓적한 북 안에 넣어 '바다의 파도 소리'를 미끄러지듯 표현할 수 있게 한 뮤직 테라피스트 관점의 악기다. 한쪽 면은 가죽과 테로 둘러 멤브라노폰membranophone(악기 분류법 중 하나로 가죽 재질의 막을 두드리거나 문질러 소리를 내는 원리의 악기)의 기본 퍼커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면서도, 이디오폰idiophone(막을 제외한 재질의 마찰에 의한 공명음을 발성의 원리로 삼는 악기)으로서 짧은 호흡의 쉐이커 기능과 긴 호흡의 슬라이드(물론 이 악기의 독창적 가치는 이것이다)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멀티 태스킹 퍼커션이라 볼 수 있겠다.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오션 드럼이 규격화되기 전 이 악기의 기원지는 네팔로 거슬러 올라간다. 히말라야 산맥의 육지 속에 온통 둘러싸여 있던 네팔인들은 가까이서는 결코 볼 수 없던 바다에 대한 동경을 바다의 소리를 흉내내는 프레임 드럼frame drum(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지만 특히 중동 지방에서 많이 발견되며 손으로 가볍게 들어 손바닥과 손가락 끝, 혹 막대로 연주하는 퍼커션류의 총칭. 고대 이집트부터 사용된 탬버린, 터키의 타르 등이 모두 프레임 드럼에 해당)의 형태로 간직하고 있었고 그것이 오늘날 리모에 의해 하나의 독립된 악기로서 구체화된 것이다.





인간이 악기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닮으려 했던 노력의 산실은 에그 쉐이커나 오션 드럼 외에도 부드러운 빗소리를 흉내낸 레인스틱rainstick(위 사진), 바람의 불규칙한 숨결을 청각화한 윈드 차임wind chime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마 이쯤에서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떤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운드 테라피적 접근에서 파생된 악기들은 사실상 월드 뮤직의 연주를 위해 사용되는 에스닉 계열의 악기들의 범주 안에 모두 속해 있다. 명상 음악과 월드 뮤직의 음악관이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으로 돌아가서' 관습화된 사고와 이해득실이 아닌 인간 본연의 선()과 이성의 회복을 주창한 루소의 자연주의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명상 음악의 정수에는 자연주의적 가치관을 반영한 음악과 사운드를 통해 인간 본성이 자연으로의 회귀에 이르고 태초의 깨끗한 자아로 다시 설 수 있게끔 돕는 궁극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다.



의도되지 않은 자연의 소리가 온 정열을 바친 예술가의 의도된 음악보다 더 아름답다면…


고해상도의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소리


악기의 개발과 연주 및 음악의 표현에서 당대의 음악가들은 자연을 동경하고 그 세계로부터 나오는 창의를 닮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런데 자연의 소리가 그 자체로 인간의 마음을 더없이 평안하게 사로잡는다면, 음악가는 왜 직접적으로 그 소리를 사용하기보다 오션 드럼으로, 혹은 다른 악기로 파도 소리를 표현할 때에 비로소 음악적이라고 생각할까? 가령, 드뷔시Debussy시링스Syrinx가 강가의 갈대로 변한 요정 시링스의 형상을 플룻 솔로로 표현한 것은 초현실적 이미지이기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만, 교향곡 바다(La Mer)”와 같은 성격의 표제음악이라면 실제 바다의 형이하학적 소리를 음악에 삽입했을 때 더욱 제재에 부합하면서도 리스너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이 부분에는 명상 음악의 근원적 딜레마가 숨어 있다. 음악을 듣는 훈련의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우리가 흔히 하는 '음악적이다'라는 말 속에는 멜로디, 하모니, 리듬과 같은 기술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으며, 또 다른 관념적 측면으로는 음악의 표현 과정에서 중의, 비유, 역설, 모순 등이 예술미를 발현하는수사적 가공을 통한 해석들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연의 소리에 인간이 극도의 평안함을 느낀다 하더라도 아무런 수사적 가공이나 음악적 작법이 들어있지 않은 노골적인 자연의 소리의 캡처링을 가지고서 그것을 명상 음악의 음악성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자연의 의도되지 않은, 아무런 작법과 수사가 담겨 있지 않은 소리가 음악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기조에 대해 존 케이지John Cage 등의 포스트 모더니즘 음악가들은 반대의 의견을 표출하였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다룰 예정이다).

 

만약 캡처링된 자연의 소리가 방법론적이나 결과적으로 특별한 희소성을 지닌다면 그 자체로서는 독자적 미학을 지니게 되지만 그것 또한 음악적 예술미와는 별개의 미학이다. 일례로 스티브 할펀Steve Halpern의 피라미드 내부 녹음 시도가 그렇다. 지난 명상 음악의 첫 칼럼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뮤지션의 표현과 의도보다 리스너의 명상적 기능에 태생적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필자와 같은 기조의 음악가들은 명상 음악에 자연주의적 이끌림을 느끼면서도, 리스너의 평안함과 작가주의 관점의 음악성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최적의 밸런스에 대해 여타 장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물론 이 난제를 해결할 때 그것은 획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온 정열을 바친 음악가의 의도된 명상 음악이 의도되지 않은 자연의 소리보다어떤 면으로라도더 좋을 수 없다면, 음악가는 좌절에 빠질 것이요, 창작에 음악적 동기부여를 느낄 수 없지 않겠는가.



포퓰러리즘에 타의적으로 편승되어 있는 한국 명상 음악이 나아가야 할 길

 

더욱이 예술의 담론을 떠나서 바라본 오늘날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음악가의 철학적 고증과 고심이 작품 속에 전혀 녹아들지 않은 채 대중의 말초적 감성을 위한다는 구실로, 명상이라는 기능적 결과만 그럴듯하면 된다는 구실로 천민 자본주의와 결부된 작품관의, 수박 겉핥기식 힐링 음악이 명상 음악의 카테고리에서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철학과 음악성을 두루 갖춘 명상 음악의 새로운 창작 음반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상업적으로 안전한' 기존의 명곡들에 기능성이란 명제를 부여한 태교 음악, 수면 음악 등의 컴필레이션 음반만이 오직 명상 음악이란 이름으로 각광을 받으며 본 장르의 잠재적 가치를 알게 모르게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매스 미디어의 지배에 크게 잠식되어 있는 한국 음악계는, 현재의 원인을 대중의 탓으로 돌리고 그들의 눈치를 보기보다, 명상 음악과 같은 소수의 장르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가는 뮤지션들의 자발적 혁신이 먼저 많아져야 장르 편향적 선택지에서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포퓰러리즘popularism의 선입견에서 탈피해 새로운 창의와 장인정신에 대한 다름의 가치를 높고 귀하게 보아줄 수 있는 미디어와 비평가들의 소신 있는 안목 또한 명상 음악과 같은 소수 음악의 미래를 위해 매우 소중한 자양분이 아닐 수 없다.

 

위로할 단서가 남아 있다면, 인류의 긴 음악사를 놓고 보았을 때 명상 음악의 잠재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전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본격적인 체계가 잡히기 전이기에 다른 장르에 비해 더욱 빠른 예술적, 문화적 변혁을 이뤄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선 비디오에서와 같은 고해상도의 자연의 소리를 깨끗하고 선명하게 디지털로 녹음하여 재생할 수 있게 된 시대적 혜택은 음악사에서 최대한으로 보아도 고작 35년 내에 불과하다(최초의 디지털 리코딩 앨범은 1979년부터 시작됐다). 1993년부터 한국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700 전화 서비스를 통해 감상하던 통화 음질의 자연의 소리가 단지 약 20년 만에 이런 수준까지 발전한 것을 떠올려 본다면, 당연한 혜택이 아닌 눈부신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사운드 테라피스트나 명상 음악가들이 음악 시장의 다변화된 확장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할 소명 의식을 느낀다면, 이미 태생 그 자체로 경이로운 자연의 소리를 이긴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그것을 아티스트적 체화를 통해 독창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실험하는 접근이 가장 생산적일 것이다. 앞서 소개한 리모의 오션 드럼 개발은 그러한 구체적 노력의 일환이며, 음악관이 동일한 순수 명상 음악과 월드 뮤직의 결합 또한 뮤지션의 고충을 덜어줄 수 있는 효율적 방편 중 하나일 것으로 여겨진다. | 송윤규 surinmusic@gmail.com






명료하고 솔직하게, 7현기타는 대중화된다…저음현의 배반적 가치 살려낸 던컨 'Distortion'



7현 기타는 특별한 퍼포먼스나 뉴메틀의 상징을 넘어선 존재가 돼 가고 있다. 가상 악기가 발전이라든가 스마트 기반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여러 이펙팅 장비나 시스템은 결국 제한되고 간소한 구성으로 얼마나 더 다채로운 사운드를 낼 수 있는가 하는 패러다임의 도래를 의미한다. 7현 기타는 낮은 B음을 첨가함으로써 구현될 수 있는 조성적 다양성 뿐만 아니라, 배음 구조의 확장으로 다양한 톤을 만들 수 있는 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런 개념이 낯선 것은 아니다. 스티브 바이나 조 새트리아니의 경우 팝적인 조성으로서 인기 있는 E메이저(C#마이너) 계열의 곡에서 이미 이런 전범을 보여 주었다뉴메틀 시대의 밴드들은 이 7현기타로 적은 게인의 양과 강조된 미드레인지를 위해 빅 게이지 스트링의 드롭 튜닝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8현 기타도 마찬가지 논리다오트마 리베르트Otmar Libert와 메슈가Messhuga는 외형은 달라도 결국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인물이다. 그가 7현 기타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내보인 것은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그전까지 누노는 튜닝 이전에 손으로 쓸 수 있는 화성적 바리에이션을 중시했다. 물론 어느 기타리스트든 이를 가볍게 보는 이는 없다. 다만 실험의 시기를 조금 일찍 택하느냐, 최대한 미루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드라마갓Dramagod시절 이후 그는 종종 낮게 튜닝된 저음현이 가지는 자체적 디스토션과 옥타브, 옥타퍼즈 계열의 스톰프박스가 이루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 매칭을 선호했다. 특해 포르노 포 파이로스Porno for Pyros, 제인스 어딕션Jane’s Addiction 출신의 페리 페럴Perry Farrell과 함께 한 새틀라이트 파티Satellite Party [Ultra Playloaded]등이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클린 톤에 가까울 정도이지만 한편으로는 줄의 떨림 자체가 옥타브 계열의 효과와 결합하면서 디스토션이나 오버드라이브의 개념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거대한 톤을 만들어낸다. 마치 볼륨을 한껏 키운 지미 페이지의 사운드와 같은 인상이다.


사실 저음현을 추가한 기타에서 좋은 사운드를 뽑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숙제다. 굵은 줄이 바디와 반응할 때 자연스럽게 강조되는 미드레인지를 픽업이 '명료하고도 솔직하게'라는 다소 상충되는 듯한 사운드 감각을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의 과제가 주어진다. 볼륨이나 톤 노브의 컨트롤에 따른 다이나믹 레인지에 있어서의 디테일 해결도 은근 까다로운 문제다. 물론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들이 연주하는 부분이기에 제기되는 문제다.


누노 베텐커트의 시그니처인 워시번의 N시리즈는 바디 자체의 떨림이 좋은 목재로 유명하다. 특히 퍼다우크(Padauk)의 무겁과 꽉 찬 바디가 만들어내는 집음 이전의 오버드라이브된 톤은 80년대 이후 메틀 기타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톤이다. 특히 그 특유의 어택과 다이내믹이 실린 피킹 아르페지오가 잘 살아난 "Hip Today"([Waiting for the Punchline], 1995)의 솔로가 그렇다. 바꿔 말하면 누노가 원하는 오버드라이브의 감각이라는 것은 까다로운 디테일의 극인 셈이다. 싱글 코일의 담백함과 험버커의 폐활량을 모두 요구하는 톤이라고 하면 타당하겠다.





 

누노 베텐커트 시그니처 기타의 7현 버전인 N7의 픽업에서, 누노의 까다로운 요구가 반영된 부분은 리어 포지션에 자리한 시모어 던컨Seymour Duncan의 디스토션Distortion이다. 원래 누노는 리어 포지션에 폴 피스pole piece가 레일형으로 되어 있는 빌 로렌스Bill LawrenceL-블레이드L-Blade 픽업을 사용해 왔다. 고역대를 디테일하게 표현해주는 픽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 전체 다이내믹 레인지의 균형을 통해 선명한 음색을 찾아내고 고르게 이를 증폭하여 앰프로 보내주는 명품 픽업이었다. 그러나 빌 로렌스는 잘 알려졌듯 지난 해 11 2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샵은 거의 커스텀으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누노와 작업을 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다. 누노의 N7 시그니처는 2011년에 공개되고 실질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인 점을 감안하면 그러하다.

 


트레몰로 유닛의 폭을 고려한 TB(Trembucker)7현 버전의 Distortion 픽업(이미지출처: Seymour Duncan)



누노가 빌 로렌스를 고집해 왔던 것은, 상당수 픽업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던 것과 달리, 미국에서 오래 된 방식의 코일 감는 기계로 픽업을 제작해 왔던 덕분이었다. 까다로운 누노의 입맛을 맞추는 데 고생깨나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누노는 던컨의 디스토션 픽업 7현 트레몰로 사이즈를 선택했다.

 

사실 아마추어 아니라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라도 누노가 들어내는 정도의 디테일한 감각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드립같지만 신화라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 주목할 것은 NAMM 쇼를 비롯해 상당히 많은 기타 제조업체에서 7, 8현 기타를 더 이상 레어 아이템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여러 테크놀러지의 발전과 맞물려 7현 기타는 이미 대중적인 아이템에 들어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이펙터나 신서사이저는 전문가들이나 가능하던 다이내믹 레인지의 미세 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결국 누노가 요구한 솔직하고도 명료한 저음현의 감각 역시 별난요소가 아니라 앞으로 많은 대중들이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한명륜 evhyjm@gmail.com



이미지 출처: http://www.seymourduncan.com/blog/








2014 경인방송 기타킹 결선…3월 1일 오후 3시 인천 송도 트라이볼

연주·공연 중심, 잊혀지지 않는 꿈 지키는 로컬 문화 제고 기회

 

전국 통기타 고수를 뽑는 2014 경인방송 ‘기타킹’의 결선이 열립니다.

 

지난 1 20일부터 2 9일까지 Daum UCC예선, 2 17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생방송(90.7MHz, PD 안병진) 배틀을 거치면서부터 뮤지션들을 놀라게 할 만큼의 고수들이 등장해 씬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죠. ‘도대체 이 사람이 어디 있었어?’하는 반응을 이끌어낸 재야 연주자들이 상당했습니다.

 

그런 쟁쟁한 연주자들 중에서 8명이 세 번째 3기타킹의 자리를 놓고 격돌합니다. 내달 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공연장 트라이볼에서 2014’기타킹의 결선 공연이 펼쳐집니다.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인천, 특히 송도는 지난 해 펜타포트 전용 공연장을 구비하며 음악도시로서의 면모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경인방송 기타킹역시 이러한 분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함춘호, 김도균 , 박주원 등 세대와 분야별로 당대 최고의 실력가들로 존경받는 기타리스트와 음악평론가 성우진 씨가 심사를 맡습니다. 우승자에게는 37.5g(1)의 순금 피크가 주어집니다. 고급 기타와 음원제작 기회도 따라오죠.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런 출중한 실력을 숨기고 지냈는지는 모르지만 잊혀지지 않는 꿈의 가치, 그것을 응원하는 공연 중심 문화가 바로 인천과 경기도 문화의 로컬적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현재 1돈은 매도가 기준으로 17만 원 정도입니다. 최근 3년간 금값은 하락세였던 관계로 추후 반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금값은 요철을 거치며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은근 한 재산된다는 이야깁니다.

 

사회는 가수 이상미 씨가 맡게 되며, 축하공연은 이번 11회 한국대중음악상 최다부문 노미네이트를 기록하기도 한 장필순 씨와 지난 해 2기타킹에 올랐던 연주자 임형빈 씨가 축하무대를 갖습니다





떨림 가득한 삶의 음표 기대



최근 조용필과 지구레코드 사이에 극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조용필이 그의 초기곡들에 대한 저작권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사실 조용필의 경우처럼 크게 이슈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문제로 자신의 음악을 다시 세상에 내놓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음반사가 없어지는 경우 그 음원마저 행방불명이 되는 경우가 많죠. 그렇다고 원래 작곡자라는 이유로 곡을 막 쓰는 것도 법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는 일입니다.

 

이현석의 20주년 기념 음반이 대단한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 역시 서울음반 시절의 음원을 원활하게 쓸 수 없는 문제가 있었죠. 그런데 진짜 비르투오소답게, 자신의 곡들을 모두 다 새로 연주함으로써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면서 자신의 연주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기타리스트 이현석. 그의 공연이 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해 10월 파라노이드 차준우 에디터와 함께 인터뷰를 가졌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의 클럽 스카이 하이에서 그의 기타를 만져 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그의 삶터인 스카이 하이에서 연주와 믹싱을 마친 음반입니다.

 

그래도 마스터링 보내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무척 떨렸다는 고백이 해가 지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과거 그의 이미지는 수많은 카더라때문에 완벽주의자’, 기타 실력은 뛰어나지만 성격이 까탈스러운 사람으로 잘못 알려져 있었죠.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음악 앞에 겸손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한 명의 뮤지션입니다. 아 물론 그의 손가락은 또 있기 어렵다는 게 함정입니다만.

 

4일 남았습니다. 막바지 예매 돌풍을 기원합니다.




스팅 & 폴 사이먼 투어 중 세팅

 

 

톤 오브 에이지의 첫 번째 크리티컬 플레이어로 인터뷰를 가졌던 기타리스트 루빈이 사랑하는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Dominic Miller의 세팅.

 

생각보다 별나거나 특별한 부티크 페달이 눈에 띄는 세팅은 아니라 보입니다. 일단 페달보드만으로 보아서는 일렉트릭 기타 세팅으로 보입니다. 어쿠스틱 기타에 사용하는 부스터라든가 채널 분리 및 셀렉팅 페달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미닉 밀러의 경우 어쿠스틱 기타는 공연 시 나일론줄 기타를 많이 사용하면서 마이크를 통해 집음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으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 도미닉 밀러는 스팅과 폴 사이먼Sting & Paul Simon의 투어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TONE OF AGES






 

2 8, 에디터는 코엑스 3층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14모파이MoFi에 다녀왔다. ‘모바일피델리티의 합성어인 이것은 음악 및 음향산업 종사자들에게도 그리 익숙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 콘텐츠를 수용하는 태도와 의식에 있어 이루어져 왔던 변화, 그것을 가시적 영역에서 논의하게 만드는 테마가 아닐까 싶다.


글_사진 한명륜 자료제공 2014MOFI SHOW, 굿인터내셔널 


 

포터블에서 모바일로

 

포터블portable’, 휴대할 수 있는, 옮길 수 있는.

모바일mobile.’ 이동이나 움직임이 자유로운.

 

두 형용사의 의미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음악 정보 재생기기 발전사의 측면에서 보면 두 용어는 한 혈통을 가진 늑대와 개처럼 갈라졌음을 알 수 있다.

 

80년대 좀 깬대학생들의 MT에는 CCR이나 아바의 음악을 들려주던 포터블 카세트가 있었다. 우람한 C형 건전지(지름 26mm, 높이 50mm)가 네 개 혹은 여섯 개 들어가는 이 카세트의 포터블이란 휴대보다는 어딘가에 옮겨놓는것을 뜻했다. 남자 복학생들의 테스토스테론 향기 가득한 어깨, 혹은 배낭에 실린 그것들은 북한산 기슭, 강촌 물가 자갈밭 등에 자리를 잡았다. 전설의 시대에 옮길 수 있음은 부가적인 기능이었던 셈.

 

그에 비해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모바일 음향기기들은 훨씬 이동 거리가 많았다. 수 없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실려 있는 존재였던 까닭이다. 음원정보 재생장치가 소형화를 거듭하다가 전화기에 수용된 이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러면서 콘텐츠 수용 창구의 미분화와 간편한 휴대의 욕구는 상호 피드백을 이루어 왔다.

 

 

내 세상이여 나에게 충실해 줘요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피델리티Fidelity>(2000)라는 영화가 있다. 여주인공 클레어는 결혼 생활의 인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로 소피 마르소가 맡았다. ‘fidelity’는 사전적으로 충실도, 부부 간의 신의를 뜻하지만 제목이 딱히 반어랄 것은 없다. 사람들이란 구하지 못할 것을 입에 담고 그리는 데 능하지 않은가.

 

음향기기에서 피델리티는 우리에게 파이Fi라는 약어로 존재감을 굳혔다. 얼마나 음악적 정보를 인간이 만족할 만큼 충실하게 전해주느냐 하는 문제다. 사실 인간은 자신의 종이 어떻게 세계를 지각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따라서 애초에 그 충실함의 기준은 객관적이기는 어렵다. 대신 이 분야에서 고도로 훈련된 많은 이들의 주관이 모이며 수긍할 만한 합의를 도출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때로 어떤 신화를 만들어내거나 그렇게 빚어진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산업의 패러다임이 교체될 때면 기존의 파이를 차지하려는 쪽과 지키려는 쪽이 이 합의 결과물, 혹은 신화를 두고 싸우게 된다. 에컨대 최근 독일, 한국 등 디지털 기기가 발달한 나라에서 종종 음원 정보 저장매체나 재생 기기별 음질 구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싸움의 일환이다. 테스트의 존재를 음악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하는 측과, 거대 음반사(미디어 그룹을 모기업으로 가진)가 만든 음반 신화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의 충돌인 셈이다.

 

이런 일련의 사정들을 보면 피델리티라는 단어, 이를 보는 진의는 단순히 음원 정보가 충실히 재생되는가의 여부가 아닐 수도 있다. 선명도라는 점에 감안해 데피니션definition이라는 용어가 선택될 수도 있었다.

 

물론 사후(事後)에 그 의미가 쌓였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연주와 녹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어떤 인상의 평균치를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할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반영되지 않았을까.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청각정보 그리고 거기에서 얻는 쾌감의 척도로 충실도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 모바일 재생기기처럼 개인화되어 있는 콘텐츠 소비 창구와 결합한 사업에서, 이러한 피델리티라는 개념은 개인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상징적 만족도 제고에 기여할 무엇인지도 모른다. 기실 물리적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극히 제한된 것으로 냉정하게 말해 피델리티는 허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모바일 피델리티는 서로 결합돼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욕구를 은유하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주거상황, 모파이에 희소식?

 

연례 인사 같지만 농담이 아니라 2014년 초반의 주거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임대인들은 거의 시세를 적용해 하루아침에 2, 3000만 원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유있게 융통하기한 쉬운 일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한국인처럼 집이라는 공간에 소유의식을 갖고 애착을 갖는 경우도 드물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자면 집이 마음 놓고 쉴 만한 휴식의 공간은 못 된다. 특히 주거불안 문제에 거의 직격당하는 젊은 층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

 

젊은이들이 음악 콘텐츠의 주 소비자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음향기기 산업은 좀 더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정지된 음향재생기기가 공간을 울리는 것을 즐기는 식의 음악감상이 아니라 주편에 를 끼치지 않을 밀폐형의 리시버를 찾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또한 주거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부피가 큰 하이파이 시스템하이 파이 시스템이라고 모두 부피가 큰 것은 아니지만은 대부분의 경우 선호사항이 아니다. 특히 2014년 들어 강화된 층간소음 배상 규정은 기존 거치형의 하이파이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가운데 보다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와 개선된 출력의 헤드폰 및 이어폰은 어떻게 보면 기회를 맞은 셈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산업이든 동력을 얻는다는 것은 반갑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모바일화를 넘어서 정착할 수 없는 삶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을 은유하는 게 아닐까.| 한명륜 evhyjm@gmail.com




이미지출처: 네이버 무비



영화음악의 장르적 진화

 

영화음악은 스코어 작법상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 장르로 분류가 가능하다. 호러, 액션, 코미디, 로맨스, 드라마가 그것이다. 영화 연출 기법이 CG와 실사의 접점을 파악해 경계를 감쪽같이 드나들 수준에 이르고 영화음악의 라저 댄 라이프larger-than-life 사운드’(실제보다 웅장한 앰비언트ambient 뮤직)가 블록버스터 액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초현실적 영화에 적용됨에 따라, 현대에는 액션, 로맨스, 드라마 스코어링 스타일이 한데 융화되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어드벤처를 독립된 스코어 장르로도 분류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어드벤처 음악을 독자적 작법의 장르로 구축한 데는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공이 실로 지대하다. 그의 구조화된 작법은 영화음악 스코어링의 교본으로까지 쓰이고 있다). 영화의 장르적, 기술적 진화는 영화음악도 덩달아 진화케 한다.

 

브라이언 타일러Brian Tyler가 블록버스터 액션에서 자신의 장기인 드럼세트로 뮤지컬musical theatre 색채를 가미하고 스티븐 프라이스Steven Price가 마디 구분이 불분명한 우주적 프로그레시브를 영화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여 예술미를 선보였다면, 여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는 로맨틱 음악의 대가가 음악의 날을 한껏 세우고 자신의 스포트라이트를 기다리고 있다.

 

 

준비된 로맨틱 스코어 작곡가, 테오도르 샤피로

 

테오도르 샤피로Theodore Shapiro는 작편곡과 사운드 디자인의 특성만을 고려하였을 때 헐리우드의 로맨틱 장르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기 더없이 매력적인 영화음악가다. 탄탄한 화성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여유 있는 음악적 어휘력vocabulary흔히 일본 음악가들의 섬세함을 방불케 하는편집적 기운이 느껴질 정도의 시퀀싱을 구사할 수 있는 헐리우드의 몇 안 되는 컬러풀한 영화음악가 중 한 사람이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프로듀서들은 오래 전부터 그의 잠재성과 꾸준한 노력을 알아 보았고 실제 그의 필모그래피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애니메이션 장르의 색색의 영화로 채워졌다. 따라서 이번, 로맨스와 어드벤처 장르가 결합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통해 그가 미국 로컬을 넘어 보다 본격적으로 월드와이드 뮤지션으로 발돋움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은 아니다. 향후 컴필레이션 스코어(영화 속 오리지널이 아닌 수록곡)의 비중을 줄이고 오리지널 스코어의 비중이 높은 영화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게 된다면 음악적으로 로맨틱 스코어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매우 큰 잠재력을 지닌 작곡가이기도 하다.



Track 3. "Time & Life"(Main Theme)



첫 번째, 그의 음악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이른바 '음 허밍em humming'이다. 샤피로는 LA의 각종 영화음악 강연과 워크샵에 활발히 참여하여 자신의 작업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는데 '음 허밍'을 자신의 음성으로 직접 녹음하고 몽상가적 분위기의 영감을 주로 인도에서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미국, 인도, 나이지리아가 양적인 3대 영화 메카지만, 질적 창의성 측면에서의 3대 허브는 헐리우드의 미국, 벌리우드(Bollywood: Bombay Hollywood의 합성어)의 인도, 극소주의(minimalism)의 담백함을 창의적 시선으로 담아내는 이란(Iranian cinema)을 들 수 있겠다. 인도, 이란 영화음악의 예술미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다룰 예정이다). 그의 허밍은 그의 여러 영화의 사운드트랙에서 인트로 시퀀스와 메인 모티브의 파생 멜로디로 즐겨 사용되는데 이 영화에서도 위의 3번 트랙뿐 아니라 17, 18번 트랙의 우클렐레 사운드와 함께 허밍이 등장하기도 한다. 긴장과 집중을 이끌어내기 위한 스코어 초반의 악기 편성에서 보통 스트링의 여린 레가토와 서스펜디드suspended(심벌 2개를 살짝 어긋나게 맞대어 문질러 크레센도 효과를 내는) 심벌즈가 흔하게 사용되는데 허밍은 이런 단순한 패드 효과를 한 차원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며 음악의 컬러에 한층 입체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호러 음악의 거장 버나드 허먼Bernard Hermann의 킬빌(Kill Bill) OST “Twisted Nerve”에서 패드 효과의 저역 스트링과 고역 우드윈드woodwinds 사이 음역에서 사람의 휘슬 멜로디가 얹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두 번째, 고소하면서도 펀치감이 느껴지는(nutty, punchy) 퍼커션의 컬러. 사운드에도 미각적 표현이란 것이 존재하는가? 대답은, '대단히 그렇다'이다. 사운드 소스 자체의 질감이 상당 부분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이후 믹싱의 EQ와 컴프레서의 사용을 통해 사운드의 미감을 내는 것이 통상적이다. 일례로 한스 짐머의 퍼커션은 육식성(meaty) 사운드의 대명사로 충분히 불릴 수 있다. 그것이 처음 파형의 어택을 듣는 순간에 가장 큰 자극을 느끼고 이후 그것이 빠르게 휘발되는 성향을 지녔다면, 샤피로가 시퀀싱하는 퍼커션의 컬러는 첫 어택이나 전체적인 자극보다는 릴리즈까지 계속 파형이 조근조근하게 연결되며 전하는 뒷맛에 미학이 있다(이것을 초식성(lightweight) 사운드라 부른다면 의미상 더 생산적일 것이다). 초식성 사운드의 미학은 미국 쪽보다는 일본 음악 스코어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정성과 창의성으로 만든 음악일수록 작곡가의 가치관과 철학을 반영하기 마련인데 샤피로의 퍼커션 컬러는 미국 영화음악가들의 성향 가운데 이른바 비주류에 속해 있다. 그 소수가 휩쓸리거나 묻히지 않고 독창적 가치로써 제 몫을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성숙된 예술문화를 지닌 시선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세 번째, 오케스트라의 녹음보다 시퀀싱에 할애한 노력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지금 이 순간 조그만 방의 홈스튜디오에서 밤낮없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미래의 영화음악가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샤피로를 본보기 삼아 열심히 정진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그의 미디 오케스트라 시퀀싱은 명실상부 헐리우드의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그의 미디에 대한 꼼꼼한 집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만 더욱 큰 펀치감과 두께를 내기 위해 육식성 사운드의 구현에 매달리는 미국의 수많은 영화음악가와 또 이를 주로 선호하는 프로덕션 속에서, 그가 더욱 자유도가 높은 오리지널 스코어의 분량을 영화 속에서 할애 받는 것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Junip - "Far Away" (영화 중 컴필레이션 스코어)



영화 속 오리지널 스코어보다 더 쟁쟁했던 몽상가들의 컴필레이션 스코어

 

 호러, 블록버스터 액션(스릴러 포함), 어드벤처 및 코미디에서의 높은 오리지널 스코어 비중과는 달리 그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로맨스와 드라마 장르다. 이것은 어찌 보면 로맨틱 스코어 작곡가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과도 같은데, 자신의 존재감을 영화 속에서 오래 못 발휘한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실질적으로 90분 이상 영화에 대한 스코어링 작업 시간을 6주에서 8주 부여 받는 타이트한 스케줄 속에서 자신의 작업 분량이 적은 것은 그만큼 작업 효율성과 집중 면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다. (오케스트라 녹음보다 디테일 작업의 손길이 더 많이 가는 미디 시퀀싱 비중이 높은 작곡가라면 사실 나쁘지 않은 상황인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가서, 로맨스와 드라마 장르가 오리지널 스코어 비중이 적고 컴필레이션 스코어 비중이 높은 이유는 단순하게도, 극중 대화dialogues가 영화 속 곳곳에 많기 때문이다. 대화가 많을수록 지나치게 화려하고 육중한 음악 스코어music score는 오히려 몰입을 해친다. 그래서 액션씬이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일수록 오리지널 스코어 작곡가의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별도로 한 가지 흥미로운 비밀을 덧붙인다면, 메가폰을 잡은 디렉터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 오리지널 스코어의 비중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여성 감독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장르를 떠나 남성 감독에 비해 플롯(plot)을 세계관이나 사건의 스케일보다는 인물들의 대화로 풀어나가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월등히 극중 대화의 비중이 높고 화면 전환이 넓기보다는 타이트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스코어가 치고 들어올 여력이 대체적으로 많지 않은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는 주도형active 음악보다는 맞춤형(passive) 음악을 전적으로 선호하기에, 결과적으로 여성 디렉터의 영화나 혹은 로맨스, 드라마 장르의 영화에서라면 스코어 작곡가의 개성보다는 분위기의 맞춤이 더욱 중요해진다 하겠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는 로맨틱 요소가 어드벤처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작용하고 있으므로 오리지널 스코어의 러닝타임들이 매우 짤막하긴 하지만 곳곳에서 짧고 빈번히 등장하는 형국이다. 극중 눈엣가시 상사인 테드Ted와 상상 속의 사투를 벌이는 11번 트랙의 액션 오케스트라 & 클럽 댄스의 우스꽝스러운 퓨전이라든지, 상어를 피해 탈출하는 16번 트랙의 액션 음악까지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의 에너지가 높은 곳에 이르러 관객이 음악에 보다 본격적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는 샤피로의 오리지널 스코어 대신, 감독이자 직접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Ben Stiller가 직접 골랐다는 밀도 높은 컴필레이션 스코어들이 더 비중 있게 쏟아진다. 기실 이 영화는 '히피'의 가까운 친구인 '몽상가'들의 바이블로 불릴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생생한 철학과 이미지, 컬러 및 세상의 일반적 시선과의 괴리감에서 오는 상처를 통찰력 높은 선곡으로 일체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건 벤 스틸러 자신이 몽상가이기에 가능했던 결과일 것이다.)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전설적 프로그레시브 락 넘버 “Space Oddity”(이 곡은 극중 플롯과 연결되어 여주인공인 쉐릴Cheryl이 직접 이 곡을 부르며 소스 뮤직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스웨덴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호세 곤잘레스Jose Gonzalez의 내러티브 음악 “Stay Alive”, 그리고 위에서 소개된, 호세 곤잘레스가 이끄는 3인조 밴드 쥬닙Junip의 빈티지한 예술미가 유기적으로 돋보이는 “Far Away” 등은 월터의 세계관을 표현하기에 참으로 안성맞춤이다. 테오도르 샤피로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측면이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로맨틱 스코어의 타고난 생리를 반영할 때 짤막한 스팟들의 호흡 안에서 최대한의 컬러를 그려냈으므로 OST의 독립적 완성도보다는 여러 가지 튠의 제 몫을 다해냈다는 표현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그의 인상적인 색깔이 더 진하게 발현될 수 있는 다음 필모그래피를 기대한다.| 윤규 surinmusic@gmail.com







 


14, 15일 양일간, ‘재즈 포 발렌타인’,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라이브 1주년 기념공연

 


재즈공연 전문 기획사 플러스히치의 2014년은 시작부터 바쁘다. 바딤 네셀로프스키Vadim Neselovskyi, 트럼페터 알렉스 시피아진Alex Sipiagin 그리고 한지연이 이틀 동안 다른 타이틀로 공연을 갖는다.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할 부분이다.

 

14일 공연은 날짜가 날짜이니만큼 재즈 포 발렌타인Jazz For Valentine’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다. 가급적 솔로들은 15일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공연을 예매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하다. 그러나 워낙 제한된 인원수(비지정40) 때문에 240석으로 비교적 좌석수가 여유 있는 올림푸스 홀에서의 14일 공연을 선택해야 할 확률이 높다. 확률은 솔로일 가능성이 있는 당신을 그리 배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억울할 부분은 아니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길. 1부 순서로 편성된 바딤 네셀로프스키(좌측)의 피아니즘을 작정하고 따라가보는 건 어떨까. 그는 게리 버튼Gary Burton 밴드의 피아니스트를 거쳤으며 2010년 몽크 컴페티션Monk Competition 작곡 부문에 우승한 피아니스트. 지난 해 발매된 그의 앨범 [Music for Semptember]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우크라이나의 클래식 신동이었던 그가 정작 프로페셔널로서의 명성을 쌓은 곳은 독일 재즈 씬. 물론 유럽 재즈 피아노는 클래식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이런 그가 뉴욕에서 가장 핫한 연주자이며, 버클리에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는 것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연주에서 현대 재즈가 앞으로 요구하게 될 새로운 동력에 대한 암시나 예고가 있기 때문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과연 그 동력의 구조와 설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추적하며 쌍쌍바들의 존재쯤은 잊어보시길.

 



알렉스 시피아진은 러시아 출신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미국 씬에서 주목받아 활동해 온 트럼페터다. 90년대 초반부터 텍사스에서 열린 코퍼스 재즈 패스티벌Corpus Jazz Festival(1990), 텔로니어스 몽크 인스티튜트 주관의 루이 암스트롱 경연대회Louis Amstrong Competition  등에 초청받았다. 그리고 결국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확실히 그의 무대가 미국이었기에 재즈뿐만 아니라 재즈의 방계로 볼 수 있는 스타일의 대중음악에서 그의 크레딧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1997년 작 [Smoochy], 그리고 마이클 프랭스의 [Watching the Snow], [Time Together] 등이 그러한 사례다.

 

시피아진은 이번 오디오가이 스튜디오 라이브 1주년 기념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한지연과 호흡을 맞춘다. 이들의 인연 역시 뉴욕에서 시작됐는데 시피아진 측이 듀오 공연의 성사에 오래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연 역시 재즈 포 발렌타인오디오가이 스튜디오 라이브두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 하지만 시피아진과 한지연의 듀오는 가급적 두 공연 모두를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덧붙여 지난 해 6월 성공회 주교좌 성당에서 열린 플라비오 볼트로와 다닐로 레아의 공연을 경험했던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스튜디오는 특수한 장소다. 인간의 귀보다는 기계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고 좋은 울림을 잡아낼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 한데 이 기계를 위한 소리는 결국 인간에게 즐거운 소리가 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트럼펫과 피아노는 상이한 울림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악기다. 이 두 악기가 협연할 때, 후보정을 거친 음반에서라면 모르지만 실황에서는 장소의 물리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 배음구조가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숙련된 연주자와 기획자가 만나면 그것은 곧 개별 공연의 특색이 되고, 또 다른 새로운 음악이 된다.

 

물론 이런 경험은 청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숙련을 요구한다. 거듭, 그것은 기획자의 노고가 된다. 수익을 장담할 수 없음에도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해 결국 진가를 아는 사람들의 수적(數的) 베이스가 늘어나도록 하는 작업. 그렇다면 이 공연은 2014년 이 실험적 연속공연이 어떤 형태의 물리적 혹은 상징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를 보여 줄 계기가 되지 않을까.| TONEOFAGE


자료제공: 플러스히치









두 장의 정규앨범 [Bobby], [Long Life the Lie] 동시발매15일 쇼케이스



미국 독립음악 씬, 그리고 거기서 활동하는 한국인 혹은 한국계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이 2000년대 후반에 들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 좀 더 넓은 지지층을 얻고 관심을 환기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빅 포니(본명 로버트 최)는 그러한 흐름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다. 그가 한국의 레이블 일렉트릭뮤즈에 합류한 지 만 3년째. LA와 뉴욕을 오가며 4장의 음반을 발표해 온 그는 2011년 전작들의 컴필레이션인 [An Introduction to Big Phony]를 발표했고, ‘서울소닉 북미투어’에서 현재의 레이블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신보가 두 장의 앨범으로 나올 거란 소식은 이 바닥의 '선수'들이면 알음알음으로 알려져 있던 이야기. 2014년 상반기 마니아들의 기대를 가장 많이 받았던 신작이 아닐까 한다. [Bobby]는 포크의 향취를, [Long Live the Lie]는 일렉트로닉 팝의 성향으로 레이블측의 설명처럼 "동전의 양면"같은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다.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펼쳐 보이며 자신의 음악을 기다린 청자들에게 제대로 선물을 안긴다.


에디터도 샘플 두 곡 외에 아직 앨범 전체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빨리 한 사람에게라도 빅 포니의 신보가 알려지기를 바라면서 우선 앨범 정보와 샘플로 온 곡에 대한 감상 등을 짧게 간추려 올린다.




[Bobby] Track List

1.     Bedford Stop

2.     But I Will, Everyday

3.     Waiting On A Breeze

4.     She’s The Kind Of Girl

5.     Before You Can Leave Me

6.     Diana, Don’t Be Late

7.     Enough To Drive Me Mad

8.     Hush Now, Baby

9.     Goodbye, CA


“Waiting On a Breeze” 레너드 코헨의 음악에서 듣던 리듬감 강한 기타 아르페지오가 돋보인다. 어쩌면 스트로크보다도 더 확연히 출렁대는 비트를 선보이고 있다. 속단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이랑이나 강아솔 등 이 레이블의 뮤지션들은 아르페지오와 보컬의 합에서 그루브를 찾는 감각이 어떤 경향성을 보이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 이는 흥미로운 경험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과 지난 해 11월에 발매됐던 희영의 2 [Sleepless Night]를 번갈아 듣는다면 독특한 맛이 느껴질 것 같다.



[Long Live The Lie] Track List

1.     A Charge To The Blood

2.     All Bets Are Off

3.     The Great I Am

4.     No Need To Hang You Head

5.     The Hours

6.     Bedford Stop

7.     Long Live The Lie

8.     Help Of A Ghost

9.     Empty Bottles

10.   Waiting On A Breeze (Without A Word)



"All Bets Are Off"는 여하한 수식어구를 제외하고 ''이라는 성격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한다. 높은 배음이 많은 허스키의 보컬,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질감 사이를 묘하게 오가는 신서사이저가 섞인 음색, 그리고 심플하고 선이 명료한 멜로디가 뉴웨이브 시대를 완벽히 재현하고 있다. 뮤지션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았다. 그건 그가 아주 어린 나이일 적에 80년대 당시 첨단의 뉴 웨이브 음악을, 한국에 살았던 이들처럼 조금 시간이 지난 뒤가 아니라 실시간의 또래 가치로 경험했다는 뜻일 터다.

 

아닌 게 아니라 뮤지션에게 이 곡은 작업 과정에 있어서 앨범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었다. 작업을 하다 보면 그런 곡이 있다. 앨범 전체의 작업 방향을 한 방에 규정할 수 있는 그런 곡. 빅 포니에게 있어 "All Bets Are Off"[Long Live the Lie] 앨범의 전반적인 색채를 구현하는 곡들을 작업할 있도록 하는 계기였던 셈이다이 제목은 모든 것이 백지화되다’, ‘지나가 버리다라는 뜻의 관용적 표현. 어쩌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어떤 트리거를 당긴 다음의 후련함 같은 정서도 감지된다. | 한명륜 evhyjm@gmail.com






라지 헤드? 장난하냐, 진짜가 여기 있다


호기심 많은 마스터빌더의 장난일까.


4일,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우헤이의 페이스북이 '불끈' 뜨거워졌다. 그의 타임라인에는 바디 양쪽 혼(horn)에 심란한 디테일까지 자세히 표현된 발기된(horny) 남근 형상이 표현된 베이스 한 대가 올라왔다. '실제 일본 악기점에서 팔고 있다'는 그의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다.


장난기가 깃든 모형 같지만 이는 엄연히 펜더, 그것도 커스텀샵에서 제작된 베이스다. 이름은 당연히 '딕(Dick)', 즉 남근.



한데 하세가와 요우헤이의 페이스북만 보았던 이들은 이 악기의 판매처인 일본 온·오프라인 악기점 돌핀기타 페이지에 들어가면 세 번 놀랄 것이다. 알맞게 표현된 '부록'과 은은히 보이는 푸릇푸릇한 실… 그만 하자. 하여튼 헤드에도 '그것'이 하나 더 표현되어 있다.


통상 70년대 펜더의 라지헤드를 어떤 남근성의 농밀한 상징으로 읽는 경향이 강한데, 그 정도의 에로티시즘 따위 가볍에 웃어넘기는, 악기의 포르노그래피라 할 수 있겠다.


홈페이지에도 '뭐라 할 말이 없는 베이스'라고 소개되어 있다.


가격은 39만 엔대로 범접할 수 없는 '위용'과 커스텀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절충가격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구성은 비교적 평범한 앨더 바디에 메이플 넥, 로즈우드 구성.


이 악기는 오사카 부 스이카 시 에사카 지점에 입고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http://www.dolphin-gt.co.jp




핫뮤직 컬럼에 실렸던 고 서병후 선생의 프로필 이미지.



단 하루지만 새 해를 살고 떠나다

 

서병후. 근대 이후 한국에서, 대중음악 컬럼이라는 영역의 실질적 선구자 역할을 한 그가 향년 72세로 영면했다. 고인인 암투병 중이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일이었다. 빈소는 서울 공릉동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월요일인 3 9 30분으로 알려졌다.

 

이 공간을 빌어 고백건대, 1개월 전쯤 타이거JK의 소속사에 연락했다가 그가 심히 위독하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그러나 본인과 가족들이 언론에 노출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자 근성이 없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서 음악글쟁이들, 그리고 넓게는 대중음악 컨텐츠 산업 관계자들은 모두 많건 적건 그에게 빚을 진 후학들이다. 비루한 필력의 에디터 역시 그러하다.

 

그 분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것은 빚을 하나 더한다. 미미한 필자이지만 핫뮤직에 처음 글을 썼던 2004 1월호부터 몇 달간 고인이 의미와 무게감 있는 컬럼을 썼다. 조금만 더 손을 뻗었으면 짧은 시간이나마 뵐 수 있었을 테지만, 다만 때늦어 한탄할 뿐이다. 입으로 티베트 불교와 차마고도를 찬탄하면서 국내에 드문 티베트 금강승 불교 권위자인 그를 찾아 가르침을 청하지 못했던 것도 통탄할 게으름의 소치다.

 

하지만 지난 해 몸담았던 음악전문매체 ‘STUDIO24’ 2013 3월호 특집기사 대한민국에서 대중음악비평가로 살기에서, 졸문이나마 서병후론()’으로 고인의 공적과 후배들이 진 빚을 짚었다는 사실로 떠나신 대선배에게 변명하고자 한다. 거기 실었던 내용과 지면 관계로 조금 줄였던 개인적 감상을 추려 본다.

 

 

즐거운 삶이 좋은 글쓰기를 만든다

 

봐 주는 이 하나 없어도 완성도 때문에 자책과 자괴감을 자청하는 이들이 아마도 비평가들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중에 주화입마의 지경에 이르러 쓰는 글마다 꼬이고 결국은 필력이 사망에 이르는 비참한 경우는 바로 과다한 소명의식, 혹은 정반대로 자기가 선 자리에 대한 인식의 처절한 부재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글쓰기를 즐기지 못하게 된 경우의 참사가 아닐까.

 

서병후가 후학들에게 남긴 재산은 바로 즐거운 삶이다. 단순히 취생몽사하는 무리들과의 어울림이 아니라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각에 몸을 맡기는 관능적 구도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그는 금강승 불교 신자들로부터왜 여가수가 유두를 드러내는(재닛 잭슨의 니플게이트’) 선정적인 장을 글쓰기의 대상으로 삼는가하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영화는 탱화나 불상 앞의 명상 효과와 같다는 키엔체 린포체의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키엔체 린포체는 키엔체 노르부라는 이름으로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는 티베트 불교의 큰 스승. 또한 서병후는 2004년 핫뮤직에 기고한 ‘’니플게이트와 그래미상 그리고 티벳불교라는 컬럼에서 인간의 욕망과 번뇌를 연료로 삼는 탄트라 불교의 수행 방편을 통해 연예작품을 보아야 한다고 설파한 바 있다. 석가모니 붓다가 세상은 아름답고 인간의 목숨은 달콤하다고 마지막 여행 중에 설한 바와 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고인의 가르침으로 <플레이보이>지에 대한 언급을 꼽을 수 있다. 대상을 다루는 감각이 즉물적이지 않고 인문학적인 깊이를 통해 질 높은 유머를 담아내는 문체, 에디토리얼 디자인 면에서 편견을 버리고 연구해 볼만한 매체임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페이소스가 글쓰기에 입체성과 깊이를 부여함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의 음악 비평, 약한 후학들을 굽어살피소서

 

그는 권위자였지만 권위의식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압도적인 이력은 보는 이들을 분명 무릎꿇게 하는 면면이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 매거진 붐을 주도한 인물이고 담론의 장을 산업화시켜 많은 이들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가 돌아가도록 했다. 그는 기자건 비평가건 제작자건 어느 쪽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 각자의 즐거움을 통해 공생하길 바랐다.

 

하지만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는 강자와 약자가 분명하다. 특히 비평가의 운명은 비루함 그 자체다. 절대 그럴 수 없는 것이지만 저널리즘의 아류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불안한 고용상황 탓으로 소속에 대한 갈망이 큰 사회여서인지 음악 페스티벌에 신원 확실한(?) 패션지 기자는 초대를 받아도 음악평론가는 초대받지 못하는 시대다. 비평은 비난으로 오인되기 일쑤고 보상 따위 바라지도 않은 정성 어린 작업은 대중을 무시하는 오만함 쯤으로 절하된다. 많은 기획사들은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연구서제출하는 컬럼니스트를 초빙하는 모습을 과시한다. 이를 통해 비평은 아예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물론 이토록이나 파편화된 시대에, 가능한 것은 자구책일 수밖에 없다. 연대는 어렵고 유대는 막연하다. 개인 미디어에 대한 핑크빛 전망과 예찬은 결국 능력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기 싫은 언론사들이 개별 필자를 분점취급하는 태도라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그러니 후배들 중에서 미약한 자들은 기도할 수밖에 없다. 하늘로 떠나신 선배님. 너무 떠나지 마시고 굽어살펴주소서. 몸의 감각기관을 다 열었을 때 느껴지는 것이 고통뿐이어서는, 당신의 뜻을 새기며 일하기가 어렵습니다. 부디 지켜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 세상의 새 해를 하루라도 살고 떠나신 뜻이 하나의 약속이라 믿고 싶습니다.





4. 사운드 용어에서의 샘플링 레이트(sampling rate)와 비트(bit depth)

 

사운드 영역에서의 비트도 그래픽과 같이 비트 농도(bit depth)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다만 비트 하나만으로 사운드의 퀄리티가 결정적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에, 또 하나의 축인 샘플링 레이트(sampling rate)를 함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현재 CD 포맷이라 불리는 사운드의 음질은 44.1kHz/16bit, DVD 포맷은 48kHz/16bit로 규격화되어 있다. 44.1kHz의 샘플링 레이트는 주파수의 영역이므로 음높이(pitch), 16 bit의 비트 농도는 음량(amplitude)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소다. 44,100Hz이란 값의 샘플링 레이트는 입력된 아날로그 데이터를 1초동안 44,100번 슬라이스로 세분화하여 디지털 신호로 샘플링했다는 의미다.  이것을 실제 주파수의 개념으로 접근해 보자. 인간의 표준 가청주파수는 20hz~20kHz이며, 스웨덴 전자공학자 나이퀴스트(Harry Nyquist)의 샘플링 이론에 따르면 44.1kHz란 샘플링 레이트(sampling rate)는 인간이 그 절반에 해당하는 22.05kHz를 초과하는 초고음역은 청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실제 가청주파수가 20kHz까지인데 왜 컴팩트 디스크는 40kHz로 샘플링 레이트를 만들지 않고 굳이 44.1kHz로 설정해 놓았을까? 그것은 초창기 디지털 오디오가 비디오 미디어상에 맞춰져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비디오의 리코딩은 TV 표준에 맞추기 위해 525줄 구현이 가능한 60Hz 비디오, 625줄 구현이 가능한 50Hz 비디오 2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525줄은 35개의 빈 줄(blanked lines)을 제외하면 프레임당 490, 즉 필드당 245줄이므로, 60Hz * 필드당 245 * 3차원 = 44,100Hz의 샘플링 레이트를 요구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625줄이라면 37개의 빈 줄을 제외하고 프레임당 588, 필드당 294줄이 되어 50Hz * 필드당 294 * 3차원 = 44,100Hz이 요구된다.

 

디지털 음악의 탄생이 비디오의 제약 안에서 이루어진 사실은 비단 샘플링 레이트 뿐만은 아니다. 3세대 게임기의 전성 시대를 이룩한 80년대 8비트 게임의 롬 카트리지 용량 제한은 40~400KB 정도였고 PSG 등의 별도 사운드 칩을 안에 넣어 음악과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은 많이 할애해 봤자 게임 전체 용량의 10% 수준(4~40KB)에 불과했다. 주어진 용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운드 칩들은 제각기 다른 비트 기반의 다양한 컨트롤러들을 섞어야 했고 디튠(detune: 음원의 튜닝이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어긋나 있는 것)을 알게 모르게 조금씩 갖고 있는 각 오디오 채널들은 최종 하나의 모노 아웃풋으로 다운믹스(downmix)되었다.



록맨(Mega Man)3 Spark Man Theme. 패미컴(NES)의 칩튠은 5채널 8비트 샘플 playback 기반이지만 볼륨 컨트롤은 4비트 기반이다.


 

칩튠의 비트(bit) 판별과 디지털 음악의 비트(bit) 정의와의 괴리

 

디지털 오디오의 비트(bit depth)는 음량의 다이내믹 레벨(dynamic range)을 정의한다. 2진수로 계산되는 비트의 속성을 통해 이는 사운드의 해상력(binary bit resolution)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의 CD 포맷인 16bit는 각 오디오 샘플의 음량이 변화할 때 시작과 끝의 음량 사이의 측정 값으로 65,536(216)가지 다이내믹 레벨이 적용된다는 의미다따라서 64(28)가지 레벨의 8비트 농도는 위의 16비트에 비해 음량의 셈여림(dynamics)이 투박하게-계단식으로-들릴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메가드라이브, 슈퍼패미콤(SNES)과 같은 16비트 컬러 게임기의 이른바 '16비트 사운드'가 현재의 CD 포맷의 16비트 규격과 동일하다고 여겨지기는 어렵다. 시중에 있는 CD 음원을 8비트로 컨버팅했을 때 패미콤 사운드의 음질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사운드 칩의 내부에는 전체 다이내믹 레벨을 관장하는 볼륨 컨트롤(volume control), 음역의 폭을 다루는 주파수 컨트롤(frequency control), 개별 샘플의 앰플리튜드 엔벨로프(amplitude envelope: 신호의 발생 직후부터 소멸까지의 음량의 레벨 변화)을 관리하는 파형 컨트롤(waveform control)이 있다. 여기에, 몇 개 채널이 쓰였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8비트 패미콤 음악으로 흔히 분류되는 위의 록맨(Mega Man)3 테마 음악을 예로 살펴 보면, PSG 사운드 칩 계통으로 내장 5개 채널(즉 악기 수, 동시 발음 수가 5)이 사용되었는데 각 채널당 할당된 단일 파형(waveform)의 형태는 채널별로 2개의 펄스 웨이브(pulse waves), 1개의 트라이앵글 웨이브(triangle wave), 노이즈(a noise)이며, 별도로 1개의 샘플 채널(포르타멘토 portamento: 두 음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 연출을 위해 주파수 쓸림(sweep) 기능을 통해 UFO, 레이저 빔, 신스 스네어와 같은 사운드 이펙트 담당)이 존재한다.





파형 컨트롤: 단일 사인 파형(sine waveform) 4비트 형태. 자세히 보면 0부터 15까지 16개 다이내믹 레벨()로 구성돼 있다.

 


미키마우스 환상의 세계 스테이지1 음악. 16비트 샘플 playback, 6채널, 8비트 볼륨 컨트롤 기반.

 

록맨3 음악과 같은 패미콤 사운드는 채널별 단일 파형(waveform)에서는 8비트 형태로서 0부터 63까지 총 64개의 다이내믹 레벨(28)을 볼륨상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샘플 채널은 예외. 1비트부터 7비트까지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가 활용), 게임상에서 들리는 모노 아웃풋으로 다운믹스된 결과물은 총 16개의 다이내믹 레벨로서 4비트 체계를 따른다. , 개별 샘플에 해당하는 파형 컨트롤은 8비트인데 전체 오디오에 해당하는 볼륨 컨트롤은 4비트인 것이다. 디지털 음악이 실제 정의하는 사운드 파일의 다이내믹 레벨은 사운드 칩 상에서 파형 컨트롤보다 볼륨 컨트롤에 개념상 부합하는데, 패미콤의 칩튠은 현실에서 4비트라 불리지 않고 8비트라 불리고 있다. 16비트 음악이라 불리는 메가드라이브의 칩튠이 16비트 개별 샘플 playback을 기반으로 하지만 최종 아웃풋의 볼륨 컨트롤이 8비트 기반인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날 보편화된 24비트 샘플로 음반 작업을 하여 CD 포맷을 위해 16비트로 마스터링을 끝냈다면 그것은 24비트 음악인가, 16비트 음악인가? 8비트 컬러와 컴퓨터 사양을 지닌 8비트 게임의 음악이기에 전세계인들은 너무도 쉽게 거기 속한 음악 또한 오롯이 8비트일 거라 여겨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별도의 마스터링이 필요하지 않고 파형 컨트롤과 볼륨 컨트롤을 다른 비트 기반으로 관리하는 사운드 칩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해 편의적으로 명칭이 불려지면서 굳어진 결론이다.


 

칩튠을 위한 독자적 관점 필요

 

디지털 음악과 칩튠의 비트(bit depth)에 대한 관점에 괴리가 있다고 해서 개념의 강제적 통일을 위해 이제 와서 8비트 칩튠을 4비트로, 16비트 칩튠을 8비트로 부를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보다 깔끔한 해결책은 디지털 음악의 비트와는 다른 개별 샘플 중심의 시각에서, 혹은 게임의 부속물이라고만 여겨졌던 칩튠의 그 자체의 특성을 독자적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극도의 제약적 환경에서 일구어낸 칩튠의 음악적 예술미와 사운드의 개성은, 기술의 제약이 사라져 가는 현재의 음악 테크놀로지 환경에서 나오는 음악보다 더 심미적일 때가 많다. 기술적 제약이 오히려 작곡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도록 동기부여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 일부 예술가들은 자발적으로 그때의 제약을 다시 되새김하며 칩튠을 파고들기도 한다(이를 비트 코어(bit core)라 부르기도 한다). 40KB의 칩튠이 40MB wav 음원보다 1,000배 작다고 해서 칩튠의 독창적 음악 세계가 무시될 수는 없는 일이다.| 윤규 surinmusic@gmail.com




로스킬레 페스티벌 홈페이지(http://roskilde-festival.dk/band/singleband/jambinai/)



한국 전통악기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시작하는 글인 만큼 잠비나이의 음악에 양식적으로 접근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한계는 그들의 음악을 넘어 뜻하지 않게 포스트락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유의미한 고민의 계기가 된다. 고맙게도 이 고민들은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들을 각주로 달고 있다.



락으로 잠비나이 더듬기

 

잠비나이의 정체성을 국악에 묶으려는 의도는 아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으로 누구를 묶으―응?―랴. 아니 국악에 대한 이해도와 별개의 문제로, 음악 자체에 대한 이해가 단편적인 청자라 할지라도 잠비나이의 음악이 통상 알려져 있는 국악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퓨전 국악’이라는 명칭은 차라리 무성의함마저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덴마크 로스킬레(Roskilde) 페스티벌의 2014년도 라인업에 포함된 잠비나이가 포스트락으로 분류된 사실은 새삼 흥미롭다. 물론 국내에서도 이들을 한국형 포스트락이라는 수식어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많은 대중을 상대하는 매체에서는 이 용어를 사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만큼 이 용어가 낯설기 때문이기도 할 터인데, 포스트락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의 이해도를 갖고 있는 매체 관련자의 경우엔 국악을 틀로 한 퓨전 락밴드라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올해 중반 무렵 잠비나이가 해외 활동을 이어가면서 포스트락이라는 용어는 수면으로 떠오를 것이고, 에둘러 표현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이것이 기표만 남은 마케팅 용어가 되기 전에 어느 정도 가닥을 잡기 위해서,

 

결국 을 어느 정도 정의하는 데서 이야길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락의 기원과 속성 모두를 포섭해 정의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파국’을 들고자 한다. 전기적 출력과는 다소 다른 사안으로, 어떤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 자체든 고정된 세계를 강렬하게 무너뜨리려는 열망에 기반한 것이 락 사운드라는 의미다. 고전음악의 자장에 영향받아 악곡 구성 형식은 혼돈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몰라도, 사운드 자체만을 놓고 보면 안정된 상태를 거부하는 것이 락적인 사운드 운용이다.

 

 

오동나무의 오버드라이브

 

물론 대중음악에서 사운드에 대한 지식은 과거보다는 훨씬 보편적인 것이 됐다. 서두의 논의만으로도 상당수 독자들은 이 글에서 선택한 파국이라는 정의(혹은 저의)가 일렉트릭 기타의 발전사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것이다. 관습적인 태도라는 지적은 달게 받겠다. 그러나 락 사운드에서 이런 편견이 통용될 만큼의 지분을 가진 일렉트릭 기타의 속성은 잠비나이의 음악을 읽어가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된다.

 

기타 사운드의 발전사에서 중요한 가치는 증폭(amplification)이다. 흔히 앰프와 여러 가지 보조적 증폭장치인 이펙트, 그리고 수음 장치인 픽업의 출력 등의 공적이 언급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연주의 경험이 있는 이들은 사람의 손과 악기 자체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떨림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기타의 경우 얼마나 현을 강하게 뜯어 줄과 몸체를 울릴 수 있는지가 기본적인 증폭 정도를 결정한다.

 

한데 이 울림을 다소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명통이 있는 어쿠스틱 기타의 경우 강하게 연주하면 풍부한 울림으로 인해 중역대가 증폭된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락에서의 오버드라이브 사운드와는 차이가 있다. 이와는 반대로 바디가 꽉 찬 나무로 되어 있는 일렉트릭 기타의 경우, 줄을 세게 뜯었을 때 울림이라기보다는 떨림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즉 나무 자체가 떨면서 소리를 퉁겨낸다. 이 과정에서 음량은 일정 이상 커지지 않지만 소리의 속성이 다소 바뀐다. 지금이야 속을 일부 파내는 릴리프(relief) 공법을 이용하고 있지만 레스 폴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시대만 하더라도 속이 꽉 찬 솔리드 바디(통나무)였다. 출력 장치 면에서 지금보다 사정이 좋을 수 없었던 당시에, 레드 제플린의 사운드는 지금 들어봐도 무언가가 뒤집어지는이미지가 있다.

 

이를 잠비나이의 거문고 사운드의 운용에 대한 은유로 읽으면 어떨까. 거문고의 몸체 중 앞쪽을 구성하는 오동나무나 뒷판의 밤나무 모두 목재가 상당히 치밀하고 단단하며 무겁다. 여기에 울림통이 있되 현 쪽으로 개방되어 있지 않다. 자연히 소리는 공간을 돌아서 울리는 공명보다는 악기 전체의 떨림을 통한 것이 된다. 세게 뜯을수록 이는 단순한 울림 이상의 오버드라이브가 발생할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운드는 곡 안에서 다른 악기, 특히 기타와 맞물리면서 일종의 트윈 기타와 같은 출력을 선보이게 된다. “텅빈 눈동자바라밀다연작에서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감각의 경험은 그야말로 락적인 파국인 셈이다. 어찌 보면 딜레이는 곡의 전체적인 측면에서도 볼 때 상징적인 디스토션이기도 하다.

 

 





포스트그리고

 

잠비나이의 경우 이 거문고 소리에 아날로그적 질감이 강한 딜레이를 건다. 거문고의 가볍지 않은 음색이 유연한 아날로그 딜레이를 만나며 반복―그들의 앨범명에 사용된 차연과 같이 데리다 철학의 주요한 개념이다―과 확장을 거친다.

 

이러면서 자연히 잠비나이의 음악은 기존 음악의 3요소처럼 언어적이기보다는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어떤 특징적 이미지에 의해 비언어적인 측면을 지닌다. 이는 올뮤직의 포스트락 분류사유에서도 지적되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여기서 포스트락이라는 카테고리명을 잠비나이의 음악을 논하는 장에 조심스럽게 소환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된다.

 

이러한 양상에서 생각을 이어본다면 포스트락 씬의 창작력이 로컬 쪽에 가까운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법적인 표현력의 기존 락 사운드는 아무래도 영, 프랑스 등 대형 시장 소속 창작자-소비자에 의해 형성됐다. 같은 씬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대안은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기존 문법의 경계선 안쪽으로 삼투될 확률이 크다. 포스트락 씬에서 유의미한 밴드들의 근거지가 지리적으로 메인스트림과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단순한 현상만은 아닐 터다.

 

포스트락이라는 용어와 개념 자체는, 90년대 초반에 나온 것임에도 논란이 따른다. 뉴 에이지나 크로스오버와의 구분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포스트락의 경향성에 대해 씬―세계와 로컬을 포함해―의 합의 혹은 논의가 지속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한다. 정의가 끝난 어떤 스타일은 현장이 아닌 역사책에 이미 한 발을 들여놓게 된다.



포스트락 밴드 잠비나이가 선물할 성과는

 

잠비나이는 오는 3월 텍사스의 음악축제인 SWSX로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일정을 시작한다. 로스킬레 페스티벌은 7월이다. 이들이 올해 보여 줄 해외에서의 연주활동 및 그들을 향한 해외 매체들의 반응이 국내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은 다음 몇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국내 팝 음악 유통시장의 빈사(瀕死)화로 인해 대중은 물론 매체에서조차 감각히 다소 흐려졌던, 동시대 세계라는 맥락 안에서 한국 음악의 위치와 새로운 형태의 가능성 확인이다. 아마 로스킬레 페스티벌이 진행될 7월 정도라면 적어도 잠비나이의 존재와 포스트락의 의미관계에 대한 담론 혹은 유효한 질문들이 생산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특히 1 30일자 KBS 9시 뉴스에는 잠비나이의 영상이 꽤 많은 분량으로 나갔는데, 스크립트는 뮤콘2013’ 당시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릴리화이트의 언급 등을 종합한 것으로 공중파 방송 뉴스에서는 드물게 꽤 밀도가 있는 것이었다.

 

또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대형 아이돌 기획사들의 입장에서는 잠비나이와 같은 밴드가 가진 파격성이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물론 이일우(기타)와 김보미(해금), 심은용(가야금) 세 고정 멤버가 갑작스레 가요프로그램에 섭외되―었으면 좋겠지만―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외국 인증병이 있는한국 대중문화 창작자-소비자들의 속성, 그리고 해외 작곡가 불러다 아카데미를 만들 정도의 대형 기획사라면 잠비나이와 같은 밴드들의 움직임을 무심히 흘려넘기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한명륜 evhyjm@gmail.com

 

 

잠비나이는 오는 2일 문래 예술공장에서 신곡발표회를 갖는다. [차연]2012년작이니 주제넘은 그림을 그려 보자면 그들의 해외 일정 소화 중에 이런저런 신곡들이 태어날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을 듯하다.






퓨전적 멜로디 감각과 여유의 매력, 공연에서 만난다

다음 달 15일 저녁 디딤홀서…베이시스트 합류한 다운헬, 타미 김 게스트로



'로맨틱'하다는 말은 예술사에서 '그리스적'인 것과 비교해서 쓰이는 용어였습니다. 즉 고대 그리스 문화와 예술을 자연의 황금비율이 반영된 완성 그 자체로 볼 때 로마적인 것은 그런 예술적 규칙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알렉스, 그 알렉스가 아니고 노경환 '알렉스'가 '로맨틱 기타리스트'로서의 길을 표방한 앨범을 발표한 것이 지난 해 말의 일입니다. 사실 절륜한 기타리스트들이 음반을 냈지만 몇몇 소수의 사도들에게만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죠. 좋은 곡들이었지만 세일즈가 부진했던 경우입니다. 그러나 알렉스의 앨범 [Elevation]은 현재 선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강의를 나가는 교육자라곤 하지만 요즘 '애들'이 어떤 '분들'인데 선생님이라고 CD를 무조건 구입하겠습니까.


[Elevation] 앨범에서 들리는 최대 장점은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좋은 멜로디입니다. 뮤지션에게 다른 뮤지션의 케이스를 언급하는 것이 실례일지는 모르지만 8비트의 속도감이 돋보이는 "질주"도 하드락적이기보다는 더 스퀘어(The Square)의 빠른 넘버들을 연상케 하는 여유로운 테마 선율이 돋보입니다. 주제선율이 다소 자주 반복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가 기타로 '노래'를 만든다는 데 집중했음을 알 수 있는 곡이죠. 정통 하드락보다도 락 요소가 가미된 퓨전재즈의 느낌도 있다는 게 개인 소견이기도 합니다.


사실 요즘 락 연주자들의 솔로 음반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즈 쪽보다도 연주음반을 찾기가 어렵죠. 음반사나 연주자들이나 그렇게 해서 만든 음반이 어떤 부담이 될 지 뻔히 아는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단독 공연에서도 연주자별 솔로 스팟이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음악의 취향과 연령적 성숙도를 너무 간단히 잇는 경향이 있습니다. 솔로잉 중심의 연주는 '소싯적'에나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라는 태도죠. 물론 연주를 '곡'이라는 전체의 측면에서 이해하지 않고 오로지 손가락 전투를 벌일 타이밍만을 기다리는 듯한 연주는 수준이 높아질수록 지양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결국 좋은 멜로디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주하는 것은 분명 악기가 가진 여러 가능성을 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달 15일 알렉스가 홍대 디딤홀에서 그 연주를 선보입니다. 그에게 한국 기타리스트에게는 처음으로 시그니처 모델을 제공한 아이바네즈도 후원합니다. 추후에 따로 한 번 다룰 부분이지만 그의 이번 시그니처는 여러 면에서 하이엔드급임에도 실제 가격은 200만 원대 안쪽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퀄리티 상으로 3~400만 원대 기타에 뒤질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기타의 뒷면을 보면 연주 중 줄이 끊어져도 피치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복합 스프링 장치가 장착돼 있습니다.


"질주"의 비디오에서 오토바이를 뺏기고 지극한 분노를 보여 주었던 마크, 아이바네즈 시그니처표 전자파를 맞고 쓰러지던 미구엘(이준혁)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게스트로 다운헬이 나오니까요. 아, 그리고 드디어 베이스와 함께하는 다운헬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해 모처에서 만난 보컬 마크에게 베이스 멤버의 합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모두 베이스만 물어본다"고 하던 기억이 나네요. 다운헬은 음악성도 음악성이지만 항시 무대에서 베이시스트가 보여 주는 무게와 균형감각도 꼽지 않을 수 없는 밴드입니다.


당구로 알렉스를 곤경에 빠뜨리곤 한다는 기타리스트 타미김도 무대를 장식할 예정입니다. 두 절친의 입담도 기대됩니다. 혹시 게스트로 "우리 딸 만순이"의 주인공인 아기들도 만날 수 있을까요? 




"야경 직이네"

매년 NAMM 쇼가 개최되는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Believe in Music'이라는 슬로건이 보인다(출처: Guitar Player지 페이스북)



악기 시장은 유통 싸움, ‘잇 아이템’ 원하는 바이어들의 천국

NAMM , 현지 23일부터 26일까지 애너하임서

 

사실 악기는 제작도 제작이지만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제조사만 놓고 본다면 직도 미국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악기 수입이 주요한 역할인 각 로컬 도매상들은 어떤 브랜드와 강한 밀착력을 가지는가 하는 것을 통해 브랜드 입지를 다진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는 업계를 선도하는 몇몇 도매상과 낙원의 매출 상위 소매점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고, 악기소비자들의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어느 특정 업체가 과거처럼 주도권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대신 어떠한 브랜드들과 특화된 관계를 가지면서 각자의 포지셔닝을 확실하게 하는 전략이 악기 유통에서 효율적인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매년 그 장소,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카텔라 애비뉴 800번지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NAMM 쇼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사실 이 NAMM쇼에 대한 접근력 제고야말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을 더 뜨겁게 만든다. 오랜 전통의 악기제조업체나 유통사부터 훌륭한 연주자 출신들이 이끌어 나가는 업체까지 올해도 애너하임을 찾았다.


톤 오브 에이지에서는 이번 NAMM 쇼에 참석한 리포트를 올리면 좋겠지만 시간과 금전적 사정이라고,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고자 한다. 대신 2015년 겨울 NAMM 8월 내쉬빌에서 열리는 NAMM쇼와 구분해 부르는 별칭―의 현장 리포트는 가능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NAMM쇼 기간과 그 이후 일 주일간에 걸쳐 이번 남 쇼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제품을 최근 몇 년간의 음악 트렌드 및 기술적, 악기 역사적 측면과 연관지어 간단한 리포트를 올리려 한다. 그 세부 테마는 1. Anniversary, 2. Music & Technical Trend, 3. Controversial, 4. Log 등으로 구분될 예정이다.

 

1. Anniversary 주요한 기념 연도를 맞은 회사들의 출품 제품. 60주년 펜더, 영창 30년 등.

2. Music & Technical Trend 최근 음악적 트렌드와 기기별 발전 방향의 상관관계. 멀티 이펙터 프로세서는 왜 아직도 유효하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쓰일 것인가, 8, 팬 프렛 기타가 의미하는 것.

3. Controversial 그야말로 논란이 될 만한 장면 혹은 제품들.

4. Log NAMM 쇼에 참여한 한국 업체 관계자들의 메시지.



현지 시간으로 22일에 열린 미디어 프리뷰에서 선보인 에버클리어(Everclear)의 아트 알렉사키스(Art Alexakis)의 무대.








포화를 견디고 나니 "그래도 서울이 좋다"


201*년 9월 **일. 전쟁은 예고가 없었다. 전면전에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적은 한국의 후방을 간헐적으로 공격했다. 나는 서해안을 통해 들어온 적의 개별 침투부대를 상대해야 하는 예비군 부대에 편성됐다. 전면전이 아닌 게릴라전 상황은 정규군이 아닌 예비군이 그 소탕작전을 맡는다. 말이 소탕작전이지만 이쪽이 전멸할 수도 있다. 이 곳으로 올 때만 해도 내가 일하던 도시는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TV는 비교적 전선 소식을 가감 없이 전달했고 점심 백반 식당은 리필을 거부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그건 어찌 됐든 적을 막아내려는 처절한 몸부림 덕분이었다는 걸 알았다. 정훈 관련 기록병으로 부대에 배속됐지만 노트북을 쓰는 데 있어서도 등화관제(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에 엄격했다. 파견 나온 지역지 기자들과 나는 같은 막사에 배치되었다. 물론 상황이 벌어지면 노트북 던지면서 싸울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항시 실탄과 소총을 몸에 지녀야 했다. 지역지 기자는 늙수그레한 동대장에게 총이 자꾸 외장 하드의 잭을 쳐서 오류가 난다며 소총을 다른 데 거치하게 해 달라고 했지만 동대장은 '야비군' 훈련 때의 옆집아저씨가 아니었다. 다만 진지 외곽 경계 임무를 따로 맡을 필요가 없어 잠깐잠깐 쪽잠이나마 잘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적은 후방에서 제법 큰 움직임이 일어나길 바랐던 것 같지만 실제 상황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이미 선봉으로 차출됐던 예비군 병력이 큰 희생을 치른 덕이었다. 적의 공격 가능성이 적은 한낮에 둘러본 마을의 피해는 적지 않았다. 아니 눈으로 보이는 피해는 적었다. 그러나 거의 외형적인 윤곽은 멀쩡한 가운데 두세 군데 집의 지붕이나 벽이 날아가거나 뚫려 있는 모습, 간간이 보이는 혈흔 같은 것은 그 곳의 풍경을 지옥으로 보이게 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아니 지옥이 온전히 마을 안에 자리잡은 인상이랄까.


마을을 돌아보고온 날, 약속이나 한 듯이 어느 시점부터인가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멎었다. 당분간 적 출현에 대한 예고도 없어서 막사는 이따금 들리는 경례소리만 빼면 극도로 조용했다. 구면인 듯한 기자들은 끼리끼리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내 옆 간이침대를 쓰는 지역일간지 기자는 나처럼 아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불 있어요?"


그는 운이 나빴다. 하필 불을 빌리려 말을 건 게 비흡연자인 나였다. 그에게 그보다 큰 적습이 없었던 것 같다. 한참 굳어 있던 그는 뜬금없이 명찰이 달려 있는 쪽의 윗주머니에서 명함 케이스를 꺼냈다. 더 웃긴 건 나도 같은 위치에 명함 케이스를 넣어 두었다는 것.


내가 담배나 라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명함에 적힌 음악매체명을 보고서도 상당히 놀랐다. 음악기자가 왜 이런 데서, 그런 의구심이 슬쩍 지나쳤지만 우리는 전쟁터에 있었다. 전쟁의 질량과 인력은 모든 의혹을 안정화시키는 힘이 있게 마련이다.


그는 소지품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CD수납 백에서 음반 하나를 꺼내 노트북 플레이어에 삽입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볼륨을 살짝 올렸다. 


"오 년 전 다시 돌아온 도시 서울은 / 칙칙하고 우울한 내 맘은 / 정신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성탄절이 지나 벌니 일요일 밤의 / 그 거리, 테헤란로

청담동, 반듯한 비밀의 명품거리 / 홍대 앞에 가면 맥주 한 잔…"


풍부한 공간감의 코드웍 다음에 이어지는 피쳐폰 전화기 알람처럼 명료한 스타카토음으로 끊어지는 건반 멜로디, 그리고 전혀 꾸며내지 않은 풍요로움이 돋보이는 가사가 멋스럽게 물려 있는 곡이었다. 남자 이름 같았는데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보니 성숙미 있는 여자라 CD를 구입했다고 했다. 2014년 1월에 나왔던 이정표의 [특별한 독후감], 그 6번 트랙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나보다 한 살이 어린 서른 여섯 닭띠라는 기자는 그 옛날 보아(BoA)를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소싯적에 기타를 좀 만졌다는 그는 김정배 씨가 작곡한 "Milky Way"를 좋아했다며 몇 소절을 흥얼거렸다. 사실 뮤지션의 이름에 관한 호기심으로 산 CD였지만 북클릿에서 김정배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한참 감상에 빠졌었다는 얘길 했다. 무슨 맥락인지는 모르겠지만 취재부에서 미혼은 자신 뿐이라 파견됐다는 이야길 끼워넣었다.






사실 그는 이 곡보다 바로 다음에 김정배의 풍성한 기타 톤이 최은창의 베이스 톤과 시너지를 이루는 "Music is Sunshine of my life"를 더 좋아했다고 했다. 아니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는 가사가 싫었다고 했다. "2014년 초에 전셋값이 폭등했어요. 미아동 아파트 전세가 평당 1000만 원이 됐죠. 여동생 시집보내고 빚으로 사는 부모님은 시골로 갔어요. 말로는 귀농한다 그러지만 서울 토박이인 양반들이 뭘." 그래도 한편으로는 적 타깃이 되는 서울보다 시골이 안전해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스스로 수습까지 했다.


""서울이"는 사실 여기 와서 생각났어요."

"왜요?"

"음악을 자세히 들어보니까, 그 왜 멘델스존 있잖습니까. 이름이 '축복(Felix)'인 남자. 그 양반 생각이 나더구먼요. 여자가 잘 살라믄 남자 이름을 지어야 한다더니 그 짝인가. 뭔가 되게 꾸밈없는 풍요?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구로동 원룸 월세 사는 넘이 청담동 클럽에 6만 원짜리 연주하러 가서 주워섬기는 명품,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자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그런 풍요로움. 사실 그런 정서, 되려 여기 전쟁터에 오니까 막 갈증처럼 생각나더라고. 게다가 자세히 들어 봐요. 압구정 등지고 강남구청 쪽으로 가는 청담동 명품 거리나, 크리스마스 지나고 테헤란로나 다 조용하잖아요. 사실 거기도 조용하면 꽤 괜찮은 동네야. 건물들이 막 안아줄 것 같기도 하고. 회색이 그렇게 나쁜 색이 아니라니깐요." 물론 팬톤(PANTONE)은 2014년의 컬러를 회색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 앨범이 발매됐을 떄의 일이다.


"그냥 이 음악 들으면, 이 작전임무만 종료되고 소집만 해제되면 내가 있던 **일보 인근 골목이 딱 이래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죽지만 않으면 '풍요'야, 내가 말하고도 어이없고 기가 막히지만 말이요. 사실 한기자 같은 양반도 이런 뮤지션만 있으면 진작 쪽박 찼을 걸? 다들 붕어에 복사기 이런 애들이 있어 주니까 뭔가 할 말이 생기는 거지." 쪽박은 진작에 차고 있었지만, 음악이 전해주는 풍요, 그건 부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음악에 실린 그의 해괴한 달변도 함께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아니 설득력이라기보다 그건 사람의 의식을 끌고 들어가는 백지 위 선묘화 같은 종류의 '꾐'이었다.


나는 이미 그 때 그가 반쯤은 미쳐 있음을 알았다. 그는 문제의 CD를 내 가방에 넣어 두고는 탈영했고, 작전은 일 주일 후에 종료됐다. 그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다. 경기도 **시는 상황이 정리되자 그가 속해 있던 **일보의 지원예산을 반으로 삭감했다. 그 매체는 상당한 수의 기자 인력을 감축했다. 어디에도 재건 특수는 없었다.



**

나는 그 때 그가 남겨 준 CD를 갖고 뮤지션 이정표를 만나기 위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의 테헤란로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다. 포화를 견디게 해 준 음악에 대해 감사부터 해야 했다. 확실히 국지전이 쓸고 지나간 후 서울 전셋가는 좀 떨어졌다. 그래서 나는 서울이 좋다. 아침에 나올 때 워크룸 프레스에서 나온 브레히트의 [전쟁교본]에서 '교본'을 화이트로 문대 지우고 '독후감'을 넣었다. 서른 일곱 삶에 잘 한 몇 가지 안 되는 일 중 하나를 했다.| 한명륜@evhyjm@gmail.com



사진제공: 미러볼뮤직






현지 날짜 17일 자신의 블로그 통해 밝혀…자신감, 슬래쉬와의 돈독한 관계 재확인

흥분된 서두, 깔끔한 마무리 '보도자료의 정석'


슬래쉬(Slash)의 세 번째 녹음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해 5월 한국을 찾았던 슬래쉬 내한 공연에서도 무대에 섰던 베이시스트 토드 컨즈(Todd Kerns)가 현지 기준 17일자의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프로듀서 마이클 배스킷(Michael Baskette)과 함께 하는 슬래쉬의 솔로 3집의 녹음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마이클 배스킷은 '3형제 밴드'-베이시스트는 현재 탈퇴해 형제는 2명-로 나름의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셰빌(Chevelle)의 음반을 프로듀스를 맡았던 인물입니다.


'술김'에 쓴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어조는 상당히 들떠 있습니다. 그는 전작인 [Apocalyptic Love]가 매우 터프한 작업이었다는 것을 먼저 언급한 후 "그럼에도 나는 이미 '장전'돼 있다"며 새 앨범 작업에 대한 기대를 내보였습니다.


특히 그는 이번 슬래쉬의 솔로 앨범의 분위기에 대한 '스포'성 발언도 흘렸는데요. 때론 진중하고 때론 장난기 어린 분위기들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으로 오히려 전작보다도 훨씬 타이트하지만 그에 대한 ㄷ재미를 감출수 없다는 어조입니다. 그는 이번 훨씬 '더 더럽고(sleazier)', 위험할 것이라는 말로 신곡들이 가진 스타일을 귀띔했습니다.


물론 아직 슬래쉬 측의 공식 입장은 없었던 터라, 앨범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혹은 슬래쉬 '형님' 이 '적당한 선에서 운을 띄우고 마무리해라'고 대 미디어 지침을 주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토드 컨즈는 저렇게 흥분된 어조로 적어놓은 후 마지막에는 점잖게 "2월 초에 스튜디오에 들어갈 것이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 한 빨리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맺음했습니다. 3, 4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봤을 때 5월 정도면 슬래쉬의 신보를 볼 수도 있겠네요. 4월엔 그의 오랜 친구이자 레스폴 브라더, 잭 와일드의 블랙 레이블 소사이어티(Black Label Society)의 새로운 앨범 [Catacombs of the Black Vatican]이 오는 4월 8일 발매될 예정이랍니다. 두 밴드가 '오즈페스트'에 서면 그림 '딱'이겠군요.


토드 컨즈는 벨벳 리볼버 시절부터 슬래쉬와 호흡을 맞춰왔죠. 그래픽 절도 있으면서도 멜로딕한 리듬감, 페인팅이 멋진 베이스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YB(YG가 아니고)는 건즈 앤 로지즈의 전 매니지먼트 담당 더그 골드스틴(Doug Goldstein)과 함께 미국에 진출한다고 하죠. 세계 락계의 그림이 흥미롭습니다.| 한명륜 evhyjm@gmail.com




이미지 제공: 액세스 엔터테인먼트(2013년 5월 슬래쉬 내한공연 당시)






한국도 블루레이 오디오 시대 오나

오는 25일 1시 청담동 '테크데이타 하만스토어'서 시연회 열어


음악시장에서 지난 해부터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한 고음질 마케팅이 2014년 들어보다 구체적인 단계로 접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실 그간 블루레이는 기술의 발전속도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많은 정보량을 읽어낼 수 있는 블루레이 전용 플레이어나 재생 장치, 그리고 그 정보량의 의미를 살려주는 출력장치에 대한 시장에서의 수요가 부족했던 게 주요한 원인.

 

이런 수요의 부족은 곧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은 까닭도 있다. 이에 유니버설 뮤직과 야마하 코리아, 그리고 하만과 JBL 등 세계 유수 음향기기의 수입처인 테크 데이타가 손잡고 블루레이 대중화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3사는 1 25(토요일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테크데이타 하만스토어’에서 High Fidelity Pure Audio(이하 ‘HFPA합동 시연 행사를 개최하고, HFPA 포맷의 특장점 및 감상법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소비자에게 블루레이 오디오 감상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3사가 힘을 합치게 되었다"고 밝힌 유니버설 뮤직 전략 커뮤니케이션 부서 이용식 이사는 앞으로도 이러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어 블루레이에 대한 인식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유니버설 뮤직 측은 이미 지난 해 11월 무손실 음원을 담은 오디오 포맷 'HFPA(High Fidelity Pure Audio)'라인의 런칭 및 음감회를 연 바 있다.

 

유니버설과 함께 하는 야마하는 이번 시연회에서 자사의 플래그십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프로세서 CX-A5000을선보인다.또한 테크데이타는 JBL 창립 60주년을 맞아 초대형 우퍼가 장착된 스피커 JBL DD67000을 현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참고로 현장에서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야마하의 BD-A1010, JBL 880 어레이와 1000어레이 모델이 사용될 예정이며 파워앰프로는 마크 레빈슨의 No.53(프런트), 렉시콘 RX-7(리어모델이 힘을 쓴다마크 레빈슨과 렉시콘 역시 하만 패밀리로 테크데이터의 주요 수입 제품들.

 

본 시연회는 재즈 전문지 '재즈피플'의 김광현 편집장이 사회를 맡아 깊이 있는 해설을 들려 줄 예정. 김광현 편집장은 SNS를 통해서도 음악 및 일상과 관련된 흥미로운 입담을 풀어내 음악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한편, HFPA 시연회 참가 신청은 124()까지며 테크데이타 하만스토어 공식 홈페이지(www.harmanstore.co.kr)에서 접수할 수 있다다만 쾌적한 청음환경을 위하여 초청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므로 관심 있는 애호가들은 빠른 접수를 요할 것으로 보인다.| TONE OF AGES



야마하 CX-A5000




JBL DD67000





자료제공: 유니버설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