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변화 반영하는 기존 시그니처와의 차별점


엔도스먼트는 뮤지션과 악기사 간의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일종의 감성을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다. 특히 연주력이나 스타일 측면에서 자사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뮤지션일 경우는 그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것이 지상과제다. 파츠별로 숙련된 테크니션들은 연주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세밀한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여기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만큼 악기에 들어간 노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뮤지션들이 어지간하면 자신들에게 제공된 악기로 무대에서 연주하거나 영상물을 촬영하곤 한다. 특히 자신의 의도에 근접하는 악기를 만났다고 판단되면 뮤지션들은 자연히 악기에 대한 호의적인 홍보로 답한다. 자연스럽게 광고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정리_한명륜



앙그라(Angra)의 기타리스트 키코 루레이로(Kiko Loureiro)는 2013년 5월, 아이바네즈(Ibanez)와 엔도스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월 19~2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양일간에 걸쳐 펼쳐진 <라우드파크2013>라이브를 비롯해 전세계 투어에서 이미 아이바네즈 시그니처 기타를 선보여 왔다. 그는 최근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11월에 발매될 자신의 솔로 투어공연의 DVD인 [The White Balance]의 재킷 아트웍을 공개했는데, 이 역시 이번 아이바네즈 시그니처임이 확실시되는 기타를 든 사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실 기타의 발전사, 특히 아이바네즈의 발전사는 과거 메틀을 들었던 팬들이라면 익숙하지만 ‘그거 옛날에나 잘 나가던 브랜드 아니야?’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격대에 관계없이 부품조립의 완성도나 끝마무리 등에서 보이는 완성도, 그리고 연주자의 편의를 위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까지 변화를 통해 진보하는 제조사가 아이바네즈다. 이는 다른 경쟁업체의 테크니션들조차 인정하는 부분.






27에서 24프렛으로, 두 개의 험버커에서 5단 셀렉터 H-S-H 방식으로

키코 루레이로는 이전까지 타지마(Tagima)의 K1과 ESP의 시그니처 모델인 SE를 주로 사용해 왔다. 두 기타 모두 ESP M2처럼 사선 방향으로 마운트된 던컨의 레일 타입 마그네틱 픽업(SHR-1n), 25.5인치 스케일에 1~4번 줄까지는 27프렛이 적용되어 있는데 타지마의 K1이 원형. 키코의 거의 모든 연주 영상에 이 기타가 등장한다. 2002년 한 악기 동호회 게시판에서 인기를 누렸던 그의 연주곡 “Dream Circle” 동영상에는 이 기타의 정체를 두고도 이야기가 많았다는 전설도 있다. 사실 타지마의 모델은 시그니처라기보다 커스텀의 느낌이 강했다. 즉 양산을 통해 판매하는 것보다는 키코 한 사람을 위한 악기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그에게 인도된 아이바네즈에서의 시그니처 2종인 KIKO10P Premium과 KIKO100은 그의 연주에 있어서 일정한 변화를 느끼게 해 주는 모델이다. 최근 며칠 사이 키코 루레이로는 공식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시그니처 기타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조금씩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우선 24프렛(17~24 스캘럽), 프런트와 리어 포지션에 각각 하나의 험버커와 미들의 싱글 코일 픽업이 세팅되었다는 점은 눈에 확연히 보이는 이전 시그니처와의 차이다.


우선 픽업 세팅을 이야기하자면 과거 모델은 거의 ESP의 M2를 변형한 것과 비슷했다. 3단 토글 스위치였는데 미드 포지션으로는 가끔 크런치한 톤을 들려주긴 했지만 비중이 낮았다. 그러나 이번 시그니처는 5단 스위치인데다 볼륨 팟 스위치를 당겨 올리면 리어와 프론트 모두 싱글로 전환되도록 설계됐다. 주목할 부분은 배선 방식인데 아래 그림과 같다.



                                            



이번에 나온 키코 루레이로 시그니처 KIKO10P Premium의 스위칭(우측)을 비교해 보자. 볼륨 포트 스위치를 뽑아 프런트와 리어를 싱글로 전환했을 때 활성화되는 부분은 모두 헤드 방향이다. 믹스 포지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락-퓨전 기타리스트 거스리 고번(Guthrie Gorvan)의 배선 방식이며, 아이바네즈의 기존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스티브 바이(Steve Vai)의 시그니처 JEM의 스위칭(좌측)처럼 미들 픽업에 가까운 부분들이 활성화되는 방식이 아이바네즈의 일반적 방식이었다. 아이바네즈 측으로서도 새로운 시도인 셈.


이는 곧 발매될 [The White Balance] 실황 DVD의 수록곡들 상당수가 재즈적 성향이 강했던 2006년의 셀프타이틀 작 [Kiko Loureiro]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의 페르소나가 분명 앙그라(Angra)라는 베테랑 헤비메틀 밴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지만, 그의 연주 자체엔 재즈적 어프로치가 강했다. 물론 정통재즈라기보다 프랭크 갬블(Frank Gambale)이나 테스타먼트(Testament)의 알렉스 스콜닉(Alex Skolnik)의 솔로와 같은 퓨전 색채가 강하긴 하지만, 동글동글한 클린톤으로 연주하는 솔로 앨범의 재즈 넘버들도 결코 어색하다 볼 수는 없었다.


※ 참고로 2013년 3월, 매거진엔 프랭크 갬블과 키코 루레이로가 ‘Picking vs. Legato’라는 주제로 커버를 장식한 바 있다.



<이미지출처> 아이바네즈 홈페이지, Kiko Loureiro 시그니처 http://www.ibanez.co.jp/products/egseries13.php?seriesid=182&areaid=3&year=2013&catid=1

키코 루레이로 홈페이지 http://www.kikoloureiro.net/en/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