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난 6월 30일, 유니클로 악스홀에서 열린 김바다의 단독공연 'N. Surf'의 마지막 순서에는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기타리스트 방경호였는데요. 그는 KBS<불후의 명곡>에서 김바다가 부른 "떠날 때는 말없이"의 편곡을 맡은 바 있습니다.


파라노이드와도 인연이 잇습니다. 새해에 만나볼 수 있을 파라노이드 신년호(?)에 실릴 제이워커(Jaywalker)의 새 음반 관련 인터뷰에서 함께 했고, 올해 3월 전주 공연에서도 인터뷰를 가진 바 있죠.


이번 앨범 [Hand's are Tied]는 밴드의세 번째 정규앨범입니다. 2011년 2집 [2nd] 이후 2년만의 신작인데 밴드의 첫 앨범이 2010년이니 작업량이 적지 않았던 셈입니다. 너무 음악 작업 자체에만 진지하게 몰입해서일까요, 지난 15일 클럽 타에서 열렸던 공연 역시 정말 '음악적'이었습니다. 별 다른 멘트 없이 공연 셋 리스트를 주욱 '읊어내려가듯' 연주하고 노래했거든요.


그런데 그 자체가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연주인들 중에서도 입담이 대단한 이들이 있지만, 제이워커의 기타리스트 방경호는 정말로 기타와 음악적 결과물로만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통상 하게 마련인 멤버 소개도 객석으로부터의 요청이 없었다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를, 유머러스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앞선 밴드들인 '에이템포'와 '시베리안허스키'가 제이워커를 생각해 곡 간의 텀을 줄이고 무대를 일찍 내려갔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함께 도움출연한 밴드만큼 공연이 일찍 끝나버렸습니다. 첫 곡인 3집 앨범의 "Crash N' Burn"부터 마지막 곡 "나가"에 이르기까지 거의 40분을 겨울 넘겼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을 소개할 때 곡 제목을 들은 관객들이 박장대소하기도 했죠.


파워 팝 스타일의 송라이팅을 들려주는 그는, 앨범을 들어 보면 훌륭한 솔로이스트임을 알 수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솔로잉보다는 보컬과의 합을 중시한 리프웍을 중심으로 한 연주를 들려 주었습니다. 특히 크런치 톤을 중심으로 한 아르페지오와 비음이 강한 하이톤 보컬이 멋지게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스타일의 선택과 별개로 공연장에서 들은 사운드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사실 작은 공간에서는 PA나 모니터를 거쳐 나오는 사운드보다 앰프에서 직접 나오는 소리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흔히 하는 방식이지만 더빙된 부분을 맥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사운드가 다소 따로 노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베이스 사운드가 잘 들리는 것은 좋았지만 고역대가 다소 딱딱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소리가 튕긴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특히 와미 페달을 밟을 때는 다소 '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부스트로 튜브스크리머를 써서 중음역대를 보강하는 스타일이었는데도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방경호가 이날 무대에서 연주한 기타는 쉑터(Schecter)의 커스텀 모델입니다. 실제 녹음 당시에는 레스폴을 사용하지만 무대에서는 튜닝의 안정성 때문에 플로이드 로즈 락킹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하는데-요이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파라노이드> 신년호에서-, 이 날 역시 안정적이고 깨끗한 튜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플로이드 로즈 암이 장착되어 있었지만 그는 격한 아밍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아니기 때문에 튜닝이 틀어질 위험은 적었습니다.


한데 이 쉑터 자체가 다소 까랑까랑한 사운드를 갖고 있었습니다. 지판도 메이플에 탑도 플레임드 메이플(Flamed Maple)이었습니다. 픽업은 리어와 프론트 모두 험버커였구요. 폴 피스가 굵은 쉑터 커스텀 픽업이거나 탐 앤더슨 픽업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카랑카랑하면서도 디테일이 다 구분되고 출력 또한 떨어지지 않는 픽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좀 하드한 제프 벡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사실 방경호의 기타 톤은 일관된 편입니다. 특히 유니클로 악스홀 김바다의 공연에서도 사운드는 다소 카랑카랑했습니다. 다만 악스홀과 클럽 타의 공간 여건 특성상 후자에서 고역대가 다소 관객들에게 '직격'으로 다가갔을 수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음악 자체가 좋고 이로 인해 관객들의 몰입도가 좋다 보니 큰 흠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톤의 가장 큰 장점은 디스토션 아르페지오에서 음이 분명하게 들리고, 딜레이에서도 깔끔한 느낌이 구현된다는 점입니다. 방경호는 새 앨범에서 종종 락-퓨전 기타리스트이자 2, 3현 스윕으로 스윕의 대중화를 가져온 기타리스트 프랭크 갬블(Frank Gambale)타입의 솔로잉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보컬을 포함해 곡을 전체적으로 조형하는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날은 인근 공연장인 예스24 무브(Muv)홀에서 신대철, 한상원, 게이트플라워즈, 최이철 씨 등이 함께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다른 성실하고 의식있는 매체 기자분들이 가서 그 현장을 기록해주셨습니다. 그 현장과 제이워커의 공연은 큰 맥락 안에서 같은 날의 역사였습니다. 전 제이워커의 공연이 보고 싶었고 이 공연을 기록할 의무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Gear



방경호 씨의 페달 보드입니다. 빈틈없이 꼭 짜여 있는 느낌인데, 흔히 보던 종류의 페달도 있고 흔히 보지 못하는 종류의 것도 있습니다.


1. Blackstar HT Dual Distortion


사진에서 잘보이지 않아 캡쳐사진을 씁니다(이미지출저 http://www.eleclemon.com)


블랙스타의 디스토션 페달. 진공관 내장 모델로 두 개의 채널을 쓸 수 있는 드라이브 페달인데, 이것이 현장에서 메인 드라이브였습니다.

클린, 디스토션 조절은 빨간색의 와미 페달 바로 였에 있는 보스 익스프레션 페달로 조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부스트는 바로 그 옆의 초록색, 많이들 아시는 아이바네즈의 튜브스크리머였습니다.


2. DUNLOP MXR Carboncopy Analog Delay


3. BOSS RV-5 Digital Reverb


4. BOSS DD-20 Giga Delay

현장에서 볼륨페달 다음으로 발이 많이 가던 딜레이 페달.


5. BOSS NS-윤지2 Noise Suppressor



페달보드 중 현장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상기 페달들이었습니다.


글/구성/한명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