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다시피, 이 사진은 http://paranoidzine.com
마음 졸이며 25호 원고를 털고 나니 세상이 장밋빛...일 리가 없지만.
송명하 편집장님께서 서울 오신 김에 TONE OF AGES에 두 차례 소개된 OGRE를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오우거는 그 유명한 송골매 1기의 베이시스트 이응수 님께서 연구 이사로 계신 곳이기도 하죠.
'승무' 등 가사가 좋은 곡을 많이 쓰신 것으로 유명하고요.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서근리 205(지번주소 버들로 1362번길 42). 토리밸리 산단 안에 있는 주식회사 한국정밀(대표 김상길)의
악기 연구소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금형기술을 통해 전자, 전기제품의 부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여기서 축적한 탄탄한 기본기를
보다 새로운 악기 제조, 좀 더 다른 기어의 생산에 적용하는 회사입니다.
마감도 됐고, 구상하는 일에 대한 정밀 묘사 작업도 할 겸,
편집장님과 바람도 쐴 겸 해서 달렸는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차더군요. 문에서 건물로 이동하는데도,
콧속과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아플 정도였습니다. 그럴 때 달달한 커피 한 잔이 어찌나 달던지.
파라노이드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에도 TONE OF AGES 페이지가 있습니다.
여기 소개된 악기 제조업체는 가능하면 찾아보려고 합니다.
해외 악기도 소개하고, 24호 같은 경우 NAMM SHOW2015 Telereport도 실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국내 악기에 포커스를 맞춰 가는 중입니다. 해외 악기를 다룰 때는
그 최신 동향이나 트렌드를 테마로 놓고, 거기에 부합하는 국내 제조업체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합니다.
오우거는 이미 NAMM SHOW의 스타입니다. 2014년이 첫 참가인데도, 그 디자인의 독특함으로
현장에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는군요. Premiere 기타 매거진에서는
2014년 가장 뛰어난 오버드라이브 페달로 오우거의 튜브홀릭을 꼽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2015년에도 역시 큰 주목을 끌었는데, 마그네슘 합금으로 만든 기타 덕분이죠.
마그네슘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고인이 된 마왕 신해철 님께서 생전에 눈이 떨리는 증상을 갖고 계셨는데,
그 때 복용하시던 약의 성분이 마그네슘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볍고 물에 닿으면 폭발성이 있다는 정도로 알죠.
사실 저도 합금인 걸 당연히 알지만, 손 씻고 와서 기타를 만지기 전에
손을 한 번 더 싹싹 바지에 문지르기도 했습니다. 다 이시죠?
개드립인 거.
그런데 사람들이 마그네슘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여타 금속 원소들과는 달리 소리를 반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머금는다는 거죠.
즉 나무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주파수는 튕겨내고 어떤 주파수는 부드럽게 삼키는,
그래서 결국 사람들이 듣거나 두들겼을 때 일반 금속의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 마그네슘 합금의 특징입니다.
오우거의 이번 일렉트릭 기타는 이 마그네슘 합금을 금형에 넣어 바디와 넥, 지판, 헤드까지
모두 한 번에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회사, 은근 마니악합니다. 이 기타의 개발비로만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입했습니다.
사실 그런 돈 있으면 투자보다 투기를 하는 이들이 더 많은 세상입니다. 굳이 기타를 만들지 않아도
생산적이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에 자본이 투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들어주는 회사라 할까요.
편집장님께서 동영상은 안 찍었다고 하셨는데 만약 동영상 있었으면 그대로 입산 ㅜㅡㅠ 연습 안 한 티가...
실제 연주해 본 마그네슘 바디와 지판은 매우 특이한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1개월간 연습을 하지 않아 레가토 쪽 프레이즈가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새끼손가락으로 해머링만 해도 소리가 날 정도로 선명한 어택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서스틴이 매우 깁니다. 픽업은 던컨인데, 그 출력보다도 소재 자체가 만드는 서스틴이 압권이더군요.
그래프로 보니, 나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깨지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은 아니더군요.
단단하면서도 매끈거리는 느낌이 에보니 핑거보드의 열 배, 선명함이 메이플의 두 배.
그러나 찢어지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톤 노브에 코일 탭 스위치가 있어, 푸쉬-풀 방식으로 싱글 코일과 험버커 전환이 가능한데요.
톤 레인지가 굉장히 넓었습니다. 특히 새들의 재질에 따라서도 질감이 달랐는데요,
이는 추후 오우거 측과 재미있는 리포트 프로젝트를 만들게 되면 한 번 제대로.
아직 개발이 다 끝난 게 아니라고 하니 사운드 면도 계속 개선되고 있는 중입니다.
플로이드 로즈 브릿지가 장착된 기타도 있는데, 거기에 7현 기타가 나온다면
개인적으로 구매 의사도...
요것도 송명하 편집장님께서 촬영하신.
우측 펜더 트윈 리버브에 연결된 페달로 테스트해보았습니다.
우측부터, Chronomaster Delay-Boss Chorus Ensemble(CE-5)-Tremoloid-Thunderclap Distortion-Tubeholic Overdrive
순서입니다.
특히 썬더클랩과 튜브홀릭 페달은 <Premiere Guitar>가 선정한 NAMM SHOW2014 'Best 10' 페달,
그 중 1위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http://www.premierguitar.com/articles/20527-state-of-the-stomp-top-10-pedal-picks-from-namm-2014?page=2)
고급스런 삼족오 문양의 이 보물 상자는?
바로 피크 케이스입니다. 금형 기술을 원천으로 하는 기업이다 보니 실용성과 견고성을 동시에 갖춘 소품을 만들었더군요.
피크의 동심원 무늬도 미끄럼 방지 기능인데, 이 역시 3D 프린팅을 통해 구현되었습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 중 하나가 힌지(hinge; 경첩)인데요. 이 케이스 역시 그 힌지 기술이 적용된 것입니다.
닫을 때 소리가 마치 카르티에 라이터 소리에 오버드라이브를 걸어놓은 듯합니다.
OGRE 페달은 빠른 시간에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3월 16일에 내한공연을 갖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기타리스트
리치 포크너(Richie Faulkner)는 오우거의 크로노마스터 딜레이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네요.
이 딜레이는 클린 부스트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부스트에 온-오프 기능이 있으면 금상첨화겠네요.
국내 제조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서도 오우거는 금년 여러 가지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1000~3000$ 사이 가격대에서는 한국 기타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오우거는 물론이고, 많은 한국 제조업체들이 힘을 내 성장했으면 합니다.
미약한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송명하 편집장님의 깨알 방문기. http://www.paranoidzine.com/534